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쇼핑몰 운영…월매출 1억 ‘거뜬’

‘웃찾사’의 간판 프로그램이었던 ‘나몰라 패밀리’의 김경욱(25). 어이없는 단발 가발을 쓰고 촌스럽기 그지없는 옷차림에 어눌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웃기던 ‘바보킴’에 대한 기억은 이제 접어야 할 듯하다. 개그맨 최초로 슈트 CF의 모델로 등장, 180도 달라진 스타일리시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시청자들에게 ‘바보킴’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인지 CF 속 그의 변신은 반향이 컸다. 그러나 그의 팬들에게는 사실 이런 모습이 그다지 새로운 모습도, 놀랄 만한 일도 아니었다.작년 6월부터 인터넷 쇼핑몰 ‘나몰라’를 운영하고 있는 김경욱은 개그계의 베스트 드레서다. 그의 미니 홈페이지나 나몰라 쇼핑몰 사이트에 가 보면 그의 평소 패션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사진들이 가득하다. 옷에 대한 그의 관심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 쇼핑몰을 오픈하기 전부터 동대문시장을 내 집 드나들 듯 왔다 갔다 했다고. 이렇게 눈도장 찍으며 하나 둘 동대문시장에서 장사하는 ‘형’들과 알고 지내게 됐고 이들은 나중에 그가 나몰라 쇼핑몰을 오픈할 때 조언을 아끼지 않은 든든한 조력자가 됐다.그의 동대문 인맥(?)은 다양한 방법으로 진가를 발휘한다. 다른 사이트가 신상품을 구입해 업데이트하는 반면 나몰라 쇼핑몰은 협찬을 받는다. 물론 사진 촬영 후에는 깨끗하게 반납한다. 업데이트한 제품들 중 반응이 좋은 것들만 따로 모아 추가 주문을 보낸다. 신상품 샘플을 일일이 구입하려면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드는데 이 비용을 줄이는 것이니 운영자로서는 큰 도움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의 활약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물건 값을 깎아주기도 한다.“저에게는 다른 사람들보다 옷을 싸게 팔아요. 가장 큰 장점이죠. 그만큼 제가 저렴하게 옷을 판매할 수 있으니까요.”‘나몰라 패밀리’ 덕 좀 봤습니다!‘즐거운 쇼핑몰, 재미난 쇼핑몰’을 모토로 오픈한 지 7개월을 맞고 있는 나몰라 쇼핑몰. 잘 되는 달은 매출 1억 원은 거뜬히 달성한다고. 연예인이라는 이름을 걸고 홍보하니 이름 때문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주변에서 생각하듯 어려움 없이 순탄하게 현재까지 온 것은 아니다. 미니 홈페이지를 열심히 운영할 때 유독 그의 옷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고 옷에 대한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워낙 옷을 좋아하고 평소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쉽게 생각하고 도전했다.“한창 나몰라 패밀리 코너가 인기 있었던 때라 이름 덕 많이 봤어요. ‘나몰라’만 쳐도 쇼핑몰 사이트가 검색이 됐으니까요. 여기에 제가 인터뷰 등을 통해 간간이 쇼핑몰을 홍보했기 때문에 초반 방문자 수가 엄청났어요. 그런데 문제는 방문은 많이 하는데 제품 구매로까지 이어지지는 않더라고요. 그 이유를 따져보니 화려한 포장에 비해 내실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이템의 수도 적었고 업데이트도 빠르지 않았거든요.”사업 초기에는 다른 직원을 두지 않고 여자 친구와 둘이 운영했다. 그러다 보니 손이 모자라 발 빠르게 움직이지 못했고 초기 투자비용이 적어 다양한 옷을 올려놓지 못했다. 투자 금액이 적으니 돌아오는 이익도 적었다. 오픈한 지 두 달 만에 특단의 조치를 내리게 된다. 초기 투자비용은 1500만 원, 2개월 후 그 두 배인 3000만 원을 재투자했다. 이 3000만 원은 옷을 구입하는데 고스란히 들어갔다. 이왕 시작한 거 후회 없이 해 보자는 생각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아이템을 보강하고 직원을 뽑아 적극적으로 일에 뛰어드니 서서히 매출이 오르기 시작했고 지금은 매출이 안정 궤도에 올라섰다.