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배우를 처음 만났을 때 느껴지는 특유의 긴장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전부터 잘 알고 있는 이웃을 만난 듯 편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조성됐을 뿐. 그룹의 멤버가 모두 ‘아줌마’인 까닭일까.뮤지컬 〈메노포즈〉 출연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인 여성보컬그룹 ‘엘 디바’를 대학로 연습실에서 만났다. 문희경, 정영주, 양꽃님, 김은영 이렇게 뮤지컬계의 내로라하는 여배우 네 명이 모여 만든 ‘엘 디바’는 지난 연말 뮤지컬 콘서트에 함께 출연한 것을 계기로 활동을 시작했다. 최근 들어 ‘뮤지컬계의 빅마마’로 불리며 화제를 몰고 다니는 이들이다.“처음에는 열심히 살아가는 대한민국 아줌마로서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는 뜻으로 모였죠. 후배들에게 좋은 표본이 되자는 뜻도 있었고요.”그룹의 ‘맏언니’ 문희경의 말에 “아줌마의 능력만 잘 활용해도 우리나라가 지금보다 훨씬 부유해질 것”이라고 정영주가 거들었다.6년 전부터 기획했다는 ‘엘 디바’는 실력 있는 뮤지컬배우들이 동시에 한 무대에 선다는 이유만으로 앨범 발매 전인데도 출연 섭외가 이어지고 있다. 전공인 뮤지컬뿐만 아니라 재즈, 아카펠라, 트로트까지 네 사람이 할 수 있는 음악이면 어떤 장르든 가리지 않고 선보일 예정이다.‘엘 디바’ 멤버들은 그룹을 결성하고 함께 출연하는 첫 뮤지컬 〈메노포즈〉에 대해 설렘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작품에 출연하는 게 조심스러울 수 있지만 작품도 우리의 관계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테니 기대된다”는 게 문희경의 말이다. 더욱이 뮤지컬 〈메노포즈〉는 ‘폐경’이라는 의미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폐경기를 맞은 중년여성들의 고민을 유쾌하고 코믹하게 담은 작품이다. 엘 디바 멤버의 평균연령은 36세로 아직 폐경기와 거리가 멀지만 모두 기혼이라는 점에서 현실감 있는 연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7월에 결혼해 이제 막 ‘아줌마’ 대열에 들어선 그룹의 막내 김은영은 “작품을 통해 그동안 바로 내 어머니가 힘든 것을 많이 참고 표현을 안 하셨다는 게 느껴져 가슴이 뭉클해졌다”고 작품에 임하는 소감을 밝혔다.기자가 “폐경기 여성을 연기하기에 모두 너무 날씬하고 젊다”고 단점 아닌 단점을 지적해보자 “요즘 아줌마들은 할머니가 돼도 아가씨처럼 하고 다닌다”며 오히려 기자를 타박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우울해지지 말고 희망을 갖자는 메시지가 있는 작품이잖아요.” ‘둘째 언니’ 정영주의 뜻 깊은 한마디가 돌아왔다.불현듯 해외의 남성 팝페라그룹 ‘일 디보’를 떠올리게 하는 그룹명 엘 디바의 출처가 궁금해졌다.“일 디보의 영향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면서 사뭇 심각해지는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만 우리는 일 디보가 데뷔하기 훨씬 전인 6년 전부터 준비했다니까요”라며 또 한바탕 박장대소를 터뜨리는 게 역시 ‘아줌마’ 특유의 여유가 묻어난다.‘엘 디바’의 이름으로 콘서트 무대에 서는 동시에 각자 뮤지컬과 영화 등에서 활발히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들은 내년 하반기에는 정식 앨범과 함께 앨범 수록곡을 활용한 창작뮤지컬까지 선보인다는 다부진 각오를 다지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아줌마들의 유쾌한 웃음과 수다만큼이나 흥겨운 뮤지컬 〈메노포즈〉는 연강홀에서 9월8일부터 11월12일까지 공연된다. (02-744-4337) q김소연 기자 selfzone@kbizweek.com공연&전시▶뮤지컬 콘서트〈한정림의 음악일기〉〈골목골목뮤지컬 빨래〉, 〈러브레터〉 등 여러 극작품에서 작곡 또는 음악감독으로 활약한 한정림의 음악인생을 연주와 함께 들어볼 수 있는 기회다. 그녀가 작업했던 뮤지컬음악과 앞으로 만들고자 하는 새로운 창작곡들을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한 것. 이야기와 연주가 함께하는 가운데 같이 작업한 〈폴인러브〉의 김다현과 〈골목골목뮤지컬 빨래〉의 임진웅 등의 배우들이 출연해 콘서트를 빛낼 예정. 9월7~10일/국립극장 별오름극장/02-762-9190▶브래드 멜다우 트리오 내한공연재즈 피아니스트 브래드 멜다우가 다섯 번째 내한공연을 갖는다. 그는 90년대 이후 가장 주목받는 재즈 피아니스트 중 한 사람으로 특유의 클래식과 팝적인 감각을 아우른 연주 스타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솔로와 트리오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세계 정상급 연주자들과 함께 공연 및 음반녹음을 했다. 프랑스 영화 〈나의 여자친구는 여배우〉의 삽입곡을 만들기도 했다. 9월19일/LG아트센터/1588-7890▶뮤지컬 〈미스사이공〉세계 4대 뮤지컬 중 마지막으로 한국관객을 찾은 작품 〈미스사이공〉이 드디어 경기도 성남에서 서울로 무대를 옮겨왔다. 〈미스사이공〉은 89년 런던에서 초연된 후 19개국 138개 도시에서 10개 언어로 공연되고 3번의 토니상을 비롯, 29개의 주요 극장상을 수상한 전설의 뮤지컬. 특히 이번 한국공연은 무려 4개월간의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김보경, 김선영, 류창우 등 실력이 뛰어난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 여러 단계의 오디션을 통해 중진배우는 물론 신인배우들이 대거 주역을 맡아 개막 전부터 관심을 끌기도 했다. 10월1일까지/세종문화회관 대극장/1588-7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