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562호 (2006년 09월 11일)

전기자동차ㆍ디지털영상 개발 ‘후끈’

기사입력 2006.09.07 오후 02:53

미국 스탠퍼드대 인근 멘로파크(Menro Park)시의 카페골목. 젊은이들이 저녁 때면 맥줏집과 와인바 등에 속속 몰려온다. 정장차림도 있고 청바지에 티셔츠를 걸친 사람들도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이 골목은 정적이 감돌았다. 하지만 가을의 문턱에 접어든 요즘 사람들로 북적이며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멘로파크는 수백개의 벤처캐피털업체들이 몰려 있는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의 대표적인 금융타운. 이곳 카페의 번성은 곧 실리콘밸리가 살아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세계 정보기술(IT)산업의 메카인 실리콘밸리가 부활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1990년대 말 사상 최대의 벤처 붐을 일으켰다가 2000년 이후 닷컴기업들의 거품이 빠지면서 지난해 상반기까지 심한 몸살을 앓았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기업들의 성적이 좋아지고 벤처캐피털 자금 유입, 사무실 공실률 하락, 실업률 하락 등이 이어지면서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낙관론이 퍼지고 있다.

실리콘밸리 내 300여개 상장기업 중 150대 상장기업의 2005년 총매출은 3,726억달러로 2004년보다 11% 늘었다. 수익도 371억달러를 기록하며 전년도보다 18% 불어났다. 고용도 증가세로 반전해 2004년보다 4.4% 증가했다. 벤처투자자금은 지난 2000년 1,060억달러를 정점으로 벤처 거품이 걷히면서 2001년 379억달러, 2002년 36억달러로 급격히 줄었으나 2004년 176억달러로 다시 늘기 시작했다.

실리콘밸리 부활에는 과거 벤처 거품 시절에 구축된 우수한 서비스 인프라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벤처 거품 당시 생겨난 많은 헤드헌터, 마케팅회사, 벤처투자회사, 법률회사 등의 기반시설이 실리콘밸리 부활에 든든한 배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실리콘밸리는 과거처럼 IT 일변도의 기술개발과 상품화에만 매달리는 게 아니다. 변신을 통한 재도약에 나서고 있다. 자동차 메카인 디트로이트가 이루지 못한 첨단 전기자동차 개발이 한창이다.

정교한 전자제어시스템과 고성능 배터리가 핵심인 전기자동차는 1990년대 GM을 비롯한 자동차회사들이 수십억달러씩 투자해 개발에 착수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느린 속도, 짧은 주행거리, 불편한 재충전, 볼품없는 외관 등의 문제점 때문이다. 그 결과 휘발유와 배터리를 겸용으로 하는 하이브리드카(Hybrid Car)가 나와 시판되고 있다.

그러나 테슬러모터, 라이트스피드, 리론셀스 등의 실리콘밸리 벤처기업들이 혁신적인 첨단 전기자동차 및 고성능 배터리 개발에 나서면서 상용화의 꿈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기름값 상승과 친환경제품 수요가 맞물리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들 벤처기업은 특히 30억달러로 추산되는 스포츠카의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테슬러모터의 텔사 로드스타 모델은 한 번 배터리 충전으로 시속 208㎞로 400㎞를 주행할 수 있으며, 출발부터 시속 100㎞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4초에 불과하다. 뛰어난 급가속 능력으로 경주용차의 대명사인 포르쉐와 페라리에 견줄 정도다. 이미 시운전을 거쳐 100대나 예약 주문된 상태이며 구글, 이베이 등 미국의 성공한 벤처기업 창업자들이 자본 참여를 하고 있다.

이곳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과 벤처투자회사들은 영화산업, 생명공학 등과의 융합을 통한 변신도 추진 중이다. 실리콘밸리와 할리우드의 합성어인 실리우드(Siliwood), 실리콘밸리와 바이오테크놀로지의 합성어인 바이오밸리(Bio Valley)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중이다.

실리우드는 미국의 영상 소프트산업이 ‘영상의 디지털화’를 통해 새로운 활력을 얻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인 실리콘그래픽스(SGI)에 의해 95년 컴퓨터 그래픽만으로 영화 <토이스토리>가 제작된 이후 실리우드는 영화 제작의 코드가 됐다.

