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경영 앞장서는 ‘안경 박사’

각종 취미생활과 사회봉사 활동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최고경영자(CEO)라더니 아니나 다를까, 기자가 사무실을 찾은 월요일 오전부터 그는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이미 조찬 모임을 하나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이라는 비서의 전언이었다.약속시간보다 10여 분 늦게 황급히 사무실로 돌아온 김태옥 시호비전그룹 회장은 방금 깎은 듯한 스포츠형 짧은 커트 머리와 트렌디한 슈트 차림으로 기자를 맞이했다. 이 예사롭지 않은 스타일은 인터뷰 당일 있을 자선 패션쇼 무대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한양대 최고엔터테인먼트 과정(EEP)에서 개최한 ‘박윤수 갤러리 더 쇼’에 게스트 모델로 출연하기로 돼 있었다.시호비전그룹(옛 한국옵티그마)은 안경테 제조와 유통, 안경점 프랜차이즈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안경 전문 기업이다. 현재 전국 백화점과 할인점, 호텔 등에 시호(SEEHO) 브랜드를 단 50여 개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으며 안경 업계 주간전문지 ‘옵티뉴스’를 발행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안경 업계의 대부로 불리는 김 회장은 ‘나눔경영’을 실천하는 CEO로도 유명하다. 최근에는 대한노인회에 5년간 안경 2만5000개 기증을 약속하는 행사를 갖고 1차분 5000개를 전달했다.“부자처럼 살고 가난한 사람처럼 죽어야 한다”는 김 회장은 “힘 있을 때 능력껏 좋은 일을 하고 인생을 정리할 때는 빈손으로 가야 한다”며 나눔경영의 철학을 밝혔다.국가유공자 가족, 소년소녀 가장 등을 대상으로 안경 기증 행사를 계속 갖고 있는데요.제가 안경사협회 9대 회장을 맡았을 때 눈이 나빠도 안경을 살 돈이 없는 소외된 소년소녀가장의 소식을 듣고 눈물이 났습니다. ‘안경사로서 해야 할 일이 바로 이것이구나’하고 깨닫게 된 것이지요. 그때부터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 또 국가유공자 가족들에게 무료로 전달해 온 안경이 벌써 5만 개를 훌쩍 넘었습니다.나눔경영의 철학을 들려주십시오.그저 작은 회사를 운영하니 몸집에 맞는 봉사를 하는 것뿐입니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대로 봉사를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한국의 기부 문화는 아직 초기 단계인 듯합니다. 미국만 보더라도 장학금으로 공부한 이들이 사회 지도층으로 성장해 이를 다시 사회에 환원하지요.최근의 관심사는 무엇입니까.요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데 관심이 많습니다. 올해 사업은 주변에서 많이 도와줘서인지 인정을 많이 받았습니다. 시장 개척에도 큰 어려움이 없었고요. 자체 디자인한 제품이 시장에서 반응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는 한국언론인연합회가 선정한 2006년 ‘한국최고브랜드대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짬나는 대로 즐겁게 보내고자 시작한 게 스포츠댄스입니다.스포츠댄스 실력이 궁금합니다.처음엔 박자 맞추는 일도 어려웠는데 오랜 시간 하다보니 음악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수준이 됐습니다(웃음). 어려서부터 시작해 국가대표까지 지낸 태권도도 여전히 관심사입니다. 태권도는 인생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현재 태권도 공인 9단입니다. 체력 관리가 바탕이 돼 사업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패션도 주요 관심 분야 중 하나입니다. 젊은이와 많이 어울리려고 노력하고요. 그들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파악해야 사업에 큰 도움이 되니까요.평소 새벽 5시에 일어난다고 들었습니다.2시간쯤 신문을 읽고 7시부터는 운동을 2시간 동안 합니다. 운동할 때는 반신욕도 잊지 않죠. 항상 지금의 몸무게를 유지하려고 애씁니다. 또 여태까지 밤 12시 이전에 잠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자기계발을 위해 철저히 시간 관리를 하는 듯합니다.전국 3만 명 안경사 중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가 있는 사람은 저뿐일 겁니다(웃음). 대학원만 3곳을 다녔고 최고위 과정을 12개나 이수했습니다. 거의 매년 1개의 과정을 수료한 셈이지요. 