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605호 (2007년 07월 09일)

수영만 ‘귀족특구’ 변신…냉·온탕 ‘뚜렷’

기사입력 2007.07.03 오전 11:26

수영만 ‘귀족특구’ 변신…냉·온탕 ‘뚜렷’

부산 주택 시장은 두 얼굴의 아수라 백작을 연상케 한다.몇 년 째 미분양이 쌓이고 매매값 변동률이 마이너스를 면치 못하는 반면, 바닷가 신개발지엔 하늘을 찌르는 마천루가 억대 프리미엄을 뽐내고 있다. 한숨과 탄성이 교차하는, 양극이 공존하는 곳이 바로 부산이다.최근 주택 건설 업계 연쇄 부도 우려의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는 부산. 요즘 부산 아파트 시장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해운대 동백섬 바로 옆에 있는 수영만 매립지. 부산을 오랜만에 찾는 사람은 열이면 열 이곳에 와서 입을 쩍 벌리게 된다. 지난해부터 입주를 시작한 초고층 주상복합들의 위용이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구룡반도에서 홍콩섬 전경을 보는 것 같다는 평이 무리가 아닐 정도로 이곳은 몇 년 사이 ‘천지개벽’을 했다.

39만6600㎡ 규모의 수영만 매립지에 들어선 주상복합은 10여 개 3600가구 규모다. 광안대교를 사이에 둔 수영구 민락동, 인근 센텀시티의 주상복합까지 합하면 6000가구를 헤아린다. 현재 공사 중이거나 계획돼 있는 사업지도 수두룩하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줄잡아 5년 안에 개발이 마무리되면 상주인구 20만 명이 넘는 새 도시가 제 모습을 갖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부산에선 이미 ‘귀족 특구’ ‘부산의 강남’ ‘명품 신도시’라 불리고 있다.

수영만에서 차로 10여 분 달리면 해운대구 좌동 신시가지가 나타난다. 3만5000가구가 들어선 이곳은 2000년 이후 부산 아파트 시장의 대명사이자 바로미터로 통한다. 대형 건설사의 아파트가 대거 몰려 있고 개별 단지들은 1000가구 안팎의 대단지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곳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수영만이나 센텀시티와 판이하게 다르다. 거래는 물론 가격 변화조차 감지하기 어려운, 전형적인 ‘정체’가 지속되고 있다. 현지 의견을 종합하면 “2006년 바닥을 친 후 계속 횡보 중”으로 정리된다. 좌동 신시가지에서 5년째 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K공인중개사 대표는 ‘경기’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손사래부터 쳤다. “올 초 가격이 좀 오르나 싶더니 봄 이후 거래는 물론 시세 움직임이 전무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현재 좌동 신시가지 아파트 값은 인근 공업도시 울산보다 훨씬 낮은 상태다. 울산의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당 평균 300만 원대로 치고 올라간 데 비해 좌동은 ㎡당 평균 150만 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갓 지은 새 아파트도 180만 원대를 넘지 않는다. 울산의 딱 절반인 셈이다.

이 때문에 올 초에는 울산의 높은 집값을 피해 1시간 거리인 부산 좌동으로 이사하는 수요가 늘어 적체된 물량이 다소 해소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때 가격이 좀 올라 많은 단지들이 ㎡당 120만 원대를 벗어나 지금 시세에 닿을 수 있었다.

방향을 틀어 부산역, 영도 구시가지 쪽으로 이동하면 체감 분위기는 한층 무거워진다. 중개업자들은 “할 말이 없다”고 고개를 돌렸다. 현상 유지는 커녕 갈수록 집값이 떨어지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부산진구, 북구, 기장군 등지의 주택 경기는 아예 “죽었다”고 할 만큼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현지의 전언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거리 곳곳에서 ‘특별분양(미분양 세일)’ 현수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30층이 족히 넘어 보이는 주상복합 아파트 벽면엔 ‘잔여분 선착순 분양’이라는 현수막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분양이 되지 않다 보니 구도심의 20여 군데 재개발 구역은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 중이다. 설상가상으로 “재개발은 돈 안 된다”며 현금 청산을 요구하는 조합원이 늘고 있다. 집값, 땅값이 더 내리기 전에 아예 정산을 받고 손을 털겠다는 의도다.

이처럼 부산 주택 시장은 전반적인 침체 속에 수영만 매립지, 센텀시티 등 일부 지역만 ‘독야청청’하는 형국이다. “두 지역을 빼놓으면 볼 만한 게 없다”는 소리도 나온다.

각종 통계치는 이런 주택 시장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부산시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07년 4월 말 현재 부산의 미분양 주택은 총 7894가구다. 지역별·규모별로 미분양이 고루 분포돼 있다. 특히 준공을 마쳤지만 미분양 상태인 주택이 2012가구에 달한다. 주인 없이 방치된 빈 아파트들이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전용면적 60㎡ 초과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다.

