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집값 ‘쑥쑥’…가격 ‘지금의 절반’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 체질이 바뀌었다는 것은 누구나 체감하는 사실이다. 주식, 부동산, 창업 등 주요 재테크 부문은 물론 오랜 시간 한국적 특성에 맞게 세팅된 산업구조조차 순식간에 뒤집히곤 하는 요즘이다. 이쯤 되면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은 옛말이 되게 생겼다.불과 5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 봐도 ‘격동의 세월’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특히 재테크 부문의 변화는 놀라울 정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거의 5년보다 앞으로의 5년이 훨씬 더한 격변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금까지의 변화상은 서막에 불과했다는 의미다. ‘앞으로 5~10년 동안 부를 향한 질주가 절정을 향해 치달을 것’이라는 게 경제 미래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미래의 부를 지배하기 위해선 과거 5년의 변화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거 움직임에서 미래 투자의 맥을 짚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부를 형성하는 재테크 측면, 그중에서도 주식과 부동산의 변화를 비교해 보자.주가 2배 ‘훌쩍’ = 5년 전인 2001년 말 코스피시장은 지수 693.70으로 마감했다. 99년부터 시작된 ‘바이 코리아’ 열풍에 힘입어 증시가 급등하는가 싶더니 오래가지 못했다. 2000~2001년 급격히 꺾이더니 2002년에도 627.55에서 마무리 됐다. 더욱이 이때는 증시의 유동성이 부동산 쪽으로 몰리면서 부동산가격이 급등하는 현상까지 낳았다. 코스닥시장 역시 99년 2,561.40까지 지수가 오르더니 2001년에는 722.10, 2002년에는 443.60으로 미끄러졌다. 이래저래 증시가 죽을 쑨 시기였다.하지만 2004년 말부터 이야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2004년 말 코스피시장이 895.92로 마감돼 기대감을 한껏 높이더니 2005년 말에는 1,379.37까지 치고 올라갔다. ‘지수 3,000 간다’는 말이 나오는 게 전혀 무리가 아닌 상황이었다. 올 들어 다시 증시가 조정을 받는 양상이지만 여전히 지수는 1,300선을 탄탄하게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펀더멘털이 강해져 과거와 같이 급격한 사이클을 타진 않을 것이란 게 한국 증시를 바라보는 공통된 시각이다.주가가 오르면서 달라진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시가총액이 2001년 255조원 수준에서 675조원을 넘어섰다. 불과 5년 만에 코스피지수는 2배 가까이, 시가총액은 2.5배 이상 오른 셈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줄곧 시가총액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2001년 42조원 수준이던 시가총액이 2006년 9월 19일 현재 99조원 수준으로 2배 이상 뛰었다. 특히 지난 2004년 4월에는 주가가 61만6,0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더니 국내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합계가 100조원(우선주 포함)을 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5년 전 벤처 거품 뒤 황량함을 경험했던 코스닥에서도 그동안 황제주가 여럿 탄생했다. 2003년부터 시가총액 톱5에 꼽히기 시작한 NHN의 경우 지난해부터 LG텔레콤, 하나로텔레콤, 아시아나항공 등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비록 매출은 3,000억원대에 그치고 있지만 성장성이 높기에 가능한 일이다.한편 2000년 말 증시 폐장 당시와 지금의 주가를 비교, 가장 가격이 많이 상승한 종목은 대우자동차판매, STX, 현대미포조선, 현대해상화재보험, 코리안리재보험(액면변경 및 기준가 변경 등을 반영한 수정 주가 기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선물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대우자판은 2000년 12월 말 872원이었던 주가가 2만3,450원으로 올라 무려 2,589.2% 상승률을 기록했다. 코스닥에서도 하나투어, 서부트럭터미널, 인터파크, 네오위즈, 한국캐피탈 등이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하나투어는 2000년 말 1,248원이던 주가가 9월19일 현재 6만5,200원이다.부동산 ‘극과 극’ 흐름 = 2001년 이후 부동산시장은 그야말로 양적, 질적 측면에서 혁명적 변화를 겪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와 증시 침체, 과잉유동성을 바탕으로 시중 부동자금을 싹쓸이하듯 흡수하더니 이제는 정책 규제에 거품논쟁까지 겹쳐 전문가들까지도 미래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지경이다.특히 딱 5년 전인 2001년을 기점으로 부동산시장 내·외부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 2001년부터 매매가 수직상승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재건축 열풍이 점화됐으며 ‘청약광풍’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아파트 청약열기가 달아올랐기 때문이다. 주상복합 분양 현장에 ‘떳다방’이 본격적으로 출현한 것도 이즈음이다. 2001년부터 부동산 규제책이 쏟아지기 시작한 2003년까지 부동산시장은 80년대 중반과 비슷한, 신화나 다름없는 양상을 이어갔다.그 결과 5년 전과 지금의 부동산가격은 천양지차로 벌어졌다. 부동산114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01년 9월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 평당가는 1,195만원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3,161만원이 됐다. 서초구는 1,054만원에서 2,536만원으로, 송파구는 968만원에서 2,228만원으로 강남구 못지않게 뛰었다. 용산구, 양천구 등도 그동안 가격이 2배 이상 올라 평균가격이 평당 2,000만원을 돌파했다. 서울 전체로 보면 738만원에서 1,493만원으로 상승폭이 2배를 웃돈다. 분당 또한 691만원에서 1,898만원으로, 일산은 544만원에서 1,183만원으로 올랐다.이에 비해 별 움직임이 없었던 지역도 있다. 강북구는 488만원이던 평당가가 719만원, 금천구는 466만원에서 729만원, 중랑구는 504만원에서 724만원으로 오르는 데 그쳤다.이처럼 가격이 급등하자 전체 아파트 가격을 뜻하는 아파트 시가총액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서울의 경우 2001년 9월 189조원에서 519조원으로 무려 330조원이 늘었다. 전국으로 따지면 496조원에서 1,271조원으로 775조원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서울 강남은 5년 전 28조원에서 최근 100조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반면 강북은 1조3,800억원 수준에서 4조1,100억원으로 늘어났다.통계에서 보듯 지난 5년은 부동산시장에서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고착화된 시기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2001년에는 외환위기 이후 급락에 따른 반작용 및 공급공백에 다른 전세난, 환율하락, 금리인하 등 여러가지 상승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전세가, 매매가의 수직상승현상이 나타났던 첫해였다”고 말하고 “더불어 나타난 지역별, 평형별, 상품별 차별화 장세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도 시장을 지배하는 화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