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 따르기보다 클래식 선택하라

대개의 사람들은 자기보다 높은 위치의 자리를 원하며 그 대열에 오르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간다. 특히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결국엔 최고 경영자 즉 CEO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나름대로 각기 사내에서 열심히 라인업을 형성하고 때론 심하게 정치적이 되기도 한다.물론 모든 직장인들이 CEO를 종착지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소박하지만 창업을 꿈꾸며 멋진 사장님이 되기를 준비하는 이들도 많으며, 사회 봉사자로서 의미 있고 생산적인 삶을 원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 CEO든, 자영업자든, 사회 봉사자든 자신의 길을 가며 종국에는 성취해내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그들에게는 카리스마와 자신만의 확실하고 고유한 색깔이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스타일’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말하는 스타일이란 카리스마와도 통하는 말이며 꼭 세련된 것만이 스타일이 아니라는 확대해석도 가능하다. 세련되지 않아도 얼마든지 멋질 수 있으며, 훌륭한 사회인일 수 있다는 말이다.다만 사회에서 성공한 CEO나 대다수의 리더들을 보면 어떻게 사람을 대해야 할지, 어떤 장소에서 자신의 위치를 어떠한 카리스마로 십분 발휘할지 잘 알고 있으며 나름대로 정의한 저마다의 정체성을 부각하는 스타일로 상대방을 제압한다. 그것이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말이다. 어쩌면 그것은 얄팍한 계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이미 몸속에 오랫동안 숙지된 경험의 결과물임에 분명하다. 즉 성공의 스타일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패션 칼럼을 쓰는 필자가 세련되지 않아도 스타일이 있을 수 있다는 위험한 발언을 하다니’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것은 명료한 사실이다. 이 세상에는 세계 최고로 성공했으나 항상 검소하고 익숙하고 편안한 스웨터 룩을 의도적으로 선보이는 빌 게이츠도 있으며, 유행에 민감한 쇼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최근 정치인으로 변신을 준비하는, 그래서 갑자기 자신의 이미지를 ‘날라리’ 마카오 신사의 룩에서 보수적이고 약간은 촌스럽게 자상한 룩으로 드라마틱한 변신을 꾀하고 있는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도 있는 걸 보면 이 사실이 더욱 확실해질 것이다.성공하는 사람들, 자기만의 스타일 있어이 두 사람은 모두 스타일이 있다. 스타일은 외적으로 나타나는 그들의 패션 스타일과 액세서리 등이 우선적으로 많이 차지하겠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항시 그들의 몸에 프로그램돼 있는 매너(Manner)가 밑바탕에 존재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옷을 어떻게 입느냐의 문제는 두 번째 문제인 것이다. 옷을 어떤 태도로 입고 어떤 이미지를 자신이 던질 것이냐에 관한 자신의 옷 입는 전략이 먼저 결정돼야만 스타일이 살아날 수 있다는 말이다.특히 최근에는 성공하는 사람들, 특히 CEO들의 옷차림이 예전에 비해 이미지 자체가 고급스러워 보이고 더욱 임팩트가 있는 일관된 드레스코드로 저마다의 개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시대가 됐다. 다만 몇 가지의 공통점이 있기는 한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언제나 그들이 기본과 원칙을 지킨다는 것이다. 한때는 단순히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남들의 눈치를 보며 점퍼나 허름한 양복만을 고수하던 그들은 ‘클래식(Classic)’이라는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미스터 클래식(Mr. Classic)’들이다. 성공한 CEO들은 이제 가격에 상관없이 어떤 옷을 어떻게 입어야 고급스러우면서도 자신이 가장 자기답게 자연스럽게 돋보이는지 정확히 알고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그들은 결코 헛된 유행이나 가격에 휘둘리지 않는다. 한때의 트렌드는 가볍고 곧 촌스러워지게 마련이지만, 클래식은 당장은 좀 촌스러워 보여도 결코 변하지 않는 힘이 있다. 그것이 정답이라는 것을 누구나 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나이가 들면 들수록 클래식함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스타일과 옷 입는 법을 아는 사람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런 클래식한 룩을 제대로 표현할 줄 아는 CEO라 해도 상황에 걸맞지 않게 옷을 입는다면 그것은 결코 세련된 매너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상황과 장소, 원칙에 맞게 입어야예를 들어 사내 직원들과 야유회 겸 워크숍을 가는데 권위적이고 격식을 차려 입은 슈트 차림이라면 그것은 ‘NG’다. 사내 직원들과 평소에는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하며 직원들과 가까워지는 것이 야유회의 목적이라 하면 목적이 될 수도 있는 것이기에 그런 상황에서는 친근한 캐주얼 차림을 연출하는 것이야말로 CEO가 직원들을 배려하는 매너일 것이다.