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605호 (2007년 07월 09일)

골병든 헤지펀드 수두룩… 폭발하면 ‘끝’

기사입력 2007.07.03 오전 11:34

골병든 헤지펀드 수두룩… 폭발하면 ‘끝’

잘나가던 뉴욕 증시가 헤지 펀드의 청산 위기로 발목을 잡혔다. 베어스턴스 증권이 운용 중인 2개의 헤지 펀드가 청산 위기에 몰리면서 그 파장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산 위기에 몰린 헤지 펀드는 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채권에 투자했던 펀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보니 펀드의 손실률도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원금이나 대출금 상환을 요구하면서 청산 위기에 내몰렸다.

문제는 이처럼 청산 위기에 몰린 헤지 펀드가 상당할 것이란 불안감이다. 헤지 펀드가 부실화하면 투자자는 물론 여기에 돈을 빌려줬던 대형 투자은행들도 손실을 입을 게 분명하다. 채권 값과 주가도 떨어진다. 헤지 펀드 청산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경우 신용 경색이 야기될 공산도 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헤지 펀드를 비롯한 시장 참가자들의 무분별한 투자 행태가 한꺼번에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차입을 통한 투자가 성행하다 보니 언제 어디서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물론 이런 불안감이 현실화할 것으로 속단할 수는 없다. 베어스턴스 증권이 긴급 자금을 투입해 일단 청산 위기를 넘긴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파장을 차단하려는 노력도 진행 중이다. 그렇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무분별한 투자 행태가 가져온 불안감은 한동안 뉴욕 증시를 짓누를 전망이다.

헤지 펀드 청산 위기 왜 몰렸나

베어스턴스를 비롯한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등 대형 투자은행들은 헤지 펀드에 수백억 달러를 운용하고 있다. 이 중 문제가 된 것이 베어스턴스가 운용 중인 HGSC와 HGSCELF란 2개의 헤지 펀드다. 이들 헤지 펀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즉 비우량 주택 담보대출을 근거로 발행된 부채담보부증권(CDO: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s)에 자산의 대부분을 투자해 왔다. 위험성이 크지만 단기간 내 상당한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에서였다. 규모는 100억 달러를 훨씬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대규모로 부실화하면서 발생했다. 주택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신용도가 약한 사람들이 모기지를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도 증가했고, 이를 근거로 발행된 CDO도 동반 부실화했다. 그러다 보니 이들 채권을 대규모로 편입한 헤지 펀드들도 손실을 내기 시작했다. 베어스턴스 2개 헤지 펀드의 경우 지난 4월 말 현재 손실률은 20%를 넘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여기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원금 상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이들 헤지 펀드에 돈을 빌려줬던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등 대형 투자은행들은 대출금을 상환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투자은행들은 대출금을 제때 상환하지 않으면 돈을 빌려주고 담보로 잡은 채권을 시장에서 처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베어스턴스의 2개 헤지 펀드는 투자 원금이 20억 달러인데 비해 차입금은 100억 달러를 훨씬 넘고 있다. 운용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차입금을 끌어들인 결과다. 돈을 빌려오면서 보유 채권을 담보로 맡겼고 언제든지 환매를 요청하면 이에 응한다고 계약했다.

이런 상황에서 손실률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메릴린치 등은 담보채권을 처분하기 위해 나섰다. 실제 메릴린치는 8억5000만 달러의 담보채권을 처분하기 위해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입찰까지 실시했다. 이만한 채권이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지면 채권 값은 폭락(수익률 상승)하고 증시가 타격을 입을 게 분명했다.

사정이 다급해진 베어스턴스는 우선 HGSC 펀드에 32억 달러를 긴급 지원해 위기를 넘겼다. 이 돈으로 대출금 상환에 나서라는 것. 아울러 나머지 헤지 펀드인 HGSCELF에도 추가 지원을 검토 중이다. 헤지 펀드의 손실을 모회사가 보전함으로써 일단 청산 위기를 넘기자는 의도다. 그러나 손실은 베어스턴스가 고스란히 떠안는 꼴이어서 베어스턴스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바짝 움츠러드는 금융시장

골병든 헤지펀드 수두룩… 폭발하면 ‘끝’
헤지 펀드는 속성상 단기 고수익을 추구한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 헤지 펀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근거로 한 CDO를 편입했다. 이들 펀드는 집단 손실을 기록 중이다. 베어스턴스 펀드의 청산 위기가 환매 요구에 직면하면서 표면화했을 뿐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해결되지 않는 한 시간이 지날수록 청산 위기에 처하는 제2, 제3의 헤지 펀드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런 불안감이 퍼지면서 금융시장이 잔뜩 움츠러들고 있다.

