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사는 정순석씨는 지난 8월 말 안양시 만안구 안양8동 상록재개발지구에 있는 단독주택을 한 채 구입했다. 상록지구는 지난 8월24일 안양시로부터 추진위원회를 정식 승인받은 6곳 중 한 곳이다. 아쉽게도 정씨는 매입시기를 저울질하다 타이밍을 놓친 케이스다. 당초 정씨는 8월 초 확정고시가 난 직후 지분을 매입할 생각이었으나 자금을 마련하는 데 수일이 소요돼 결국 8월20일에야 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지분값. 8월16일 이곳에 재개발 추진위 승인이 나면서 며칠 사이 평당 매매가가 200만원씩 뛴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김씨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야 했다.수도권 재개발 투자가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정상적인 투자를 넘어서 투기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각종 규제가 재건축에 집중되면서 재개발은 최근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초미의 관심투자처로 급부상 중이다. 더욱이 수도권은 서울보다 재개발 규제가 덜해 투자매력이 그만큼 크다. 각 시도지자체가 규정한 조례로 공급규칙이 정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보다 개발 규제가 덜하다는 것은 투자자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성남, 부천, 안양시 인기 = 현재 수도권에서 유망 재개발 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은 인천광역시를 비롯, 부천, 수원, 안양, 성남시 등이다. 이들 지역은 최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을 속속 발표한 터라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인천시는 뉴타운 방식으로 진행된다. 인천시는 2013년까지 경인고속국도 서인천IC 부근의 가정오거리 29만평과 서인천IC에서 용현동까지 10.5㎞ 구간 주변을 뉴타운으로 개발한다.내년부터 제물포역 주변 30만평, 인천대 27만평, 도원역 주변 3만평, 인천역 주변 7만3,000평, 동인천역 부근 7만2,000평 등을 단계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부천시도 소사구 소사본동 일대 72만평, 원미구 원미동 일대 65만평, 오정구 고강동 일대 54만평을 뉴타운 시범지구로 지정할 계획이다. 지난 99년 기본계획이 수립된 약대1구역, 약대2구역, 소사1구역, 소사2구역, 소사3구역, 심곡본동구역, 계수·범박구역도 최근 조금씩 거래가 늘고 있다. 특히 약대1·2구역은 사업시행인가가 진행되고 있는 등 지역 내에서 재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안양시는 지역 내 17곳을 재개발구역으로 지정했으며 이중 유원지입구주변지구(안양2동), 소곡지구(안양6동), 상록지구(안양8동), 화창지구(석수2동), 융창아파트지구(호계2동), 안양온천주변지구(호계2동) 등의 재개발 추진위를 정식 승인했다.수원시는 장안구 5곳(8만7,853평), 권선구 12곳(30만5,571평), 팔달구 12곳(39만1,046평) 등 총 29곳을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했다. 이 밖에 성남시는 단대역구역과 중동3구역에 공영개발방식을 도입해 2008년 3월부터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2개월 사이 지분값 30% 뛰어 = 기본계획이 수립되자 발빠른 투자자들은 벌써부터 매물 선점에 나서고 있다. 인천 주안2동은 빌라 지분값이 기본계획 발표 전후해 30% 상승한 평당 550만원선에 형성돼 있다. 계양구 작전동 계양1구역과 서운구역 등은 소형 빌라 지분이 지난 3개월 사이 500만원에서 현재 750만원으로 뛰었다.수원시 인계동에 위치한 팔달8구역만 해도 지분값이 지난 2개월 사이 20%씩 껑충 뛰었다. 빌라는 평당 1,300만원, 단독주택은 평당 450만원이다. 성남시 단대구역과 중동3구역은 주공이 공영개발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는데도 불구하고 가격이 강보합세를 이어가고 있다. 흔히 투기지역에서 보이는 매물 품귀현상이 나타나기는 마찬가지다.