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통법 시행 앞두고 M&A봇물 ㆍㆍㆍ투자은행 도약 '한목소리'

장 활황과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 제정으로 요약된다. 연초부터 주가 상승에 불이 붙으면서 업계의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지난해 주가가 맥을 추지 못하면서 겪었던 고통스러웠던 경험은 어느새 옛이야기가 돼버렸다. 증시로 돈이 몰려들면서 증권사들의 수익성은 크게 개선됐고 애널리스트들의 몸값도 치솟았다.최근 국회 통과가 임박한 자통법은 증권사 간 인수·합병(M&A) 경쟁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향후 자통법이 본격 시행되면 소수의 글로벌 투자은행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증권사는 물론 은행, 저축은행까지 증권사 인수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동안 찬밥 신세였던 중소형 증권사는 ‘귀한 몸’이 됐다.올 상반기 가장 관심을 끈 것은 KGI증권 인수전. 국내 증권사 중 자기 자본 규모가 최하위권이고 지점이 1개도 없는 KGI증권 매각에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까지 뛰어들었다. 자통법 시행으로 대형 투자은행이 출현하면 증권사를 갖지 못한 국민은행은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KGI증권은 결국 솔로몬저축은행이라는 의외의 새 주인을 맞았다.지난해 한발 앞서 증권사를 인수한 기업들은 증시 활황, 자통법 제정, M&A 경쟁 등으로 주가가 치솟으며 대박을 터트렸다. 지난해 NH투자증권(옛 세종증권)을 인수한 농협은 1년 반 만에 인수 금액의 두 배 이상에 달하는 평가 차익을 거뒀다. 지난해 말 우여곡절 끝에 서울증권 인수에 성공한 유진기업도 불과 6개월여 만에 40%가 넘는 평가 차익을 거뒀다. 2005년 브릿지증권을 사들인 골든브릿지의 수익률은 400%가 훨씬 넘는다.올해 증권사들은 일제히 ‘글로벌 투자은행으로의 도약’을 기치로 내걸고 대형 투자은행으로서 갖춰야 할 필수 기능인 리서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 정비와 인력 확충에 나섰다. 대우증권은 해외 리서치 역량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이 때문에 올 상반기 애널리스트 유치전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연초 국내 증시의 최고 스타 중 한 명인 김영익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이 대한투자증권 부사장 겸 리서치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애널리스트 시장의 대격변을 예고했다. 하나금융그룹으로 편입된 대한투자증권은 김정태 사장 취임 이후 공격적인 ‘선수 영입’에 나서 상반기에만 15명의 애널리스트를 스카우트했다. 팀장급만 해도 대신증권에서 양경식 부장을 기업분석부 총괄로 스카우트했고 김장원 팀장(전 하나증권), 한정태 팀장(전 미래에셋증권), 김기안 팀장(전 삼성증권), 조윤정 팀장(전 현대증권), 주익찬 팀장(전 대우증권)을 영입했다.반면 대신증권은 김영익 센터장 후임에 우리투자증권에서 옮긴 구희진 상무를 앉혔다. 조윤남 부장과 양해정 대리도 굿모닝신한증권에서 대신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키움증권은 박병칠 책임연구원(전 푸르덴셜투자증권)과 박현진 연구원(전 동양종금증권)을 영입했다.증권사들이 일제히 리서치센터 강화에 나서면서 과열 양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3배의 연봉을 제시하며 1년차 애널리스트들을 빼가 증권사 간에 얼굴을 붉히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리서치센터장들이 모여 자제를 결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급기야 서울증권은 경쟁 증권사로 옮길 경우 퇴직금 지급을 제한한다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주식시장의 주도주가 바뀌면서 업종 간 애널리스트 연봉 순위도 달라졌다. 과거 최고 수준의 연봉을 자랑했던 반도체, 자동차 업종 애널리스트는 업황 부진의 영향으로 연봉이 깎인 반면 주가 상승을 주도한 조선, 철강 업종은 애널리스트 기근 현상이 빚어지며 몸값이 뛰었다.현재 한국증권업협회에 등록된 애널리스트 수는 780명 안팎이다. 이는 지난 2005년 말 776명보다 26% 늘어난 것이다. 올 들어서도 매달 10여 명씩 애널리스트 수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 규모로는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애널리스트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애널리스트 몸값이 당분간 고공 행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