이런 영상의 디지털화는 영화 제작비의 혁신적인 절감뿐만 아니라 엄청난 부가가치를 가져다준다. 이른바 ‘단일 소스, 복합 활용’(One Source, Multi Use)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능하게 한다. 디지털로 만들어진 영상물은 CD롬에 담을 수 있고 온라인으로 다운로드받아 볼 수 있으며 각종 게임과 캐릭터 제작에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중반 이후 제넨텍, 암젠 등을 비롯한 많은 생명공학 관련 바이오벤처기업들도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남샌프란시스코에서 새너제이까지 폭넓게 자리잡은 이들 바이어 벤처기업은 그동안 생명윤리, 건강보건과 관련한 여러가지 법률적인 제약, 매우 긴 연구 및 상용화 기간 등의 요인들로 인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못 끌었다.

그러나 점차 많은 바이어벤처기업들이 좋은 평가와 함께 투자를 받고 있다. 특히 스탠퍼드대학, 샌프란시스코주립대 등의 대학과 벤처캐피털들은 IT와 생명공학을 융합한 사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새너제이시에서는 바이오테크센터를 설립, 이들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그들은 이곳을 바이오밸리라고 부른다.

웹2.0 기반하에 새로운 벤처신화 등장

이런 실리콘밸리의 산업구조 변화와 함께 최근 눈에 띄는 것이 ‘참여, 공유, 개방’을 핵심으로 하는 ‘웹2.0’(Web 2.0) 등 새로운 개념의 비즈니스 모델과 벤처신화의 등장이다.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인터넷 전문가이자 오라일리미디어 사장인 팀 오라일리는 닷컴 붕괴 이후 살아남은 구글, 아마존, 이베이, 야후 등의 성공기업을 분석했다. 그리고 이들 기업이 모두 표준에 입각한 개방형 서비스 구조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한 활발한 집단지식 공유 및 창출 등의 핵심가치를 통해 수익구조를 확고하게 구축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이렇게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인터넷 비즈니스의 흐름을 기존의 웹1.0 시대와 구분해 2004년 웹2.0이라고 이름지었다. “기술보다 인간이 먼저이고 그다음에 서비스와 수익이다. 내 지식을 열면 그 이상으로 내가 얻는다”는 웹2.0 기반하에 새로운 벤처기업이 탄생하고 벤처캐피털의 투자도 활발해지고 있다.

98년 설립된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은 야후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영어권 정보의 입구를 확실하게 장악했다. ‘I googled it!’이 ‘인터넷에서 찾아봤어!’와 같은 뜻으로 통용될 정도다. 하지만 PC의 입구를 장악한 마이크로소프트(MS)처럼 비난받는 게 아니라 되레 사랑을 받고 있다. 구글은 고객지향적인 다양한 부가서비스의 제공을 통해 MS, 애플 등의 아성마저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구글의 행보는 현재 IT업계의 최대 화두다.

구글은 2004년 8월 주당 85달러에 주식을 공모해 17억달러를 끌어모았다. 이 공모액은 인터넷업체가 기업공개로 모은 돈 중 가장 많은 것이다. 2년이 지난 2006년 8월 현재 구글의 주가는 374달러로 치솟았다. 구글의 뒤를 이어 최근 각광받고 있는 유튜브, 마이스페이스 등의 벤처기업도 웹2.0 기반하에 최근 3년 새 생겨난 기업들이다.

스탠퍼드대학은 구글 덕에 대박을 터뜨렸다. 구글을 창업한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스탠퍼드대학 전자공학과 박사과정 재학 시절 창업자금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주목할 만한 것이 바로 오피니언 리더들의 자발적인 모임이다. 규모가 큰 유료 컨퍼런스가 아니라 소규모 기술자 모임이 계속 생겨나고 정보의 공유와 선의의 경쟁이 활성화되고 있다.

심상렬·광운대 국제통상학과 부교수

(현·새너제이주립대 방문교수)

실리콘밸리 개요

실리콘밸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카운티에 속하는 6개 도시(팔로알토, 마운틴뷰, 서니베일, 쿠퍼티노, 산타클라라, 새너제이)를 중심으로 산학협력 연계에 의한 첨단기술 복합단지를 말하며, 주변지역으로 계속 확장 중이다.

1939년 스탠퍼드대 출신의 휴렛과 패커드가 음향측정장비를 생산하는 HP를 한 차고에서 공동창업하면서 실리콘밸리가 탄생했다. 그후 인텔 등 반도체회사, 애플컴퓨터·선마이크로시스템 등 컴퓨터회사, 시스코시스템즈 등 네트워크회사, 어도비시스템즈 등 소프트웨어회사, 그리고 야후·구글 등과 같은 인터넷회사까지 집결했다.

이곳에는 300여개의 내로라하는 상장기업들이 몰려 있다. 미국 전체 벤처자금의 3분의 1 이상이 이곳에 투자돼 있고 인터넷 정보혁명이 여기서 주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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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7 1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