헤지 펀드가 문제가 되면 불똥은 여러 갈래로 튄다. 당장 투자자들이 큰 탈이다.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특히 헤지 펀드엔 안정성을 추구하는 연기금과 기부금 펀드들이 최근 상당액 들어왔다. 연기금 등 기관 펀드들은 최근 자산시장이 급등하자 전통적 운용 수단인 채권과 주식 외에 헤지 펀드, 사모 펀드, 부동산 펀드를 비롯한 실물 펀드 등 이른바 ‘대안 투자(Alternatives) 규모를 늘리고 있다. 기관 펀드들의 대안 투자 비중은 지난 2003년만 해도 7.8%에 그쳤으나 작년에는 10%로 높아졌다.

만일 기관 펀드들이 손실을 떠안을 경우 연기금에도 영향을 미쳐 파장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른바 대안 투자는 채권이나 주식처럼 쉽게 현금화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자칫하면 손실이 커질 것을 알면서도 이를 감내해야 하는 막다른 상황에 내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다 보니 <월스트리트저널>은 “베어스턴스 헤지 펀드 위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뿐만 아니라 다른 투자 대상의 거품이 꺼질 경우 피해는 계산이 불가능할 정도라는 근거에서다.

투자자뿐만 아니다.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등 대형 투자은행들도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이들은 헤지 펀드와 사모 펀드에 이미 상당액을 대출해 줬다. 안전장치로 채권을 담보로 잡았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이들 투자은행들은 게다가 직접 헤지 펀드에 수백억 달러를 직접 투자해 운용하고 있다. 자세한 자산운용 내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상당액은 CDO에 투자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일반 채권을 근거로 한 CDO는 작년에만 5030억 달러가 발행됐다. CDO 대부분은 헤지 펀드가 사들였다.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더욱 엄청나다. 헤지 펀드가 청산되면 보유 채권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채권 값은 폭락하고 금리는 뛰어 오른다. 시중 자금은 안전 자산에 몰리고 주가는 내릴 수밖에 없다. 대출 규정이 강화돼 대출이 힘들어져 유동성이 한꺼번에 고갈되는 최악의 경우도 상정할 수 있다.

더욱이 이미 뜀박질 중인 모기지 금리를 부추겨 가뜩이나 얼어붙은 주택 경기를 더욱 꽁꽁 얼어붙게 할 게 분명하다. 주택 경기가 얼어붙으면 미국 경제의 회복도 더뎌질 수밖에 없다.

비관론자들 ‘금이 간 둑’ 혹평

실제 금융 위기가 현실화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현재로선 파장은 있겠지만 큰 충격은 없을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베어스턴스의 경우에서 보듯이 헤지 펀드의 청산을 막기 위해 다양한 대책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에서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문이 이미 연초에 나타난 터라 상당수 헤지 펀드는 이에 대한 대책을 어느 정도 세우고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막연한 불안감만 걷히면 금융시장의 불안감도 치유될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이 우세한 편이다. 씨티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루이스 알렉산더는 “주택 경기 등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세계 경제가 워낙 탄탄해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지만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최근의 상황을 ‘금이 간 둑’에 비유한다. 둑에 난 금을 메우고는 있지만 어느 한곳에서 구멍이 날 경우 둑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것. 1998년 파산한 헤지 펀드인 롱텀캐피털이 가져온 파장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더욱이 버블이 낀 것으로 평가되는 자산 가격이 한꺼번에 빠질 경우 상황은 예상보다 심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불확실성은 증시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다. 어찌됐든 결론이 나야 증시는 방향성을 찾는다. 그런데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아 헤지 펀드 위기에 대한 불확실성도 한동안 지속될 공산이 크다.

하영춘·한국경제 특파원 ha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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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7-07-03 1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