매일 있는 대학로 공연이 끝나고 사무실에 돌아오면 이미 오후 10시가 넘은 시간. 그날 들어온 주문량을 체크하고 동대문 새벽시장을 찾는다. 아무리 바빠도 시장 가는 것은 절대 빼먹지 않는다. 쇼핑몰은 신상품과의 싸움이다. 매일 들어오는 신상품을 체크하고 샘플을 가져와 촬영, 신제품을 업데이트한다. 지난 7개월 동안 개그와 나몰라 쇼핑몰에만 매달려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이제 슬슬 인간관계에 금이 가고 있어요”라며 웃는다.쇼핑몰을 운영하며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차별화’다. 일단 메인 창부터 다르다. 그와 여자 친구의 이미지를 캐릭터화해 나몰라 만의 독특한 색깔이 있으면서도 재미있는 쇼핑몰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준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사진. 시장에 나오는 신상품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웬만한 사이트에 들어가면 같은 옷들이 올라와 있다. 차별화할 수 있는 건 사진뿐이라고 생각했다. 전형적인 모델 포즈에 비슷비슷한 배경의 사진은 피했다. 실생활 모습이 그대로 담긴 내추럴한 사진과 마치 잡지 화보에서나 볼 법한 완벽히 세팅된 사진들로 옷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당연히 남자 모델은 김경욱, 여자 모델은 그의 여자친구다.남자 옷과 여자 옷의 비율은 반반 정도. 다른 사이트는 남자 옷을 커플룩과 서브 아이템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몰라 쇼핑몰은 트렌디한 맨즈 아이템을 많이 구비해 차별화했다.가족적이고 재미난 곳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건 또 하나의 차별화 전략이다. 15만 원 이상 구매하는 고객에게는 ‘웃찾사’ 공연 티켓을 증정하는 등의 이벤트를 시즌마다 기획해 재미를 더한다. 모든 고객들에게는 사은품을 함께 배송한다. 앙증맞은 눈이 달린 덮개가 씌워진 종이컵 안에는 양말이, 그의 캐릭터 스티커가 붙은 비닐 봉투 안에는 5종 과자 세트가 들어 있다. 이런 작은 즐거움들이 있기에 나몰라에서 옷을 구입하는 고객들은 사이트 충성도가 높다.고객의 손발이 되어 움직여새벽시장 가는 것만큼 빼놓지 않고 꼭꼭 챙기는 건 다른 쇼핑몰들을 둘러보는 것이다. 이곳저곳 서핑하면서 잘 나가는 사이트를 벤치마킹하고 차별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찾는다. 서핑을 통해 가장 중요한 운영상의 노하우를 터득했다.“한창 잘 나가던 쇼핑몰들이 망하거나 주춤하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백발백중 운영자가 소홀해졌기 때문이에요. 어느 정도 됐다 싶으니 직원들에게 일을 맡기고 처음처럼 열심히 뛰지 않는 거죠. 고객들은 신기하게도 이런 걸 다 눈치 채요. 현재 저에게는 개그와 쇼핑몰이 전부예요.”연예인이 운영하는 쇼핑몰은 연예인이 직접 발로 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손수 ‘댓글’을 달고 상담 전화를 받는다. 나몰라 쇼핑몰에 전화했는데 남자가 전화를 받는다면 김경욱일 확률이 120%다. 초반에는 친필 사인을 넣어 보냈는데 주문이 늘어나며 아쉽지만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제 사인을 원하시면 게시판에 올려만 주세요. 꼭 넣어 보내드릴게요(웃음).”이제야 쇼핑몰 운영의 노하우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고 말하는 김 사장. 그냥 쉽게 생각하고 덤벼들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정말 부지런히 그리고 열심히 완벽하게 올인해야 한다는 걸 강조한다.현재 케이블 TV Mnet에서 스타일리스트 김우리, 모델 지호진과 함께 스트리트 패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그는 어느덧 패션 피플의 반열에 올랐다. 올 3월 나몰라 패밀리의 ‘바보킴’에서 벗어나 패셔너블한 이미지를 강화해 사이트를 리뉴얼할 계획으로 그의 머릿속은 한창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