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 ‘호재’…디스플레이 등 ‘유망’

지난해 2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공식 선언한 지 14개월 만에 협상이 타결됨으로써 그 경제적 효과와 득실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의 FTA체결로 기대하는 가장 큰 효과는 대미 수출 증대다.1986년 40%에 육박하던 한국의 대미 수출 비중은 지난해 13.3%로 하락했다. 국내 수출 지역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긍정적 신호이나 세계 최대 시장에서 국내 수출이 점차 위축되고 있다는 점은 그만큼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FTA의 체결은 미국 시장에서의 국내 수출 비중을 다시 확대할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화섬산업 수혜 기대자동차는 한·미 FTA 체결로 궁극적으로 국내 업체에 유리하다. 이는 미국산 자동차가 대형 위주이기 때문에 내수 시장에서 위협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위협이 되더라도 수입 차와의 경쟁 구도가 될 것이다. 다만 원산지 규정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미국산 일본 차의 역수입이 허용되면 위협이 될 수 있다. 최근 환율 등으로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이 다소 약화되는 국면에 있었기 때문에 관세율 인하는 조금이나마 국내 업체에 긍정적이다. 미국 수입 차 관세의 경우 승용차 2.5%, 상용 25%인데 상용의 경우 향후 10년 이내 단계적으로 소멸된다. 부품 업체들도 대부분 수출 증대 효과가 기대된다.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 현지 공장에서 쏘나타와 산타페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밖에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차종은 관세율이 인하되는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차는 아직 미국 공장이 없다. 2009년 미국 공장을 준공할 예정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 수출 전 차종에 관세율 인하 수혜가 예상된다.현대모비스의 미국 내 모듈공장 및 미국 내 애프터서비스용 부품의 경우 한국에서 조달되는 부품의 관세 인하 혜택이 기대된다. 한라공조는 미국 공장으로 조달되는 국내 부품 관세 인하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한·미 FTA 체결로 미국산 철강재 수입이 증가해 국내 철강 산업이 피해를 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는 철강 산업 특성상 장거리 교역이 어렵고 미국이 철강 순수입국으로 수출 여력이 크지 않으며 한국산 철강제품 가격 경쟁력이 미국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특히, 한·미 양국은 2004년 이후 철강 무관세를 이미 시행하고 있어 관세 철폐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도 없다. 다만 반덤핑 규제, 원산지 규정 등 쟁점 사항의 결과에 따라 FTA 영향은 다소 유동적일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포스코는 자동차 가전 등 전방 산업의 수출 증가에 따른 간접적인 수혜가 예측된다. 열연강판의 대미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점도 긍정적이다.화학 산업은 원료 수입이 중동에 편중돼 있으며 제품 수출은 중국이 5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한·미 FTA 체결이 화학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화섬 산업은 한·미 FTA 체결에 따른 대표적인 수혜 업종이 될 전망이다. 원산지 규정이 얀 포워드(yarn forward:원사 원산지 판단 기준) 방식으로 결정되면 의류 업체는 국산 원사를 사용해야 한다. 이에 따라 화섬의 신규 수요 창출 기대되며 관세 폐지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까지 감안하면 매우 긍정적이다. 효성과 코오롱 등 대표적 화섬 업체가 수혜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국내에서 생산하는 디지털TV와 기타 프리미엄급 생활가전은 관세 철폐로 가격 경쟁력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주요 기업들이 현재 멕시코 등 중남미 현지 공장 체제 구축 등 해외 생산 비중을 높여가고 있어 FTA 체결로 인한 수출 확대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관련 종목으로는 삼성전자 LG전자 LG필립스LCD 삼성SDI 등이 있다.반도체 휴대폰 컴퓨터 등은 이미 첨단산업 교역 자유화를 위한 ITA(정보기술협정)를 체결, 이미 무관세 혜택을 보고 있기 때문에 FTA 체결에 따른 추가적인 관세 효과는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미국보다 한국의 관세율이 다소 높기 때문에 FTA 초기에는 무역수지가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제약은 신약 관련 권리 범위 확대 및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허가, 제조 규제 강화로 향후 기술력을 중심으로 한 질적 구조 조정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업계 전반으로는 부정적 영향이 우세하며, 특히 중소형 제약사의 경우 타격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반면 기술력 영업력 자금력을 겸비해 다국적 제약 업체와 경쟁이 가능한 상위 제약사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동아제약은 신약 개발 면에서 우수한 경쟁력 확보할 수 있고, 대웅제약은 오리지널 도입약 측면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인다. 한미약품은 제네릭 의약품 부문에서 경쟁력이 남다르다.우여곡절 끝에 FTA가 타결됐지만 발효까지는 국회 비준을 통과해야 하는 등 상당한 시간이 요구될 것이다. 더불어 발효 이후 FTA에 대한 평가 역시 장기적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다. 또한 앞서 제시했던 긍정적인 효과 역시 진행 상황을 봐가며 다시 평가해야 할 부분으로, 아직은 미지수의 영역이긴 하나 궁극적으로는 주식시장에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한다.멕시코와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세부적인 내용의 평가는 어렵겠지만 교역 증가와 FDI(외국인직접투자) 증가 등 양적인 효과가 뚜렷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와 함께 내부적으로는 경제 전반의 시스템 개선과 대외신인도 개선에 따른 글로벌 자금 재유입 가능성 등 주식시장을 견인하는 요소가 우세하다.대미 주력 수출 품목 중 반도체 휴대폰 등이 일부 품목이 이미 FTA로 인한 추가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수출 경쟁력과 관련해 총량적인 측면보다는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과 협상 결과를 동시에 감안해 접근해야 할 것이다. 대미 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자동차 업종과 관세율이 높아 관세 철폐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큰 섬유의복 업종, 정보기술(IT) 부문은 이미 ITA 체결로 FTA 영향의 관심권에서 벗어나 있지만 디스플레이는 상대적 관심이 기대된다.양경식·대한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