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미국 벨(Bell)연구소의 이동통신 연구원으로 있던 한 지인이 “여름휴가를 2주 정도 다녀오면, 동료들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만큼 이동통신의 기술 진화가 빠르고 새로운 정보기술(IT) 용어들이 봇물처럼 쏟아진다는 상징적인 비유가 아닌가 한다.이동통신 분야는 1983년 세상에 첫선을 보인 이후 불과 20년 남짓 만에 휴대폰으로 TV를 보고 음악을 듣는, 그야말로 획기적인 발전이 있었다.1세대인 아날로그 시대는 음성 통화만 가능했고 가입자를 수용할 수 있는 대역폭도 넓지 않았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CDMA, GSM으로 대표되는 2세대 디지털 기술이며, 2세대에서는 음성 서비스의 품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됐을 뿐만 아니라 데이터 통신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데이터 속도의 한계로 영상, 3D 게임 등 대용량 멀티미디어 수요를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었고 지역별로 상이한 기술 진화로 해외 글로벌 로밍 등에서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이에 따라 멀티미디어 전송을 목적으로 고화질 화상 서비스와 빠른 데이터 전송률, 그리고 세계 단일 표준을 결합한 3세대 기술에 대한 관심이 고조돼 왔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우리는 올해 3월 1일 3세대 기술의 WCDMA 전국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다. 새롭게 개시되는 WCDMA 서비스는 우리에게 세 가지 큰 삶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된다.WCDMA의 첫 번째 변화는 지금까지 가능하지 않았던 영상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WCDMA 기술로 ‘듣고 말하는 전화’가 ‘보면서 말하는 전화’로 전환이 이뤄진다. 이렇게 되면, 이제까지 통신의 혜택에서 소외됐던 청각 장애우들도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두 번째 변화는 CDMA라는 지역적 한계를 넘어 우리나라도 지배적인 글로벌 표준에 동참하게 된다는 점이다. WCDMA는 가장 많은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로, 이러한 글로벌 표준을 선택함으로써 글로벌 로밍, 저렴하고 다양한 단말기 등 고객의 편익 증대 효과가 크다. KTF는 올해만 100개국 이상과 글로벌 자동 로밍 협정을 맺을 예정이다. 즉 미국 유럽은 물론 아프리카 앙골라까지 지금보다 더 편리하고 더 저렴한 비용으로 글로벌 로밍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단말기도 글로벌 소싱을 통해 지금보다 고객의 선택 폭이 한층 더 넓어지고 가격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마지막으로 고속·저가의 데이터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데이터 속도는 기존보다 4배 이상, 이론적으로는 집에서 쓰는 ADSL의 수준에 근접한 속도가 가능하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글로벌 표준으로 인해 장비 가격이 낮아지고 네트워크의 효율성도 기존 기술보다 월등하다. 3세대 서비스가 좀 더 빨리 도입된 일본의 경우 다양한 정액 상품으로 고객들이 편리하게 무선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흔히 이동통신의 발전을 도로에 비유한다. 1세대 기술이 오솔길이고 2세대가 2차선의 지방도로라면 WCDMA는 잘 닦여진 8차선 고속도로다. 길이 만들어지면 그 길을 따라 식당과 상가가 생기고 아파트가 들어선다. 그것이 큰 도시로 발전한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WCDMA로의 기술 진화는 모바일 커머스, 텔레매틱스, 홈네트워킹, 통방 융합 등의 기간 인프라로서 컨버전스 산업 분야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까지 횡보를 거듭하고 있는 무선 데이터 시장의 활성화에도 기여해 관련된 콘텐츠, 솔루션 분야에 일대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이동통신 사업자로서 WCDMA로의 기술 진화가 고객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동반자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시 한 번 다지게 되는 요즘이다.조영주 KFT 사장1956년생. 73년 대구 계성고 졸업. 78년 서울대 공과대 졸업. 79년 제15회 기술고등고시 합격. 94년 서울대 대학원 공학 박사. 98년 한국통신 기획조정실 공정경쟁총괄팀장. 2001년 KT아이컴 대표이사. 2005년 KTF 대표이사 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