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미소 짓되 인정사정 보지 말아야’

“협상은 비즈니스의 성패뿐만 아니라 국운까지 결정짓는 요소입니다.”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보도가 연일 이어지면서 협상에 관한 관심이 유례없이 높아지고 있다. 비즈니스 협상 전문가인 박상기 비엔이(BNE)컨설팅 대표(41)는 협상에 쏠린 이 같은 사회적 관심에 반색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협상이 필요한 경우는 결정을 번복하기 어려운 대규모 거래를 성사시켜야 하는 때입니다. 그만큼 리스크가 큰 결정이 동반되는 과정이라는 거죠. 더욱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 큰 결정을 앞두고는 협상력을 높이는 게 당연히 필수겠죠.”지난 2002년 협상 전문 컨설팅 업체 BNE컨설팅을 설립한 박 대표는 현재 기업 협상 자문과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물건 하나를 사는 과정을 생각해 보더라도 가격만 생각하고 상점을 찾았다가 가격 이외에 더 많은 선택권을 접하면 당황하게 마련”이라며 “협상은 철저히 데이터베이스에 기초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한·미 FTA 협상 과정을 보면서 참 안타까웠습니다. 한국인들은 상대가 친절한 매너를 갖추고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경우 마음이 약해져 실익을 놓치는 일이 많습니다. 이번에도 그런 실수가 잦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그에 따르면 미국인은 한국의 협상 스타일을 철저히 분석·이해하고 있다. 문화 충돌을 일으키지 않아야 하고 호의를 베풀어야 한다는 정도의 지침은 기본이다. 따라서 미국 측 협상단이 미디어를 통해 친절한 웃음을 자주 노출시키거나 고아원 방문 등의 선행을 보여준 것도 전략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그가 항공료 등 비싼 비용을 써가며 미국에 가서 협상 강의를 꾸준히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그는 지난해 초 마이애미 등지에서 상공인, 학생 등을 대상으로 협상에 관해 강연했다. 4월에도 메릴랜드대 등에서 강단에 설 예정이다.“한국의 협상 수준이 낮지 않다는 것을 미국인들에게 입증하고 싶었습니다. 또 역할극이 기본이 되는 프로그램 형식상 지도 과정에서 그들의 협상 패턴을 더 잘 알 수 있게 되죠. 이것을 한국 기업 협상 컨설팅에 적용할 예정입니다.”그는 “비즈니스 협상은 특히 계속 거래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대치적 상황에서 압박, 붕괴로 이어가는 법정 협상과 다르다”면서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협상의 마무리가 곧 또 다른 시작점이 된다”고 비즈니스 협상력을 키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 거듭 역설했다.박 대표가 협상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6년 초 현대모비스 해외영업부 근무 시절 받은 국제 프레젠테이션 교육 덕분이다. 그룹 전체 임직원 중 선발된 22명만 참여한 프로그램으로, “국제 프레젠테이션을 배웠으니 그 다음 단계인 협상을 배우라”는 당시 강사인 미국인 컨설턴트의 권유로 협상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렇게 해서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MBA과정에 진학, 협상 전문 프로그램을 수강한 박 대표는 최근에는 협상 교육을 위한 매뉴얼을 자체 제작했다. 한국 내 협상 교육은 원리, 기법 등 한쪽으로 치우쳐 있어 심화 과정의 ‘전략적 비즈니스 협상 매니지먼트’ 프로그램이 없다는 게 그의 말이다. 이에 따라 각국의 문화 차이에 대한 설명까지 포함한 협상 매뉴얼을 만들었다는 얘기다.“진정한 글로벌 협상 인력을 양성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박 대표는 “협상은 전쟁처럼 치열한 것”이라며 “미소는 짓되 인정사정 보지 말라”고 힘줘 말했다.약력: 1966년 부산 출생. 91년 부산외대 영어과 졸업. 91년 현대모비스 해외사업부. 2000년 미 위스콘신주립대 MBA. 2001년 삼성SDI 글로벌 마케팅 과장. 2002년 BNE컨설팅 대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