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에 도움 되는 기업이 우리 목표’

10월은 ‘핑크리본의 달’, 즉 ‘세계 유방암 인식의 달’이다. 핑크리본은 유방암 퇴치의 상징으로 화장품업체 에스티로더가 1991년에 고안했다. 이후 매년 10월이면 전세계적으로 유방암 퇴치 행사, 즉 핑크 리본 운동이 벌어진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한국유방건강재단, 한국유방암학회 등 비영리단체와 여러 기업들이 가두행사와 마라톤 등 다양한 형식의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도 이 캠페인에 참여하는 대표적인 국내 활동 기업 중 하나다. 2002년부터 유방암 조기 검진의 필요성을 알리는 핑크리본 달기 운동에 참여하는가 하면 2004년에는 유방암 검진 버스를 제작,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에 기증해 등 소외계층에게 무료검진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올해도 10월16일부터 10월31일까지 유방암 무료검진 서비스를 실시하며 10월19일에는 서울시와 대한암협회가 주관하는 ‘핑크리본 점등식’에 후원사로 참석한다.이처럼 뜻 깊은 행사에 적극 나서고 있는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의 CEO 박세열 대표(46)는 기자와의 인터뷰 자리에서 “실제 의료 현장에서 일하는 의료진이야말로 주목받아야 할 대상”이라면서 “우리는 그저 유방암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환기시키는 데 자그마한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유방암 퇴치 캠페인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요.2000년까지만 해도 한국여성 암 발병률 1위는 남성과 마찬가지로 위암이었습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 들어서면서 유방암이 전체 여성 암의 16.1%를 차지, 1위에 올랐습니다. 존슨앤드존슨에는 크레도(Our Credo), 즉 ‘우리의 신조’라는 명문화된 경영철학이 있습니다. 그중 한 가지가 바로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입니다. 따라서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만한 활동을 하자는 존슨앤드존슨의 신조와 현재 속해 있는 산업분야의 특성이 잘 맞아떨어진 게 유방암 퇴치 캠페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95% 이상입니다.2004년에 탄생한 유방암 검진 차량 맘모버스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습니까.2002년에 처음 유방암 퇴치 캠페인에 참여할 때는 대중에 대한 홍보활동 중심으로 임했지만 좀더 실질적인 도움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소외계층을 직접 찾아갈 수 있는 유방암 검진 버스입니다. 우리가 의료주체가 아니니까 직접 의료행위는 못하더라도 이런 아이디어에 대한 금전적인 지원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특히 한국은 북미나 서유럽과 달리 유방암 환자의 상당수가 40대로 연령층이 낮습니다. 사회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할 여성들이 유방암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할 경우 국가적으로도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겠죠.존슨앤드존슨은 다른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존슨앤드존슨의 한국 계열사 3사 한국존슨앤드존슨,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 한국얀센은 유방암 퇴치 캠페인 이외에도 북한어린이 사랑심기, 정신건강프로그램, 모유먹이기 캠페인, 홀트아동복지회 자원봉사활동과 자연재해가 있을 때마다 수시로 구조, 복구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알려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요즘은 많은 기업들이 이 같은 활동에 좋은 뜻을 담아 참여하고 있다고 봅니다. 다만 존슨앤드존슨의 기업이념은 소비자와 종업원, 지역사회와 주주의 순으로 그들을 향한 책임감을 갖는 것입니다. 결국 기업에 중요한 것은 고객와 종업원,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한 뒤에라야 주주에게 적절한 이익을 돌려준다는 마음가짐입니다.그렇다면 기부활동 규모는 얼마나 됩니까.존슨앤드존슨은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세전이익의 4.3%를 사회공헌활동에 썼습니다. 현금과 현금 이외의 기부활동을 합치면 총 59억1,900만달러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한국의 3개 계열사들도 활발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친 것을 인정받아 지난 2005년 6월에 3개사 사회기여사업의 책임자 자격으로 제가 대통령표창을 받았습니다.사업영역이 일반소비자에게는 익숙하지 않습니다.지난 80년부터 한국존슨앤드존슨의 사업부였다가 88년 독립법인으로 떨어져 나왔습니다. 인간의 건강은 약으로 지킬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수술을 통해서만 되찾을 수 있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바로 그런 경우에 필요한 의료기기와 진단제품을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심장, 정형외과, 여성질환, 당뇨, 전문 진찰기기 등이 유명합니다.인간의 삶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사업분야라고 할 수 있겠군요.네, 그렇습니다. 한국은 인구의 고령화 속도가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빠릅니다. 선진국이 수십년에 걸쳐 경험한 것을 불과 20년 만에 겪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환자들도 노령화되겠지요. 또 과거에는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질환이나 갑자기 생겨서 커지는 병을 앓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과 퇴행성 질환 등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히 의료기기 산업은 전망이 밝은 분야입니다. 또한 결국 약으로 다스릴 수 없는 부분을 다루기 때문에 현대과학의 첨단기술이 만들어내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경영학석사(MBA) 출신이면서 영업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어려운 점은 없으셨는지요.MBA란 게 본래 비즈니스를 잘하기 위한 것 아닙니까. 그런데 정작 영업 실무에서 활동해 보지 않은 사람은 탁상공론을 펼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특히 의료기기 영업을 하면서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전문영업’을 한다는 점에 큰 자부심을 가졌습니다. 오지 등 어려운 환경에서 의료행위를 하는 의사들이 있을 것 아닙니까. 그런데 그들에게 제가 정말 좋은 의료기기를 소개해 환자들이 행복을 되찾게 된다면 직장인으로서 그것처럼 큰 보람이 어디 있겠습니까.전문영업이라는 표현이 재미있군요.이전 직장에서도 영업을 담당했지만 더 강한 프로정신을 가지고 일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존슨앤드존슨과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의료기기와 진단제품을 파는 일이 전망 있는 비즈니스이기도 하지만 일반 제품이 아닌 프로페셔널 세일즈, 즉 전문영업이라는 사실에 도전하고 싶은 의지가 컸으니까요. 특히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면서 삶을 위협하는 질환을 치료하는, 즉 인간의 꿈을 실현하는 게 바로 지금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청년실업 장기화 속에서도 영업직을 꺼리는 젊은이들이 여전히 많은 것 같습니다.영업을 잘하기 위해서는 고객, 즉 상대의 입장을 먼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영업을 거친 사람이라면 어떤 분야에서든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제게 젊은이들이 성공비결을 물어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냥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라고 말해줍니다. 항상 실력만으로 모든 일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열정과 인내를 가진 사람이 요즘 같은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결국 어떤 일이든 상대방을 배려하는 영업 마인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사회기여활동과 관련해 앞으로의 각오를 들려주십시오.유방암만 해도 활동하고 있는 관련 단체들이 무척 많습니다. 하나의 기업이 나선다고 해서 전 사회가 변하는 것은 아니겠죠. 하지만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기업으로 남고 싶습니다. 존슨앤드존슨의 ‘우리의 신조’에 맞는 봉사 프로그램을 앞으로도 꾸준히 진행해 지역사회에 작으나마 보탬이 됐으면 합니다. 특히 실제 의료 현장에 있는 분들이 좀더 편하게 활동하도록 우리가 돕고 또 이를 통해 일반 대중에게도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는 계기가 마련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약력: 1960년생. 84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87년 워싱턴 주립대 MBA. 89년 삼성물산 입사. 91년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 대리 입사. 98년 존슨앤드존슨메디칼 아시아·태평양지역 마케팅 이사. 2003년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그룹 프랜차이즈 상무. 2003년 9월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 대표이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