하지만 업계에선 실제 미분양 수치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간 건설업체들이 미분양 수를 줄여서 보고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미분양 물량은 발표치의 2배 가까운 1만5000가구 수준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견 업체 신일의 부도 이후 주택 건설사 연쇄 부도 우려가 나오면서 부산 주택 시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악의 미분양 도시라는 악명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을 안고 공사를 계속하는 몇몇 중견 업체들은 자금사정이 아주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부산 주택 시장 전반에 돈 가뭄이 심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가격 추이도 시들할 수밖에 없다. 부산은 2002~03년에 연평균 7.75%가 오를 정도로 고공 행진을 거듭했었다. 북구의 경우 이때 연평균 21.3%라는 놀라운 상승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2004년부터 0%대 움직임으로 돌아서더니 지난해부터는 아예 마이너스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동래구, 수영구, 중구, 해운대구를 제외한 나머지 12개 구에서 일제히 마이너스 상승률을 나타냈다. 좌동 신시가지의 한 중개업자는 “현재 시세가 5년 전 시세”라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상황이 쉽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스피드뱅크 집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부터 예정된 부산지역 신규 공급 물량은 줄잡아 3만여 가구에 달한다. 이는 1만4000가구 안팎이던 예년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치다. 가뜩이나 과잉 공급이 미분양 악순환으로 이어지는데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박헌 스피드뱅크 부산지사장은 “쉽사리 전체 시장이 살아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지난해부터 완공한 건물 가운데 입주율 50%를 넘긴 곳을 찾기가 힘든 데도 신규 공급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수영만 매립지와 센텀시티의 초고층 주상복합들도 예외가 아니다. 바닷가 전면에 있는 아파트 동들은 입주율 60% 선, 뒤 쪽의 오피스텔 동은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곳들이 많다. 수영만 매립지의 A부동산컨설팅 관계자는 “분양 받아 놓은 부산 사람들 중에는 원래 살던 곳을 팔지 못해 꼼짝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거래가 부진하다 보니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입장인 사람이 꽤 많다는 것이다.

분양 계약자 중 외지인이 많다는 것도 저조한 입주율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포스코 아델리스, 두산위브포세이돈 등 전면에 바다와 광안대교를 조망할 수 있는 인기 단지들은 계약자 절반 가까이가 서울 등 외지인으로 알려진다.

인근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영화배우, 기업체 오너, 재일동포 사업가 등이 별장 삼아 분양을 받아 두고 1년에 몇 차례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입주율이 낮은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투기과열지구 전면 해제해야”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다. 2005년 인구는 358만6000명. 그러나 앞으로 3년 후인 2010년에는 14만 명이 줄어 344만 명선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미 지난 10년간 40만192명이 부산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가 줄어드는데 공급은 늘어나니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침체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부산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택지개발지구인 기장 정관신도시 아파트 분양에서 이 같은 문제가 그대로 드러났다.

지난해 6월, 정관신도시에선 7개 업체가 7415가구를 동시 분양하면서 청약과 동시에 계약에 들어갔다. 그런데 전체 계약률이 평균 30% 이하였다. 일부는 초기 계약률이 10%에도 못 미쳐 ‘한 자릿수 분양’이라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416만4300㎡ 규모의 신도시가 이처럼 저조한 실적을 보이는 예는 전국적으로도 극히 드문 일이다. ‘어이없는’ 결과에 건설 업체들은 즉각 미분양 털어내기에 돌입했다. 중도금 무이자 융자, 계약금 인하, 발코니 확장 지원 등은 기본으로 내걸었다. 롯데건설의 경우 아파트 공동 구매제를 도입, 직장인 3명 이상이 함께 계약할 경우 취득세와 등록세를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부산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맥을 못 추는 가운데 특히 신규 분양 시장의 부진이 골칫거리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규제를 풀라”는 목소리가 드높다. 특히 투기과열지구 전면 해제가 ‘지상 과제’일 정도다. 분양권 거래가 허용되고 대출 규제가 완화돼야 신규 분양 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분양권 전매의 위력은 최근에도 증명이 됐다. 포스코건설이 부산진구 부전동에 공급한 주상복합 ‘서면 더샵 센트럴스타’는 평균 3.5 대 1을 기록하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업체 관계자는 “2003년 7월 전에 건축허가 서류를 접수했던 프로젝트여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면서 “부산 신규 분양시장이 부진을 벗어나려면 투기과열지구 전면 해제를 통해 투자 수요가 움직이게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거래시장의 바람이기도 하다. 6월 26일 센텀시티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몇 달 전부터 ‘곧 해제된다’는 말이 돌고 있다”면서 “해제 발표가 난다고 해도 관심이 집중된 해운대구, 수영구가 포함되지 않으면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가치 높은 지역에 규제가 풀려야 돈맥이 움직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하루 뒤인 6월 27일 건설교통부 발표에선 해운대구, 수영구, 영도구를 제외한 지역이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됐다. ‘흉내만 냈다’는 지적이 있지만 현지 시장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기대에 못 미친다 하더라도 최근 잇단 호재들과 더해 ‘해빙기’가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솔솔 피어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지금을 ‘매수 시점’으로 진단하고 있다.

서경애 센텀시티 신세계공인 소장은 “센텀시티와 수영만 매립지가 한창 개발 단계에 있는 만큼 미래 가치가 아주 높다”면서 “2년 이상 가격 조정을 거쳤기 때문에 투자자나 실수요자 모두 선별 매수를 고려할 만하다”고 밝혔다. 우동 청우부동산 관계자도 “최근 부산시가 수영만 매립지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승인해 50~70층 규모 주상복합 개발이 가능해졌다”면서 “수영만은 최고의 조망을 갖춘 만큼 희소성의 관점에서 충분히 투자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 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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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7-07-03 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