그러면 이제 격식(Formal)을 차려야 하는 상황과 캐주얼(Casual)을 입어야 하는 상황에서 CEO들의 패션 룩은 어떠한지 디테일하게 살펴보자. 먼저 격식을 차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슈트를 입어야 한다. CEO들은 앞서 말했듯 클래식함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슈트 브랜드를 선호한다. 원단에 있어서 최고를 자랑하는 브랜드 제냐(Zegna), 제임스 본드의 옷이라 불리는 이탈리아 정장 브리오니(Brioni)와 전통을 추구하는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 모던함으로 젊어진 영국의 클래식 던힐(Dunhil), 독일 젠틀맨의 실용주의가 깃든 휴고 보스(Hugo Boss), 이탈리아의 자유로움이 녹아 든 팔질레리(PAL ZILERI) 등은 소위 잘나가는 CEO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라 할 수 있다.현재 국내 브랜드의 슈트를 입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치인들과 아직도 검소를 사풍의 제일로 치는 자수성가한 기업인 1세대들일 것이다. 그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면서 2, 3세들이 기업을 물려받고 사회적인 분위기가 좀 더 외국 브랜드들에 우호적이면서 외제, 즉 해외 명품 브랜드들을 즐기는 것은 더 이상 죄악시 되지 않는다. 실제로 명품 지갑, 구두 하나쯤 없는 일반 직장인조차도 이젠 없지 않은가.다만 그것이 외제냐 국산이냐 하는 1차원적인 문제보다는 왜 이러한 브랜드들이 성공한 CEO들이 선호하는가, 왜 이러한 브랜드들이 각기 다른 성격으로 다른 이미지 메이킹에 도움이 될지를 지금부터 살펴보는 것이 목표하는 삶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가기 위해 도움이 될 것이다. 위의 브랜드들을 하나씩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 본다면 그 이미지와 룩을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상항에 맞게 나도 이러 저러한 풍으로 옷을 입을 수 있도록 가이드하는 좋은 교과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뜻에서 필자는 위의 브랜드들을 열거한 것이다. 휴고 보스(Hugo Boss)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잉고 윌츠는 “다른 사람에게 당당하면서도 성공하는 남자의 이미지를 심어줘야 하는 CEO의 경우 슈트를 선택하는 기본 조건으로 몸을 타고 흐르는 듯한 실루엣을 꼽는다”고 밝혔듯 긴장감이 느껴지는, 그러면서도 동시에 여유로워 보일 수 있는 실루엣이야말로 CEO 룩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캐주얼 차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CEO들은 어떤 스타일을 고집할까. 대부분 하의는 면 팬츠나 코듀로이 팬츠에 상의 아이템에는 세계적 캐시미어 브랜드 로로 피아나(Loro Piana) 같이 편안하면서도 기능성이 있는 옷을 즐겨 입는다. 로로 피아나와 같은 캐시미어 아이템들은 착용감이 좋을 뿐만 아니라 보온성이 뛰어나며 사람을 매우 부드럽게, 그러면서도 강한 인상을 동시에 연출해 주는 매력이 있다. 이 외에도 더욱 다양한 컬러를 제시하는 이탈리아 캐시미어 브랜드 말로(Malo), 프랑스의 극보수 럭셔리 브랜드 에르메스(Hermes), 이탈리아 극보수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또한 CEO들이 캐주얼을 입을 때 즐겨 입는 브랜드이며 참고할만하다고 할 수 있다.대부분의 CEO들은 입는 브랜드에 연연하기보다는 상황과 장소, 원칙에 맞게 정확하게 옷을 입을 줄 알며 즐긴다. 그것이 타인에 대한 배려이며 성공할 수 있는 전략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검소하게 보일 때와 화려하게 보일 때, 자연스럽게 보여야 할 때와 오버해야 할 때를 자유자재로 연출한다. 대신 이 모든 상황에는 한 가지의 정확한 일관된 메시지가 존재하며 그것을 통해 사람들은 그 CEO의 스타일 이미지를 기억하게 된다.미국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빨간 타이를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삼은 것처럼 자신만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도 CEO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가 된 시대다. 어떤 이들은 일의 능력만 인정받아 성공하면 되지 겉으로 보이는 패션 스타일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자는 말하고 싶다. 외관상으로 보이는 긴장감이 곧 그 사람을 표현하는 것이며 자기 관리의 총체적 산실이라고. 그것을 통해 그 사람의 신뢰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CEO 룩을 따라잡는다고 모두가 CEO가 될 수는 없겠지만, CEO가 돼서도 CEO 답지 못한 스타일을 고수한다면 그 자리를 온전히 지켜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황의건·(주)오피스에이치 대표이사 h@office-h.com1994년 호주 매커리대 졸업. 95~96년 닥터마틴·스톰 마케팅. 2001년 홍보대행사 오피스에이치 설립. 각종 패션지 지큐·앙앙·바자 등에 칼럼 기고. 저서에 샴페인 에세이 〈250,000,000버블 by 샴페인맨〉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