성남동 가이드공인의 유석훈 사장은 “성남동 금호어울림 33평형의 분양권 가격이 입주 때까지 200% 뛰면서 주변 재개발구역의 매물 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면서 “서울 양재역까지 차로 30분 이내 도착할 수 있는 등 지리적 여건이 뛰어나 투자자들의 발길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부천시는 7호선 연장공사가 진행되면서 춘의동, 원미동 등 7호선과 연계되는 재개발구역들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빌라는 평당 1,300만원, 단독주택은 평당 500만~600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당초 시범지구로 거론되던 소사동 일대는 최근 오름세가 잠시 주춤했지만 이미 평당 지분값이 1,300만원을 넘어 서울 강서권 시세와 비슷한 수준이다.안양시에서는 지난 12월 기본계획 공람 을 전후해 평당 100만~200만원이 뛰었고 확정공람이 발표된 후에도 비슷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안양동 재개발공인의 서정인 사장은 “12평 단독주택 빌라 가격이 평당 800만~1,200만원으로 서울 금천구, 구로구보다 비싸다”면서 “평촌, 의왕 등지에 새 아파트가 공급되면서 전체적으로 이 지역 지분값을 끌어올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중 덕천지구(안양7동)의 12평형 평당 지분값은 1,600만원, 호계사거리(호계1동) 주변은 평당 1,300만원, 안양온천지구(호계2동)가 평당 2,000만원이다. 삼성, GS 등 대형 건설업체들도 수도권 재개발구역의 시공권을 확보하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안양시만 해도 상록지구는 삼성건설, 소곡지구는 GS건설로 시공사가 결정됐다. 지난 8월24일을 기점으로 조합설립인가 이후부터 시공사 선정이 가능해지면서 시공권 쟁탈전은 일단락됐지만 이미 시공사가 선정된 곳은 재개발사업에 탄력이 붙어 강세가 계속될 전망이다.◇지분 덜 쪼개져 사업성 청신호 = 지분 쪼개기 등이 많지 않아 일반분양분이 많이 나온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서울과 달리 경기도 각 지자체에는 지분 쪼개기, 신축 쪼개기 등 재개발구역에서 흔히 발생되는 편법 투자방식을 막는 조례가 제정돼 있지 않은 상태다. 그러다 보니 법적으로만 볼 때는 편법투자가 가능하다. 하지만 각 시도마다 조합원수 증가를 우려해 신축 및 용도변경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어 편법투자는 현재로선 사실상 불가능하다.대신 서울과는 달리 각 수도권 지자체에서는 구도심권 재개발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사업 추진 속도는 서울보다 빠를 수도 있다. 사업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자금 회전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이뿐만 아니라 수도권 재개발구역은 아직 도시재정비촉진지구(도촉지구)로 지정되지 않은 상태라 토지거래허가대상에서 제외된다. 참고로 서울시 뉴타운 지역은 현재 도촉지구로 지정돼 있지 않지만 정부가 ‘뉴타운은 지구지정 이전에라도 토지거래허가대상으로 분류할 계획’이어서 투자매력이 크게 감소하는 분위기다. 지역을 선택할 때는 주변에 비교적 신규 아파트가 많은 곳이 추후 일반분양 분양가 산정시 유리하다. 지하철이 신설, 연장되거나 도로가 새로 개통되는 곳도 눈여겨봐야 한다.물론 ‘묻지 마’ 투자는 금물이다. 일부 지역은 서울과의 연계성을 이유로 가격이 고평가된 측면이 많다. 추진위가 2~3개씩 설립돼 난항을 겪고 있는 곳도 피해야 한다. 시공사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곳은 계획보다 사업 속도가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공사가 결정되면 자금 지원이 가능해져 그만큼 사업 추진에 가속도가 붙기 마련이다.전영진 예스하우스 실장은 “수도권 재개발 투자는 5년 후를 내다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가까운 친지나 부동산중개소 관계자들의 말만 믿고 투자하기보다 해당 관청에 사업진행 여부 등을 확인해 가면서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송창섭 기자 realso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