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는 ‘높이고’ 전력소모는 ‘줄이고’

인텔은 지난 5월 9일 그동안 노트북 PC에 적용하던 센트리노 듀오 기술 후속으로 ‘센트리노 듀오 프로세서’와 ‘센트리노 듀오 프로 프로세서’ 기술을 소개했다. 두 기술은 코드네임 ‘산타로사(Santarosa)’로 불리던 모바일 플랫폼의 정식 명칭으로 향후 출시되는 노트북 PC에 적용된다. 센트리노 듀오 프로세서는 일반 소비자용 노트북 PC에 적용되는 기술이며, 센트리노 듀오 프로 프로세서는 기본적인 기술은 센트리노 듀오 프로세서와 같지만 기업용 대상 서비스가 추가됐다.이 기술의 핵심은 성능을 더 높이면서 전력 소모가 줄어든 것이다. 노트북 PC에 적용되는 기술이기 때문에 전원을 공급받지 못하는 야외나 사무실 이외 공간에서 전력 소모를 줄인 것은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이 외에 주목할 기술은 차세대 무선랜 방식인 802.11n을 기본으로 채택하고 있어 무선랜 속도와 범위가 확장됐다는 점이다.또 인텔은 기업용 노트북 PC 시장 확대에 따라 이 부문에는 센트리노 듀오 프로 프로세서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센트리노 듀오 프로 프로세서는 기존 데스크톱 PC에 적용됐던 V프로 기술이 추가돼 있어 원격으로 PC 이상 여부를 진단할 수 있으며 관리 기능도 제공한다. 이 기술은 사무실 밖에 있는 노트북 PC도 관리할 수 있어 보안 등을 이유로 노트북 PC를 제한했던 기업 고객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센트리노 듀오 프로세서는 코어2듀오 CPU, 그래픽코어를 내장한 965 주기판 칩셋, IEEE 802.11n을 지원하는 무선랜, 터보메모리(코드명 롭슨)로 구성돼 있다. 이 기술의 장점은 더 높은 성능을 제공하면서도 전력 소모가 이전 플랫폼보다 훨씬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코어2듀오 CPU는 지난해 등장했지만 센트리노 듀오 프로세서 플랫폼에서 새로운 주기판 칩셋과 무선랜 카드, 터보 메모리 도움을 받아 노트북 PC에서 더 높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또 노트북 PC에서 GMA X3000 그래픽코어를 내장한 965 칩셋을 사용해 3D나 동영상 재생 등 멀티미디어 능력을 확대했다. 965 칩셋을 적용해 CPU와 노스 브리지 사이 동작주파수 FSB(Front Side Bus)도 667Mhz에서 800Mhz로 개선됐다. FSB 속도 개선은 성능 향상으로 이어진다.터보 메모리로 HDD 한계 극복센트리노 듀오 프로세서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IEEE 802.11n 무선랜 지원이다. 무선랜 방식은 방식에 따라 802.11a 또는 802.11b, 802.11g 등으로 구분되는데 기존 방식은 최대 54Mbps 속도가 한계였기 때문에 대용량 데이터 또는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전송하기에 부족했다. 하지만 새로운 무선랜 방식인 802.11n은 300Mbps 이상 속도를 지원하며 단방향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던 기존 방식과 달리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MIMO(Multiple Input Multiple Output) 기술로 속도는 더 빨라지고 도달 거리는 2배 이상 늘어났다. 무선랜 환경이 일방 통행에서 고속도로로 변신한 것이다.또 다른 장점은 자주 쓰는 파일을 플래시메모리에 저장해 운영체제나 프로그램 실행 속도를 높이는 터보 메모리 기술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PC를 켜거나 용량이 큰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는 PC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로부터 데이터를 끌어들이는데 HDD는 플래시메모리보다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프로그램 구동 시에도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데이터는 터보 메모리에 내장해 필요할 때마다 사용한다.인텔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던 고효율과 낮은 전력 소모, 빠른 무선 인터넷 환경을 센트리노 듀오 프로세서가 실현해 줄 것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삼보컴퓨터 등 국내 PC업체들 뿐만 아니라 HP, 델 등 노트북 PC 업체들도 센트리노 듀오 프로세서 출시에 맞춰 다양한 제품을 내놨으며, 올해 프리미엄급 제품은 모두 센트리노 듀오 프로세서 플랫폼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센트리노 듀오 프로세서 기술이 고객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한다.센트리노 듀오 프로세서 기술에서 802.11n 무선랜은 현재 노트북 PC로 데이터를 전송해 주는 역할을 하는 액세스포인트(AP)가 802.11n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할 수 없으며, 일반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무선인터넷 공유기도 아직 802.11n을 지원하는 제품이 국내에 보급이 되지 않아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이런 환경에서 인텔이 주장하는 센트리노 듀오 프로세서 시대에 ‘이동의 자유’라는 콘셉트를 즐기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GMA X3000 그래픽코어가 일반 사용자가 인터넷 및 간단한 멀티미디어 작업을 하기에는 무리가 없지만, 멀티미디어 프로그램 및 게임이 갈수록 대용량화돼 가는 추세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AMD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맞불AMD는 인텔을 의식한 듯 센트리노 듀오 프로세서 기술 발표 하루 전인 8일 차세대 모바일 플랫폼 기술을 발표했다. 인텔이 CPU, 주기판 칩셋, 무선랜 모듈 등을 자체 생산하고 PC 업체들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플랫폼 사업을 벌이는 것과 달리 CPU만을 생산하는 AMD는 플랫폼 사업을 진행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그래픽 칩셋 업체 ATI를 인수한 AMD는 플랫폼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인텔이 자사 부품으로 구성된 플랫폼 정책을 쓰는데 반해 AMD는 일정 기준을 통과하면 플랫폼 구성 요소로 인정해 주는 ‘베터 바이 디자인(Better By Design)’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인텔이 플랫폼에 필요한 부품들을 지정해 놓은 것과 달리 AMD는 소비자들이 각 구성 요소를 선택해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게 하는 오픈 플랫폼 정책을 쓰고 있다. 두 업체들 간 정반대 전략은 각각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실제 인텔은 플랫폼 사업을 이유로 자사 칩셋과 무선랜 모듈을 강요한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시스템 신뢰도 면에서 개방형 플랫폼보다 우위를 가지고 있다.AMD는 소비자가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지만, 제품 성능에 대한 보증이나 인지도 면에서는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MD가 플랫폼 사업에 치중하는 이유는 새로운 PC 환경에서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서다.차세대 노트북 PC 및 모바일 플랫폼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인텔과 AMD는 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할 것이며 그 경쟁의 결과로 소비자들은 무선의 자유, 이동의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돋보기 플랫폼이란?플랫폼이란 단순히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한 가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의 묶음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인텔과 AMD는 PC에 활용되는 주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를 묶어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을 하고 있다. 기존 PC 업체들은 특정 부품만 단품으로 제공하는 사업 모델을 택했으나 최근에는 주요 부품을 묶어 플랫폼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인텔은 노트북 PC용 플랫폼 센트리노와 홈엔터테인먼트 플랫폼 ‘바이브(VIIV)’ 등을 내놓으며 PC 흐름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플랫폼 사업을 하는 것은 고객에게 한 단계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중요 부품을 자사 제품으로 구성해 다른 업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이형근·디지털타임스 기자 bruprin@gam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