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562호 (2006년 09월 11일)

아이디어ㆍ개발과정ㆍ마케팅 ‘톡톡’

기사입력 2006.09.07 오후 02:53

히트상품은 기업의 꿈이다. 빅히트 상품 하나가 시장 판세를 바꿔 버리고 때로는 기업의 운명까지 들었다 놓곤 한다. 올해 새로 등장한 히트상품들 역시 수많은 뒷이야기를 남기며 각자의 시장에서 메가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는 내수경기도 이들에게는 딴 나라 이야기다.

흔히 히트상품에는 ‘공식’이 있다고들 한다. 만들기 대단히 어려우면서 한편으로는 아주 쉬운 일이라고도 한다. 연구자들은 “고금의 히트상품들이 ‘기본에 충실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쯤 되면 알쏭달쏭 선문답이 따로 없다. 도대체 그 공식이 무엇이고 기본은 또 뭔가. 분명한 것은 빅히트 상품들은 태동부터가 남다르다는 것이다.

▷두산주류BG ‘처음처럼’ = ‘처음처럼’의 돌풍은 소주시장에 저도주 바람을 일으킨 것은 물론 근래 가장 흥미진진한 마케팅 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줄곧 진로의 아성에 눌려 있다 순식간에 도약한 두산의 저력에 시선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지난 2월 첫선을 보인 ‘처음처럼’은 출시 17일 만에 판매량 1,000만병을 돌파하더니 51일 만에 3,000만병(100만상자)을 팔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이 기록은 소주업계 밀리언셀러로 불리는 진로의 ‘참이슬’이 98년에 세웠던 91일 기록을 40일이나 앞당긴 것이다. 또 ‘산’이 유지한 5%대에서 시작한 시장점유율은 5개월 만인 지난 7월 10%대를 넘어서 계속 전진 중이다.

두산측은 ‘처음처럼’이 성공한 이유를 크게 네 가지로 꼽고 있다. △젊은 세대 타깃 마케팅 △출고가 인하 △신선한 이름 △웰빙 열풍에 따른 저도주 선호 현상이 그것이다. 한기선 두산주류BG 사장은 ‘처음처럼’ 출시기념 기자간담회에서 “25~35세의 입맛을 사로잡아 놓아야 이들 입맛이 50대 이후까지 유지된다”며 “모든 마케팅 활동을 25~35세 젊은 세대 공략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처음돌이’라는 캐릭터를 도입, 젊은이들이 많이 몰리는 상권에서 카퍼레이드 행사를 펼치고 소주업계 최초로 홍보용 120㎖ 미니어처 150만병을 제작해 무상 제공하는 등 튀는 판촉행사를 벌인 게 그 일환이다. 봄 대학 축제를 기해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를 벌인 것도 초기 시장 장악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유통가의 도움도 컸다. 출고가를 기존 800원에서 730원으로 70원 낮춘 게 한몫 했다. 출고가를 낮추면 주류도매상이나 업소주인들은 인하분만큼의 마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은 출고가 인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 주류도매상 위주의 판매망을 전환, 출시 1년 전부터 도매상 관리조직과 업소 관리조직을 이원화해 운영했다. 신제품의 빠른 회전이 가능했던 비결인 셈이다.

무엇보다 이름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1,200여개의 후보작 중에서 신영복 교수의 시 ‘처음처럼’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제목과 서체를 그대로 가져다 제품에 응용했다. 과정 자체가 파격적인 것은 물론 제품 컨셉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게 신선함을 주면서 인기몰이를 하는 계기가 됐다.

원료인 알칼리 환원수, 한때 대장암 투병생활을 했던 한사장의 경험 등도 강력한 마케팅 포인트로 작용했다. 한사장은 여러 인터뷰에서 “항암치료에 도움이 됐던 알칼리수로 소주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왔었다”면서 건강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도수까지 20도로 1도 낮춰 여러모로 웰빙 트렌드에 걸맞은 상품이 만들어진 것이다.

