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 1억~2억원 ‘뚝’, 길음·중계 ‘꿋꿋’

‘강보합세.’서울 강북 지역의 집값 동향은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거침없는 가격 상승을 이어오던 집값이 숨을 고르고 있는 것. 가격 상승과 함께 거래도 사라졌다. 쏟아지던 매물도, 분주하던 매수 문의도 끊긴 상태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거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실거래가는 물론 호가도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용산= 서울시 부동산의 새로운 ‘블루칩’으로 떠오른 용산. 용산부도심개발, 이태원지구단위계획, 용산뉴타운 개발사업 등 대형 개발 프로젝트가 연이어 발표되면서 용산구 전체가 첨단 신도시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브레이크 없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강남을 앞지를 것이란 예상도 공공연히 나왔다. 하지만 전국적인 부동산 시장 침체라는 큰 흐름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이 지역의 한 부동산 중개사는 “거래가 끊긴 지 꽤 됐다”며 “문의는 꾸준히 들어오지만 매물이 사라져 흥정도 붙이지 못하고 있다”고 푸념했다.거래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매물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소유주들이 물건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 용산의 대표적인 주상복합인 파크자이의 경우 매물이 완전히 증발했다. 몇 곳의 부동산중개업소에 문의했지만 단 한 건의 물량도 발견되지 않았다. 급매물은 그야말로 가뭄에 콩 나듯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이와 관련, A중개업소 관계자는 “파크자이는 비과세 특례 혜택을 받는 곳으로 5년간 양도세가 면제된다”며 “시간을 가지고 동향을 지켜보자는 소유자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거래세가 실종됐지만 가격 변동은 크지 않다. 워낙 호재가 많아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소유자가 많기 때문에 호가는 요지부동이다. 하지만 급매물의 경우 가격은 적지 않게 빠진 상태다. 11억 원이던 파크자이 38평이 10억 원 정도로 내려앉은 것으로 현지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이 마저도 저층 물량에 해당할 뿐 기준층 이상의 물량의 가격은 변함이 없다고 한다.올 5~8월 입주 예정인 아크로타워, CJ나인파크, 이안프리미어 등 신규 주상복합의 분양권 거래도 뜸하기는 마찬가지다. 입주를 앞둔 시점에 매수 세력이 몰려들면서 가격이 폭등하던 과거의 풍경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분양권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형편이다. 3억~4억 원을 호가하던 40평형의 프리미엄이 2억 원선으로, 2억 원선이던 30평형대는 1억~1억 5000만 원으로 주저앉았다.지역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최근의 부진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호재가 워낙 많기 때문에 곧 오를 것이란 기대다. 한 중개업자는 “오는 5월 금호 리첸시아의 분양이 끝나면 매수세가 기존의 다른 주상복합으로 이동하며 거래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희망했다.◇ 상암= “다 가라(가짜)예요.” 목동에 버금가는 가치를 지녔다고 하는 마포구 상암동 아파트 4단지 부근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업소 유리벽에 붙은 매물 정보는 ‘장식’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과거의 가격일 뿐이며 거래가 끊겨 실제 거래가는 자신들도 알 수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입주 전 활발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다는 것이다. 당시 8억~8억5000만 원이던 30평형대의 가격이 3000만 원 정도 내렸다. 월드컵파크 4~6단지의 40평형대는 최고 2억 원까지 하락했다.“문의는 꾸준히 오지만 막상 흥정을 붙이려고 하면 좀더 기다리겠다는 답을 듣기 일쑤입니다. 좀더 내려가지 않겠느냐는 것이죠. 구매 의사가 있어도 대출 규제 때문에 자금 마련이 어렵다고 돌아서는 사람들도 있어요. 소유자들도 굳이 시장이 좋지 않은 지금 팔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니 매물도 말랐어요.”2003년 입주해 거래 제한이 없는 월드컵파크 2, 3단지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따금 나오는 급매물을 제외하면 매물이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가격도 적지 않게 하락했다. 한창 때인 지난해 말 8억~9억 원을 호가하던 30평형대 중층 아파트 가격은 5000만~1억 원 정도 빠졌다. 심지어 시세보다 1억5000만 원이나 적은 매물이 나온 적도 있다고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전했다.전세 시장도 얼어붙었다. 물량도 문의자도 귀한 형편이다. 전세 거래가 많은 신학기 시즌이 지나면서 더욱 한산해진 분위기다. 가격도 다소 내렸다. 최고 2억3000만 원이던 30평형대전세가 2억 원으로, 3억 원이던 40평형대는 2억5000만~2억 8000만 원에 거래된다. 한 중개업자는 “단지 내 중학교가 1학년만 받기 때문에 2~3학년 자녀를 둔 가구는 전세 얻기를 포기한다”며 “내년 2학년까지 전학이 허용되면 전세 시장 사정은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길음뉴타운= 강북 최고의 유망 지역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길음뉴타운의 부동산 시장도 냉랭하다. 매물도 매수자도 없기는 다른 지역과 다름이 없다. 지난해 12월 내내 진행된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 이후로 매수세가 뚝 끊겼다는 게 주변 중개업소들의 얘기다. 하지만 가격 변동이 다른 지역보다 적다는 특징이 있다. 길음 동부센트레빌 33평은 4억3000만 원, 43평은 5억8000만~6억 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지난해 7월 오르기 시작해 꼭지에 올랐던 지난해 11월 무렵 가격 그대로다. 주변의 길음 푸르지오, 삼성 래미안 2차, 북한산 e편한 세상도 지난해 말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현지 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길음뉴타운의 주민들은 대부분 실입주자이기 때문에 가격 변동에 둔감하다”며 “집단적으로 당장 이사해야 할 일이 없는 한 매물이 크게 늘어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거래가 줄지언정 가격 하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인근의 미아동부센트레빌의 가격도 변화가 거의 없다. 31평의 경우 지난해 10월 4억8000만 원까지 올랐다가 최근 4억5000만 원 정도로 하락했지만 머잖아 5억 원 이상으로 상승할 것으로 현지 중개업소들은 내다본다. 주변 지역의 추가 개발이 예정돼 있어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거래가 사라져 앞날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전세 가격은 크게 올랐다. 다른 지역에 비해 전세 가격이 턱없이 저렴했던 만큼 많이 올랐다. 2005년 입주 당시 1억~1억1000만 원에 불과하던 길음 푸르지오 33평형 전세 가격은 최근 1억8000만 원으로 급상승했다.◇ 중계동&상계동= 강북의 대치동이라고 불리는 중계동 은행사거리 주변 아파트 단지들의 상승세도 멈춰진 상태다. 건영 3차(32평), 청구 3차(32평) 등 대표 단지의 가격은 5억~5억2000만 원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오른 가격 그대로다. 작은 평수의 아파트는 오히려 지금도 오르고 있다고 현지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입을 모은다. 리모델링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5평형이 2억6000만~2억7000만 원으로 평당 1000만 원 이상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현지 A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중계 주공 5단지 24평은 지난해 추석 무렵 1억8000만 원이었지만 현재 2억4000만 원까지 올랐다”며 “리모델링이 확정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높지만 기대가 커서 꾸준히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리모델링 진척 속도가 높은 상계 주공 10단지는 갑절이나 오른 상태”라며 “하지만 매물이 없어 거래는 거의 사라진 상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