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605호 (2007년 07월 09일)

‘IT서포터즈’ 출범 넉달…‘희망을 전해요’

기사입력 2007.07.03 오전 11:16

‘IT서포터즈’ 출범 넉달…‘희망을 전해요’

#1 정영만 씨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인 거동이 어려운 1급 지체장애인이다. 그에겐 꿈이 생겼다. 청각장애인 고광채 씨처럼 월매출 1억 원을 올리는 ‘쇼핑몰 사장님’이 되는 일이다. e메일도 버겁던 그는 이제 쇼핑몰 홈페이지를 거의 완성했다. 그에겐 그의 꿈을 돕는 친구가 있다. IT 서포터즈 김재현 서포터다.

#2 망우동사무소엔 한국에 시집 온 베트남 주부들이 모여 컴퓨터를 배운다. e메일 쓰는 법도 배우고 홈페이지 만드는 법도 익힌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인터넷으로 서로의 안부를 전하는 게 베트남 주부들의 꿈이다. 그들에겐 꿈을 돕는 선생님이 있다. IT 서포터즈 홍성오 서포터다.

#3 40여 년간 교직에 몸담았다 정년퇴직한 조영시 씨는 핸드폰으로 사진 찍는 재미에 푹 빠졌다. 하지만 바꿀 때가 됐는지 그의 구식 핸드폰이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다. 공들인 사진들을 컴퓨터에 옮겨 저장하는 방법이 있다고 하는데 당최 알 수가 없었다. 그가 추억을 간직할 수 있게 도움을 준 젊은이가 있다. IT 서포터즈 김승 서포터다.

KT는 지난 2월 400명 규모의 봉사 활동 조직인 ‘IT 서포터즈’를 발족했다. IT 서포터즈는 쉽게 말해 ‘정보기술(IT) 활용의 전도사’다. 장애인이나 노년층, 저소득층 등 정보 활용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컴퓨터나 인터넷은 물론 각종 디지털 기기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이들의 일이다. 또 사용 과정에서 느끼는 궁금증이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교육 활동, 각종 바이러스를 치료해 주고 시스템 보안이나 인터넷 환경 설정을 체크해 주는 진단 활동도 하고 있다.

KT가 추진하는 IT 서포터즈와 여타 기업 봉사 활동 조직의 가장 큰 차이는 기존의 업무를 떠나 사회 공헌 활동에만 전념한다는 것이다. 즉 400명에 이르는 IT 서포터즈의 ‘일거리’는 재무나 기술 지원 등이 아닌 ‘사회 공헌 활동’이라는 뜻이다. KT 관계자는 “IT 서포터즈가 혹시 마케팅 활동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 같은 의심을 떨치고 사회 공헌 차원의 무료 IT 컨설팅이라는 목적을 분명히 하기 위해 아름다운재단에 전문 기술을 기부했다”고 강조했다.

IT 서포터즈는 남중수 KT 사장의 강한 의지에서 시작됐다. 남 사장의 평소 지론은 ‘여선인(與善仁)’이다. 남과 더불어 어질고 선하게 살라는 뜻이다. 그의 철학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시대적 흐름, 국내 IT 산업의 선도 기업이란 KT의 특성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져 탄생한 게 IT 서포터즈다. KT 관계자는 “취임 후 2년여에 걸친 고심 끝에 싹을 틔운 경영자의 의지니 만큼 다른 그 어느 사업보다도 빠르고 강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IT 서포터즈로 선발되면 1년 동안 봉사 활동을 하게 된다. 이 기간이 끝나면 원래의 보직으로 돌아가거나 본인이 원하는 경우 추가로 1년 동안 더 서포터즈로 활동할 수 있다. 물론 대규모 봉사 활동 조직을 구성한다는 데 반대가 없었던 건 아니다.

이 때문에 KT는 첫 IT 서포터즈 선발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 PC나 IT 관련 자격 보유자 등 사내 인사 고과 우수자를 선발해 8주간집중 교육했다. 그 후 전국 26개 권역 단위로 배치했다. KT 관계자는 “IT 서포터즈는 본사 조직에 소속돼 있지 않고 각 지역별 연고지를 중심으로 활동한다”며 “전국적인 지사망을 갖추고 있는 KT의 시스템상 보다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다양한 봉사 활동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IT 서포터즈의 활동이 궤도에 오르면서 KT 안에선 예상치 않았던 변화가 생겼다. 바로 ‘내부 역량의 강화’다. 그간 고객과 직접 만날 기회가 적었던 직원들이 IT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고객이 불편해 하는 게 뭔지, 고객을 위해 해야 할 게 뭔지를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KT 관계자는 “봉사 활동을 하는 직원들도 자신과 회사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이는 곧 고객을 중시하는 KT의 큰 자산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선 한국은 경제 전반의 낮은 IT 활용도로 인해 인프라 강국임에도 이를 생산성과 연계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KT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IT 서포터즈 활동이 봉사 활동을 넘어 한국의 IT 산업 전반을 한 차례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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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7-07-03 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