▷LG전자 ‘타임머신TV’ = 지난 6월을 뜨겁게 달군 월드컵은 기업들의 마케팅 각축전이기도 했다. 특히 PDP, LCD TV는 월드컵을 통해 순식간에 히트상품 반열에 올랐다. 그중에서도 LG전자의 타임머신TV가 단연 돋보였다. 생방송을 멈출 수 있다는 기발한 발상의 타임머신TV는 지난해 5월 첫선을 보인 이후 지금까지 PDP TV 브랜드 ‘엑스캔버스’ 판매량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식지 않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LG전자는 타임머신TV 개발을 위해 2년여 전인 2004년 초 20여명의 ‘에베레스트’ TFT를 구성했다. 처음에는 영업부서, 마케팅부서가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을 정도로 개발 가능성이나 시장전망이 불투명했다. TFT 구성원들의 심적부담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타임머신TV가 출시되기 훨씬 이전인 2002년 가을 생방송을 멈출 수 있는 셋톱박스 형태의 외장형 DVR(Digital Video Recording) 제품을 내놓았지만 월평균 판매량이 200대를 넘지 못하는 참패를 겪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소비자가 편리하게 기능을 사용할 수 있어야 했다. 6개월 목표로 시작한 개발 프로젝트는 1년이 넘어서야 마무리됐다. 합숙기간만 8개월이 넘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하드디스크가 TV에 내장된 일체형 타임머신TV는 출시 초기에 젊은층의 눈길을 끄는가 싶더니 차차 연령층 구분이 모호한 빅히트 상품의 면모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42인치의 타임머신 LCD TV를 출시한 이후에는 LCD TV 판매량의 약 40%를 타임머신TV로 판매하는 중이다. LG전자가 판매하는 평판TV의 절반 가량이 타임머신TV인 셈이다.

▷남양유업 ‘몸이 가벼워지는 17차’ = 지난 7월 말 남양유업의 ‘몸이 가벼워지는 17차(茶)’(이하 17차)가 대기록을 세웠다. 출시 1년여 만에 판매 1억개를 돌파한 것이다.

이 제품은 초기부터 화끈한 소비자 반응에 힘입어 빅히트 상품의 조짐을 보여 왔다. 월 150만개씩 팔리더니 올 들어선 5~6월 성수기에 접어들면서 월 2,000만개씩 팔려나갈 만큼 놀라운 고성장을 보였다.

남양유업측은 올해 17차 단일 품목으로만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가지 아이템으로 200억원 매출을 올리면 식품 분야 히트상품 반열에 충분히 올라서는 점을 감안하면 실로 대단한 실적이다.

다른 히트상품이 그렇듯 17차 제품개발에는 우여곡절이 따랐다. 은은하지만 특징 있는 맛을 찾기 위해 2년 이상의 시간을 투자했고 제품 샘플링과 테스트에 100만개 이상의 제품을 사용했다. 특히 고유 풍미를 갖고 있는 각각의 차 성분 17가지를 조화시켜 맛을 만드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는 후문이다. 성분 1g에 따라 맛을 느끼는 정도가 천차만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모델 전지현 역시 히트의 일등공신이다. 롯데칠성음료 ‘미녀는석류를좋아해’의 이준기와 함께 제품 소구력을 극대화시키는 최적의 모델로 꼽힐 정도다.

남양은 최근 17차 미국 수출을 시작, 연 100억원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 수출담당자는 “수출이 개시된 후 약 한 달 동안 30만개 가량이 팔려나갈 만큼 뜨거운 반응”이라며 “불가리스, 프렌치카페, 맛있는우유GT 등과 더불어 대표적인 효자상품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은 여세를 몰아 연매출 1조원 달성뿐 아니라 음료업계 빅5 달성목표 또한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jpark@kbizweek.com

인터뷰/이정태 두산 ‘처음처럼’ 브랜드매니저

‘처음부터 끝까지 새롭게’가 비결

“처음처럼이 소주의 브랜드화를 이뤘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소주를 마시는 사람이 행사할 수 있는 선택권은 거의 없었다. 소주 하면 진로 참이슬이었기 때문이다. 간혹 두산의 ‘산’을 시키면 ‘좀 특이한 사람’으로 인식되곤 했다. 소주에는 브랜드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반대로 되고 있다는 게 이정태 두산주류BG 브랜드매니저(부장)의 말이다. ‘소주 주세요’라는 주문 대신 ‘처음처럼 주세요’라는 주문이 확산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소주가 브랜드를 갖게 되고 소비자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처음처럼은 최근 보기 드문 회생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늘 진로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다 순식간에 바람몰이를 해낸 까닭이다. 그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부장은 “참이슬을 깨기 위해 3년 동안 준비한 결과”라면서 “시장의 메가 트렌드를 먼저 읽고 제품을 그 위에 얹은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우선 ‘건강, 감성, 개성’이라는 키워드를 뽑고 이에 맞는 제품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과정을 택했다. 신제품 출시 이후 마케팅 포인트를 결정하는 보통의 과정과는 반대였던 셈이다. 즉 ‘건강’을 위해 도수를 1도 낮추고 알칼리수를 채택했으며, ‘감성’은 신영복 교수의 작품 이름으로 맞추고 ‘개성’은 젊은층을 타깃으로 구현했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처럼은 잠깐 히트 치려고 만든 제품이 아니다”면서 “광고부터 이름, 도수, 물,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새로운 시도가 처음처럼 신화를 만들고 있는 만큼 제품력과 마케팅력이 어우러져 메가 히트제품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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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7 1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