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재무통… 유통대동맥 일궈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60)에게 2006년은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 해다. 월마트코리아의 16개 점포를 인수해 1993년 서울 창동 이마트 오픈 이후 13년 만에 100호점 시대를 연 데 이어 12월 1일자로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기쁨까지 만끽했기 때문이다. 이에 힘입어 <한경비즈니스> 선정 ‘2006 올해의 CEO’에 변함없이 이름 석자를 올렸다. 2002년부터 5년 연속 한국의 10대 최고경영자(CEO)로 꼽히는 위업을 이룬 것이다.특히 조직관리 능력과 리더십에 있어선 한국 CEO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는 평이다. 이는 CEO로 취임하기 전과 후, 확연히 달라진 경영 지표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1999년 말 2조2684억 원 수준이던 매출은 올해 12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세전 이익은 77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내수경기 부진에 아랑곳없이 해마다 고성장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저력은 주가에도 반영돼 12월 14일 현재 55만 원대를 돌파하고 있다. 99년 말 7만1500원에서 8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올 한 해 실적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무래도 월마트코리아의 16개 점포를 인수한 것이다. 한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월마트를 인수함으로써 가볍게 100호 점을 돌파, 국내 유통시장의 최강자 입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 2위인 홈플러스, 3위 롯데마트와의 격차는 각각 50개 이상으로 더욱 벌려 놨다.중국 사업 가속화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1월 중국 톈진 탕구점을 비롯해 상하이에 무단장점과 산린점을 잇달아 오픈했다. 다점포화 전략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어 벌써 7개 점포를 확보했다.차세대 성장 동력 마련에도 집중한 한 해였다. 바로 복합쇼핑몰 사업이다. 단일 프로젝트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1조 원 이상을 투입하는 ‘신세계 센텀시티UEC(상업시설)’가 지난 7월 부산에서 착공됐고 경기도 고양시에 들어서는 테마파크 ‘한류우드 프로젝트’에도 복합 쇼핑몰을 진출하기로 했다. 또 신세계 백화점부문 죽전점이 상량식을 갖고 2007년 초 오픈을 앞두고 있다. 내년에는 연면적 3만8000평 규모의 의정부 복합쇼핑센터를 착공할 예정이다.구 부회장은 전형적인 ‘관리형 CEO’다. 1972년 삼성그룹 공채 13기로 입사해 삼성전자, 삼성물산의 재무 및 관리 부서를 섭렵했다. 이 때문에 유통업에 몸담은 적이 없는 이가 유통대동맥을 일궜다는 점이 늘 화제를 모은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재무부문에 정통한 것이 유통업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유통업은 입지 사업이기 때문에 투자 자산의 효율을 가장 높일 수 있는 재무 전문 CEO가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지론에서다.국내 기업 가운데 윤리경영을 가장 먼저 선언한 것도 경험에서 비롯됐다. 1980년대 중반 삼성물산 도쿄지사에 근무하면서 청렴함을 바탕으로 하는 윤리경영의 필요성을 느끼고 CEO가 된 후 실천에 옮겼다. “윤리경영은 글로벌 스탠더드이자 경쟁력의 근원”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이런 성정에 걸맞게 그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간디다. 항상 상대방보다 윤리적으로 행동해 도덕적인 우위를 가지고 상대방을 설득하고 여론의 지지를 받고자 한 점에 깊은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치에서는 원칙이 가장 중요하고 상업에서는 도덕이 가장 중요하다’는 간디의 철학은 구 부회장의 철학이기도 하다.구 부회장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출근해 일본 기업, 특히 유통업의 동향을 체크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골프보다 등산을 좋아하고 정원에서 잡초를 뽑고 텃밭 가꾸기를 즐기는 털털한 면도 있다. 술은 즐기지 않는 대신 독특한 스트레스 해소법을 갖고 있는데, 바로 자택 지하실 노래방에서 마음껏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구학서 신세계 부회장1946년 경북 상주 출생. 70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72년 삼성전자 경리과 입사. 88년 삼성전자 관리담당 이사. 96년 신세계 경영지원실 전무. 99년 신세계 대표이사 부사장. 2001년 신세계 대표이사 사장. 2006년 12월 신세계 대표이사 부회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