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전문가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나를 불러 주세요’라고 홍보할 필요도 없고 ‘내가 최고입니다’라고자랑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전화가 빗발치고 찾는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뿐이랴. ‘한번만 도와주세요’라고 매달려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도와주고 싶어도 폭주하는 일거리 때문에 시간 내기조차 어렵다.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해당 업계에서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국내 최고의 장외 경영고수들을 소개한다.취재=권오준·박수진·김소연 기자 / 강수정 객원기자사진=서범세·김기남 기자삼국지의 제갈량은 유비가 찾기 전까지 초야의 묻혀 사는 선비일 뿐이었다. 만약 유비가 ‘삼고초려(三顧草廬)’하지 않고 중도에 포기했다면 조조 손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제국을 건설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재 유치의 중요성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최고의 인재를 구하기 위해 세계 각지를 누비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한 걸음 더 나아가 삼국지의 제갈량 같은 초특급 인재를 구한다면 그야말로 복덩이가 굴러들어오는 셈이다. 알고 보면 국내 산업계에서도 제갈량에 버금가는 최고의 전문가들이 없지 않다. 이들은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해당 업계에서는 ‘미다스의 손’으로 불릴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들은 ‘고객’을 찾아다니며 일거리를 애써 구하지 않아도 된다.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일감이 밀려들고 한번만 도와달라고 매달린다.이들이 일을 시작하면 성공은 으례 따라오기 마련이다. 조금 과장해서 하위권에서 맴돌던 기업이 단숨에 선두 기업군으로 뛰어오른다는 말도 들리고, 죽었던 기업도 되살린다는 다소 믿기 어려운 소문마저 나돈다. 이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언론에 나서기를 꺼린다는 것인데, 기자를 만날 시간이 없을뿐더러 특별히 자신을 홍보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업계에서 누구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최고의 경영 고수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백대균 월드인더스트리얼매니지먼트 컨설팅 대표, 김경백 우림방적엔지니어링 대표, 김신조 내외주건 대표, 손혜원 크로스포인트 대표, 김우정 풍류일가 대표, 최진우 메세나코리아 대표 등 6명이야말로 경영 고수로 손색이 없다는 게 해당 업계의 평이다.‘라인의 마술사’로 통하는 백대균 대표는 생산합리화의 최고봉이다. 그가 다녀간 공장은 라인 길이가 3분의 1이나 4분의 1로 줄어든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생산성을 인정받고 있는 LG전자 창원공장이 그의 작품이다. 지난 1989년부터 LG전자 창원공장 컨설팅을 하고 있다. 이처럼 한 기업에서 20년 가까이 일한 컨설턴트는 찾아보기가 힘들다.그렇다고 LG전자만을 한 것이 아니다. LG화학, LS전선, 삼성전자, 대우일렉, 성철사 등이 그의 ‘성형수술’덕을 톡톡히 본 기업들이다.‘방직 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김경백 대표는 섬유 업계 CEO들이 모두 아끼는 인재다. 도산 직전의 기업들이 그가 다녀간 뒤 기적처럼 되살아났다. 특히 제조 원가의 50~60%를 차지하고 있는 원매 구매에서 그를 따를 사람이 없다고 한다. 섬유업계가 함께 살 수 있는 길이 없을까 하고 고민하다가 대한방직협회와 함께 원자재 구매 노하우와 공장 운영기술 등을 매뉴얼화 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사양길을 걷고 있는 섬유 업계의 보석 같은 존재다.주택 마케팅의 귀재인 김신조 대표는 아파트 분양 사업에서 능력을 한껏 발휘하고 있다. 그에게는 불가능이 없어 보인다. 웬만한 1군 건설업체치고 그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부동산 경기가 나빠질수록,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까다로운 프로젝트가 많아질수록 그에게 SOS를 치는 건설업체들은 더욱 늘어난다. 용산 시티파크, 동탄신도시 메타폴리스 등 매머드급 프로젝트가 그의 손을 거친 것만으로도 지명도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도전과 열정으로 ‘신화’ 일궈브랜드 이름을 만들고 로고를 디자인하는 전문 네이밍 업체의 손혜원 대표는 네이밍 업계 자타 공인 대표선수다. 다른 네이밍 업체의 결과물에 만족하지 못한 고객사가 비싼 가격을 치르면서도 마지막으로 찾는 네이미스트가 바로 그녀다. 국내 소주시장에 돌풍을 몰고 온 두산주류BG의 ‘처음처럼’이 그녀의 머리에서 나왔다. 이외에도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LG전자 드럼세탁기 ‘트롬’, 청풍의 공기청정기 ‘청풍무구’ 등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히트 브랜드를 탄생시켰다.연세대 출신의 김우정 대표는 문화의 감동을 금전적 가치로 승화시킬 줄 아는 문화 마케팅의 고수다. 연극 무용 미술 등을 활용해 상상력을 키워주는 ‘팀 버튼’이라는 혁신교육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문화를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고자 하는 CEO들이 너나할 것 없이 그를 찾는다.현대백화점 문화마케팅 전문위원, 뮤지컬 <불의 검> 마케팅 프로듀서, 발렌타인극장 3개관 위탁 운영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스포츠 마케팅 분야의 대가로 명성이 자자한 최진우 대표는 에이전트, 광고대행, 이벤트로 고착화돼 있는 스포츠 마케팅의 영역을 캐릭터상품, 문구류, 액세서리 등 문화 산업으로 확장했다는 호평을 듣고 있다. 스포츠마케팅을 도입하려는 기업 CEO들이 자문을 받기 위해 앞다퉈 그를 찾는다. 태권도 포털 사이트 ‘무도닷컴’을 운영하고 있고, 전통무예인 택견을 디지털라이징하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그렇다면 이들이 최고의 경영 고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비결은 뭘까. 6명 경영 고수들의 활동 분야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하나로 뭉뚱그려 이야기하기란 쉽지 않지만 대략 3가지 정도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이들은 실무 경험을 충분히 쌓고 독립했다. 백대균 대표는 현대자동차에서 기본을 닦았다. 김경백 대표는 일신방직의 최고 일꾼으로 인정받았고, 김신조 대표는 우방에서 주택사업을 담당했으며, 손혜원 대표는 현대양행 기획실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안목을 키웠다. 최진우 대표와 김우정 대표도 마찬가지로 해당분야 기업에서 실무경험을 쌓았다.새로운 정보를 얻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백대균 대표는 한때 7명의 비서를 두고 전 세계 신문, 잡지와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해 정보를 모았다. 김경백 대표는 세계 거의 모든 기계 전시회를 돌아다닌다. 세계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손혜원 대표는 다방면의 독서를 통해 행간을 읽는 능력을 키운다고 했다. 김신조 대표는 40여 명의 직원들을 수시로 세계 곳곳에 보내 집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마지막으로 창의성과 열정을 들 수 있다. 최진우 대표는 스포츠 마케팅을 문화 산업과 연결하는 독창성을 발휘했다. 김우정 대표는 예술을 비즈니스의 도구로 활용하는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시도가 성공한 셈이다. 열정은 필수조건이다. 자기 분야의 최고가 되겠다는 신념과 실행에 옮기고야 마는 열정은 6인에게는 삶의 근거나 다름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