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 사업자의 성장동력은 HSDPA… DMB·와이브로 쌍방향 강화

생산·유통업자와 소비자들을 위한 격주간지 <프로슈머>의 창간 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한국경제신문과 한경비즈니스 등 한경미디어그룹이 공동 주최한 ‘2007 산업 뉴트렌드 심포지엄’이 지난 2월 7일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이성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의 ‘2007 키워드로 풀어보는 IT 산업 전망’, 현대원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의 ‘새로운 인터넷산업의 전망 및 디지털 미디어의 기능과 향후 발전방향’ 등의 주제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주제발표1 2007 키워드로 풀어본 IT산업 전망2007년 한국 정보기술(IT) 산업의 방향을 가늠할 3대 키워드로 윈도 비스타와 반도체 산업, 3세대 이동통신, IP TV가 꼽힌다.3대 키워드 가운데 가장 뜨거운 이슈로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의미하는 IP TV’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유선통신 사업자들이 IP TV(인터넷 TV)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인식하고 서비스 본격화에 대응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방송, 통신 융합 논의가 원만하게 진행되면 올해 안에 IP TV 서비스 개시도 기대할 수 있다는 희망이 그 근거다.TV를 통해 VOD는 물론 온라인 게임, 인터넷 뱅킹 등이 모두 가능한 IP TV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사용자가 선택해 볼 수 있다는 능동성, 시청자의 정확한 선호도 파악이 가능해 결과적으로 매출 극대화가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IP TV 상용화의 최대 수혜자는 콘텐츠 개발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된다.1월 31일 전격 출시된 윈도 비스타의 출시는 64비트 시대에 진입한 CPU에 이어 운영체제도 64비트 시대에 진입했음을 알린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2배 빨라진 데이터 처리 속도, 3차원 그래픽, 인터랙티브 게임 등 멀티미디어 기능이 획기적으로 개선돼 진정한 의미의 웹 2.0 시대의 개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윈도 비스타 출시의 최대 수혜를 볼 부문은 하드웨어 산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IDC(Internet Data Center)는 윈도 비스타를 1로 할 때, 하드웨어 산업은 9.75, 소프웨어 산업 4.60, 서비스 산업 3.65의 산업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 결과를 내놓은 상태다.하드웨어 산업 부문에서도 특히 D램의 수요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윈도 비스타에 장착된 파일을 하드디스크에서 자동으로 불러들이는 슈퍼 페치(Super Fetch) 기능이 D램 수요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윈도 비스타 운영체제는 최대 128GB의 D램 사용이 가능하다.D램을 보조하는 플래시 메모리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D램에 비해 바이트 당 가격이 10분의 1 수준인 플래시 메모리를 캐시 메모리로 사용하는 사용자가 증가할 전망이다. 플래시 메모리 수요 증가는 단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으로는 하드디스크와 플래시 메모리가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플래시 메모리가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30GB의 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100달러 이하로 떨어지는 2008년 이후에는 플래시 메모리가 노트북 시장에서 하드디스크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하드웨어 산업의 마지막 수혜는 와이드 스크린 모니터를 생산하는 업체로 전망된다. 화면 오른쪽에 시계, 날씨, 실시간 뉴스, 계산기 등 가제트라 불리는 간단한 프로그램을 띄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사이드 바 기능을 기존의 4 대 3 비율 모니터로 구현하면 정작 작업 공간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2인치 이상의 사양을 권장하고 이유도 여기에 있다.국내 산업에 끼치는 영향으로는 삼성전자 하이닉스 LG전자 등 주로 하드웨어 산업이 주력인 한국의 IT업체가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PC시장 성장률 13%상대적으로 PC 시장은 수혜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운용체제의 출시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사양이 요구되기 때문에 2007년 PC 시장 성장률은 예년보다 5~6% 높은 13% 안팎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윈도 비스타와 반도체 산업, IP TV와 함께 3세대 이동통신의 활성화도 2007년 IT 산업의 주요 이슈가 될 전망이다. HSDPA(고속하향패킷접속)로 대표되는 3세대 이동통신이 상용화되면 데이터 용량이 큰 영화를 짧은 시간 안에 다운받거나 보낼 수 있고, 영상 통화가 휴대전화로도 가능하다. HSDPA 서비스는 현재의 이동통신 네트워크인 EV-DO네트워크에 비해 최소 4배 이상 전송 속도가 빠르다.대용량 데이터 고속 전송이 가능한 HSDPA 서비스는 기존의 음성 위주였던 이동통신 시장을 데이터 중심으로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HSDPA 사업자인 KTF와 SK텔레콤이 각각 2007년 1분기, 2007년 상반기에 전국 단위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어 늦어도 올 하반기부터는 HSDPA 서비스가 본격화될 전망이다.이동통신 시장이 휴대전화 가입자 수 2006년 4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양적 성장의 한계에 봉착한 상태다. 