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목 ‘전체 관람가’ 영화

이제 곧 추석 극장가의 문이 열린다. 전통적으로 한국영화가 강세를 보여온 추석 대목이 올해는 〈왕의 남자〉로 〈괴물〉이 등장하기 이전 놀라운 흥행신화를 썼던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 스타〉, 〈범죄의 재구성〉으로 혜성처럼 등장했던 최동훈 감독의 두 번째 영화 〈타짜〉, 〈가문의 영광〉의 3편인 〈가문의 부활〉의 삼파전으로 압축된다. 가장 먼저 달리기 시작한 것은 〈가문의 부활〉이다. 독과점 논란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괴물〉의 압도적인 흥행을 견인했던 배급사 쇼박스가 그 여세를 몰아 〈가문의 부활〉을 당초 추석시즌보다 한 주 앞서 개봉하는 야심찬 선점전략을 세운 것이다. ‘속편의 영광’을 이어갔던 〈가문의 위기〉 제작진과 출연진이 고스란히 3편에도 이어진 것은 흥행의 청신호다. 그중에서도 특히 TV에서의 코믹이미지를 십분활용하고 있는 김수미, 탁재훈의 비중이 거의 주연이라고 할 만큼 월등히 높아졌다. 이제 김혜수, 전도연, 장진영도 부럽지 않은 주연급으로 발돋움한 김수미는 물론이요 탁재훈 역시 〈맨발의 기봉이〉,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거치며 코믹 영화배우로서의 입지를 착실히 다져나가고 있다.전라도 최고 조폭가문으로 이름을 날렸던 백호파는 검사 진경(김원희)을 맏며느리로 들이면서 조직생활과 작별을 고한다. 홍덕자 여사(김수미)의 손맛을 기반으로 ‘엄니손’ 김치사업을 시작하며 새로운 가문의 역사를 써나간다. 한편 진경의 남편인 인재(신현준)에 대한 질투심으로 어설픈 음모를 꾸미다 구속된 전직 검사 명필(공형진)은 출소 후 복수를 준비한다. 그는 백호파의 맞수 도끼파 두목(김해곤)과 힘을 합쳐 백호파의 둘째아들 석재(탁재훈)를 미인계로 꼬드겨서는 김치 맛의 비밀을 파헤치게 되고, 승승장구하던 엄니손 김치사업을 도산 위기에 빠트린다. 홍회장 일가는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나앉는 신세가 되지만 가문의 정신적 지주였던 고 장회장(김용건)의 정신을 되살려 의기투합, 위기를 극복하기 시작한다.〈가문의 영광〉 시리즈는 〈조폭마누라〉 시리즈와 더불어 소위 ‘평단과 관객의 분리’를 가장 설명하기 쉬운 영화들이다. 언제나 유치하고 저속한 개그라는 비판에 시달리지만 〈가문의 영광〉(2002년), 〈가문의 위기〉(2005년) 모두 흥행 롱런에 성공했다. 〈가문의 부활〉 역시 웰메이드와 거리가 먼 철저한 ‘전체 관람가’용으로 기획, 상업영화의 만듦새를 벗어나지 않는다. 배우들 모두 TV에서 봤던 이미지의 재탕이지만 그것은 관객을 유인하는 가장 큰 매력 포인트이기도 하다. 작품성에 대한 기대를 무장해제한 관객이라면 킬링타임용 영화로 별다른 무리는 없다. 지나치게 많은 과거 회상 장면들이 흠이라면 흠이지만 ‘욕먹을 각오하고 웃겨주겠다’는 시리즈의 본능에는 충실하다. 주성철·필름2.0 기자 kinoeye@film2.co.kr개봉영화▶야연(夜宴)황제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그 배후로 의심되는 황제의 동생이 황위를 계승한다. 미망인이 된 황후 완(장쯔이)과 황태자 우(오언조)의 생사조차 위협을 받게 된다. 이에 완은 어린 날의 연인이었던 우를 살리기 위해 황제와 재혼을 한다. 장이모우의 〈영웅〉과 〈연인〉, 첸카이거의 〈무극〉을 잇는 대륙형 서사 무협영화다. 장이모우와 첸카이거 이후 떠오르고 있는 대작 감독 펑샤오강을 통해 중화권 영화의 현재 위상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감독 펑샤오강. 주연 장쯔이, 오언조, 갈우, 저우신▶무도리노인 10여명만 살고 있는 강원도 산골마을 무도리가 천하제일의 자살명당으로 소문이 난다. 우연히 무도리에 대해 알게 된 신인 방송작가 미경은 특종을 노리고 마을로 잠입, 죽기만을 기다리는 자살동호회 회원들과 아슬아슬한 동고동락을 시작한다. 한편 무도리에 살고 있는 노인 3인방은 마을을 찾은 자살지원자들을 대상으로 돈벌이를 시작한다. 공개적으로 ‘〈마파도〉의 할아버지 버전’을 내세운 추석 겨냥 코미디영화. 감독 이형선. 출연 서영희, 박인환, 최주봉, 서희승▶귀향(Volver)스페인 마드리드에 살고 있는 젊고 아름다운 라이문다는 기둥서방이나 다름없는 남편과 사춘기에 접어든 딸을 둔 실질적 가장이다. 모든 현실이 짐스럽기만 한 어느 날 그녀의 딸 파울라가 성추행하려는 아버지를 칼로 찔러 죽이는 사건이 벌어진다. 한편 라이문다의 언니 솔레는 고향인 라만차에 다녀오는 길에 엄마의 유령을 만나게 된다. 스페인 영화계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이름에 걸맞게 올해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과 각본상을 수상한 수작.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주연 페넬로페 크루즈, 카르멘 마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