경영 환경 종합과학 건강과학 엔터테인먼트 정보통신 생명과학 사회체육 홍보 등 다양한 분야에 특화된 프로그램들이었습니다.이렇게 많은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CEO는 만능 엔터테이너가 돼야 한다는 게 제 신념입니다. 또 20~60대까지 다양한 수강생들이 있으니 새로운 정보와 새로운 인맥을 얻는 데도 도움이 되죠. 기업을 이끄는 CEO는 다양한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습니다. 기업의 CEO가 가지는 지식과 인맥은 그 기업의 가치와 직결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그처럼 확고한 신념이 있으니 안경 업계는 든든하겠습니다.농경사회에서 100년 걸릴 게 정보기술(IT) 시대에는 1년이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모든 CEO는 변화에 민감하고 트렌드를 잘 읽어야죠. 안경업도 기업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이에 따라 업계 최초로 전사적 POS(Point of Sale·판매시점관리) 시스템과 ERP(전사적 자원관리)를 구축했습니다. 어떤 분야든 경쟁자가 있으면 더 좋은 기록이 나오지요. 따라서 제가 앞장서서 안경 업계의 발전을 위해 과감히 투자하고 있습니다. 안경이라는 것이 본래 세상을 밝게 하는 도구 아닙니까.안경 업계에 뛰어든 계기가 있습니까.제가 창업한 것은 외환 위기 때입니다. 다들 안경업이 사양길이라고 말렸습니다. 하지만 기존 안경원들과 컨셉트가 다르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불황의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되리라 믿었고 제 믿음대로였습니다. 고가 상품을 배제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국민의 눈 건강을 지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달려왔습니다. 또 체인 매장의 위치 선정이나 인테리어에서도 강력한 기업통합이미지(CI)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간판만 비슷하게 걸어주고 점포수를 늘리는 프랜차이즈를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안경 업계도 중국산 공세에 몸살을 앓고 있지 않습니까.이제 비용과 가격으로 중국과 경쟁하던 시대는 지난 셈이죠. 한국은 이제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특히 안경은 이제 패션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보는 기능은 기본이고 모임에 따라 의상이 바뀌듯 옷차림에 따라 안경도 달라져야 합니다. 대한민국 모든 사람을 멋쟁이로 만들고 싶은 게 제 꿈입니다. 안경 하나만 바꿔도 멋쟁이가 될 수 있습니다.그래서 직원 교육에 신경을 쓰시는군요.안경사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실무에 나서면 다시 배워야 하는 게 오늘의 현실입니다. 통계상으로 보면 한국의 대학 교육, 특히 공학계열 교육은 졸업생만 과다하게 양산해 대량 실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안경광학과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업 안경사들의 70% 정도가 검안 지식의 부족을 호소하고 있습니다.안경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요.우선 보건의료인이라는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한국의 안경사는 동아시아권에서 유일하게 법제도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만큼 권리와 의무를 지니고 있다는 말입니다. 단순히 장사꾼이 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스스로 품위를 갖고 지켜 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를 계발하고 학습해야 합니다. 사람이 사는 게 개인적으로든 사업상으로든 한 자리에 머무르면 망하는 법이지요. 계속해서 변신하고 연구해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제가 헤어스타일이나 의상처럼 사소한 부분에 신경을 쓰는 것도 그래서입니다.약력: 경북 성주 출생. 고려대 경영대학원·건국대 행정대학원·경원대 대학원 행정학과 졸업(행정학 박사). 사단법인 대한안경사협회 제9·12대 회장. 한국안경광학회 회장. 대구산업정보대학 안경광학과 교수. 안경사 국가고시 출제위원. 초당대 객원교수(현). KAIST 테크노 경영자클럽 회장(현). (주)미디어옵티 회장(현). (주)시호비전그룹 대표이사 회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