따라서 대용량 데이터의 고속 전송의 기반이 되는 HSDPA는 이동통신 사업자들에게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주제발표2새로운 인터넷산업의 전망 및디지털 미디어의 기능과 향후 발전방향아직까지도 공중파 방송국에서는 제작 부서보다 편성 부서의 권력이 더 크다. 어느 시간에 어떤 프로그램을 내보낼 것이냐가 시청률이나 광고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누구나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송을 볼 수 있는 시대가 된다. 권력이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넘어오고 있는 것이다. 과거 아날로그 시대의 헤게모니가 무너지고 있다.대표적 사례가 위성방송 채널 스카이라이프의 PVR(개인용 영상 저장장치)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신청하면 100개가 넘는 채널의 프로그램을 최대 100시간까지 하드디스크에 저장할 수 있다. 녹화도 매우 쉽다. 편성표에서 녹화할 프로그램을 찾아 녹화 버튼만 누르면 끝이다. 시간에 맞춰 TV 앞에 앉을 필요가 없다. 언제라도 재생 버튼만 누르면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불러올 수 있다.16차선 고속도로가 집 앞까지 깔린다고 상상해 보라. 누구나 안방에서 리모컨이나 마우스를 까딱하는 것만으로 이 무시무시한 정보 고속도로에 올라탈 수 있다. 당연히 교차로도 없고 신호등도 없다. 구불구불한 골목길과는 비교도 안 된다. 지금까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이다.소비자들은 갈수록 더 많은 자유를 원한다. 이런 흐름을 읽지 못하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 같은 이유로 IP TV를 비롯해 통신·방송 융합 서비스의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IP TV는 초고속 인터넷 회선을 셋톱박스를 통해 TV에 연결한 서비스다. 리모컨으로 프로그램을 선택하면 원하는 프로그램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내려받아 재생할 수 있다. 지난해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하나로텔레콤의 하나TV는 IP TV의 초기 단계인 TV 포털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실시간으로 방송을 내보내는 수준은 아니고 영화나 드라마 등의 동영상 파일을 재생하는 수준이다.이런 맥락에서 미디어의 미래를 크게 T, I, M, E의 4가지로 나눠 전망할 수 있다.T는 텔레비전 미디어, 이를테면 TV를 통해 종이 신문을 구독하는 방식이다. 리모컨으로 페이지를 넘기거나 기사 검색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종이 신문에서 불가능했던 동영상을 감상할 수도 있다. 신문의 개념이 달라지게 된다.I는 인텔리전트 미디어다. 이를테면 내게 꼭 필요한 기사를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구독할 수 있는 맞춤형 신문도 가능하다. 내게 필요한 기사를 알아서 찾아준다는 이야기다.M은 모바일 미디어다. 언제 어디서나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도 신문을 구독할 수 있다. TV나 컴퓨터, PDA(개인 휴대 단말기), 심지어 휴대전화로도 플랫폼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구독할 수 있다.휴대전화 영향력 막강해질 듯E는 전자 미디어다. 실시간으로 최신 뉴스가 자동으로 업데이트되는 것은 물론이고 10년 치 신문을 한꺼번에 들고 다닐 수도 있다. 재활용이 가능한 반영구적인 형태의 새로운 종이,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앞으로는 HD TV(고화질 TV)는 단순히 TV가 아니라 가정 정보화의 창구가 될 것이다. TV가 공중파 방송을 넘어 맞춤형 동영상 재생은 물론이고 인터넷 접속이나 T-커머스, 홈뱅킹 등 온갖 네트워크 서비스의 중심에 서게 된다는 이야기다. 집 밖에서는 휴대용 PC나 휴대전화, PDA 등의 경계가 무너지게 된다. 플랫폼은 다르지만 하는 일은 모두 같다.올해부터 HSDPA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골치깨나 아플 사람들 많을 것이다. 휴대전화로 화상 통화가 가능하게 되면 언제라도 전화를 걸어 어디에서 뭐하고 있는지 실시간 감시할 수 있다. TV나 PC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들을 이제 휴대전화로 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변화는 피할 수 없다.DMB나 초고속 인터넷, 와이브로 역시 마찬가지다. 일방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쌍방향 의사소통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미디어에 공급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도 더욱 일반화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플랫폼의 경계도 사라지거나 무의미해질 것이다.지금까지 가장 강력한 매스미디어가 TV였다면 앞으로는 이동통신, 특히 3세대 이동통신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질 것이다. 이동통신이 주축이 된 퍼스널 미디어 혁명, 이를 20세기 중반 커뮤니케이션 혁명과 20세기 후반 정보화 고속도로 혁명에 이어 7번째 정보 혁명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하나의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아니라 수많은 미디어와 플랫폼이 다양하게 결합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방식이 될 것이다. 이 헤게모니 싸움에서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 것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다만 과거의 수동적인 소비자들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생산 과정에 개입하는 ‘프로슈머’들이 그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정리=오성택·이정환 기자 cool@prosume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