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대통령 나올까… 시선 집중

미국의 차기 대통령 선거가 점화됐다. 누가 뭐래도 미국은 여전히 유일한 세계 최강 국가다. 그런 만큼 누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될지는 지구촌의 관심이 아닐 수 없다.이번 미 대선은 여러 가지로 관심을 모은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당선될지,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나올지가 우선 초미의 관심이다. 80년 만에 현직 대통령이나 부통령이 출마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광야의 결투’에 비유되기도 한다. 내용적으론 이라크 전쟁이란 수렁에 빠져 있는 미국을 온전히 탈출시켜 세계 최강국이란 지위를 유지할만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나올지도 지켜볼 포인트다.아울러 최근 ‘클린턴 가문’과 ‘부시 가문’으로 이어져 온 정치 명가가 대권을 차지할지, 아니면 새로운 정치 명가가 탄생할지도 관심 사항이다.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인터넷과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가 선거전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북한핵 문제라는 당면 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어떤 대북 정책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이 되느냐 여부도 중요한 사항이 아닐 수 없다.뜨거워진 대선 열기, 줄 잇는 후보미 대통령 선거는 2008년 11월 실시된다. 1년하고도 9개월이 남았다. 그런데도 대선은 이미 시작됐다. 2월 12일 현재 공식 출마를 선언한 사람만 11명에 달한다. 이들은 선거 캠프인 ‘대선출마위원회’를 구성하고 선거 자금 모금에 나섰다. 이들 외에도 20여 명 안팎이 출마를 준비 중이어서 줄잡아 30여 명의 주자가 대선 레이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현재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가 유력한 사람은 모두 30여 명. 공화당이 16명, 민주당이 14명이다. 이중 민주당의 내부 경쟁은 벌써 달아오르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바랙 오바마 상원의원 등 지지율 1, 2위 후보를 비롯해 8명이 공식 출마 선언을 했다. 공화당 소속인 조지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가 바닥을 헤매고 있는 상태라 민주당의 정권 교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의 경선이 조기 과열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민주당에선 이들 외에 조 비든, 크리스토퍼 다드 상원의원과 존 에드워즈, 마이크 그라벨 전 상원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존 케리 전 대통령 후보는 출마를 포기했으나 2000년 대통령 후보였던 앨 고어 전 부통령은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공화당에선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과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 던컨 헌터 하원의원 등이 출마의 닻을 올렸다. 강력한 공화당 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뉴트 강리치 전 하원의장 등도 조만간 출마를 선언할 전망이다.볼거리 많은 대선, 새로 쓰는 역사이번 대선의 특징은 그 어느 때보다 볼거리가 많다는 점이다. 당장 ‘당선’ 자체로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사람이 많다.가장 눈길을 끄는 사람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민주당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그가 당선되면 두 가지 기록이 탄생한다. 미 최초의 여성 대통령과 최초의 부부 대통령이 그것이다.힐러리 의원은 시카고 교외의 보수적 공화당 집안에서 태어났다. 예일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1968년 민주당에 입당했다. 변호사로 이름을 날리던 1975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결혼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아칸소 주지사를 거쳐 대통령이 되기까지 결정적 기여를 했다. 1993~2001년에는 백악관 안주인으로 있으면서도 내조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정치 사회활동을 벌였다. 퍼스트레이디 시절인 2000년 뉴욕 주 상원의원으로 당선돼 작년 11월 재선됐다.여전히 인기가 높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후광과 높은 지명도, 풍부한 정치 경험, 탄탄한 자금력 및 조직이 강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2002년 이라크 파병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과오’를 범한 데다 정치적 출세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여성이라는 등의 부정적 이미지도 적지 않다.힐러리 못지않은 ‘대박 상품’으로 최근 떠오른 사람이 유일한 상원의원인 ‘신성’ 바랙 오바마다. 45세로 출마 희망자 중 가장 젊은 그가 당선될 경우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하는 역사를 세우게 된다. 오바마 의원은 현재 힐러리 의원에 이어 당내 지지율 2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11일 미 아이오와 주에서 열린 선거 유세 도중 “이라크 전쟁은 결코 승인되지 말았어야 할 비극적인 실수”라고 강조함으로써 공화당은 물론 이라크 파병에 찬성한 힐러리 의원과도 각을 세웠다.오바마 의원은 케냐 출신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부모들이 이혼하고 어머니가 인도네시아 남자와 재혼함에 따라 인도네시아에서 살기도 했다. 그 후 하와이로 이주해 성장, 하버드 법대를 나온 인간 승리의 주인공이다.‘흑인 케네디’ ‘21세기 링컨’이란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참신한 리더십과 젊은 카리스마가 최대 강점이다.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를 주장하며 세대교체 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 그러나 상원의원 경력 2년이란 짧은 정치 경륜과 역시 흑인이라는 점이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두 의원 외에도 눈길을 끄는 사람은 많다. 민주당의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는 남미계인 히스패닉 출신이다. 백인에 이어 미국 인구 중 두 번째로 많은 히스패닉의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히스패닉 출신 대통령이 나올지도 관심이다. 또 공화당의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미국에서 세가 만만치 않은 모르몬교도다.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힐러리와 매케인? 오바마와 줄리아니는?일단 현재 차림표는 민주당이 볼만하다. 그러나 공화당도 만만치 않다. 겉으로 드러나는 색깔만 무채색일 뿐 주자의 모습은 민주당에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뭔가 모르게 불안감을 주는 힐러리와 오바마보다는 안정감을 주는 후보가 많다는 평가도 상당하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마이클 블룸버그 현 뉴욕시장 등이 그들이다.그렇다면 최종 결승전에 나설 2명은 누가 될 것인가. 현재로선 민주당에선 힐러리와 오바마 중 한 사람이, 공화당에선 매케인과 줄리아니 중 한 사람이 결선에 나설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그만큼 이들 네 사람의 지지도는 상당하다.시사주간지 <타임>이 최근 1064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지지도는 힐러리 40%, 오바마 21%, 존 에드워즈 11% 순이었다. 힐러리의 압도적 1위가 예상되는 셈이다.공화당에선 매케인이 30%, 줄리아니가 26%를 얻었다. 앞으론 두 사람 간 싸움이 더욱 볼만해질 것으로 보인다. 매케인은 베트남전 참전 용사 출신으로 이라크에 더 많은 미군을 파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골수 공화당원이다. 그러나 공화당답지 않게 각종 정책에서 유연성을 보여 중도파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각종 조사에서 공화당 후보 1순위로 꼽히고 있다. 줄리아니는 9·11테러 당시 뉴욕시장으로서 보여준 강력한 지도력이 유권자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다. ‘위기에 강한 지도자상’을 갖고 있는 만큼 이라크전이란 수렁에 빠진 미국을 구해낼 리더십을 갖추고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그렇다면 현재 당내 선두인 힐러리와 매케인이 본선에서 맞붙었을 경우 어떻게 될까. <타임>의 조사 결과는 47% 대 47% 동률로 나왔다. 매케인은 오바마나 에드워즈와 맞붙을 경우 7%포인트 정도 차이로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미 대선은 아직 1년 9개월여나 남았다. 지지도는 언제나 바뀔 수 있다. UCC에 걸려들어 혼쭐이 날 수도 있다. 그런 만큼 결과를 예측하긴 섣부르다. 그러나 지금도 볼거리가 많은 대선이 갈수록 불을 뿜을 것은 분명해 관전자들은 손에 땀을 쥘 각오 정도는 해야 할 것 같다.뉴욕=하영춘·한국경제 특파원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