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605호 (2007년 07월 09일)

‘넘치는 돈 막아라’… 총성 없는 전투 한창

기사입력 2007.07.03 오전 11:36

‘넘치는 돈 막아라’… 총성 없는 전투 한창

중국 정부가 증시에 과다하게 몰린 유동성과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첸(錢)과의 전쟁은 크게 세 갈래로 이뤄지고 있다. 국내외 자본이 과도하게 증시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것이 첫째다. 둘째는 넘치는 유동성을 해외로 돌리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과잉 유동성을 일부라도 소화할 수 있을 만큼 우량주를 넉넉히 공급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중국 금융 당국이 동시다발적으로 내놓고 있는 각종 조치들은 이같은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우선 증시로 흘러가는 유동성 규제는 직접적인 방식과 간접적인 방식이 동시에 동원되고 있다. 해외 핫머니에 대한 규제의 고삐를 당기고 대출 받아 주식 투자로 전용하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조치는 직접적인 방식에 해당된다.

국가외환관리국은 최근 성명을 통해 지난해의 외환 관리 부실로 10개의 외국은행 등 29개 은행에 징계를 내렸다며 투기자본 유입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의 핫머니 유입이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 유입돼 거품을 키우면서 중국의 긴축 정책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는 게 중국 당국의 판단이다.

이미 4월부터 연해 지역 10개 도시에서 핫머니 유입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핫머니 유입 통로인 단기 외채에 대한 전국적인 조사도 실시하기로 했다. 후샤오롄 외환관리국장은 수출액을 허위 보고하는 식으로 단기 투기자본이 유입되는 것을 찾아내는 것도 주요 임무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수출가를 높이는 대신 수입가를 낮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핫머니가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년간 이처럼 비정상적인 무역 조작을 통해 유입된 외화만 1000억 달러에 달한다(상하이사회과학원).

일부 기업의 수출액이 매출액의 150%에 달하고 있는 것은 무역 사기를 통한 핫머니 유입이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준다. 중국 언론들은 멕시코 일본 아시아 등지에서 경제 위기를 겪기 전에는 늘 대량의 외국 자본이 무역을 빙자해 유입됐다며 이를 차단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환치기를 통해 중국으로 유입된 핫머니가 주식시장에 흘러들고 있는 것도 중국 당국의 요주의 대상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개인은 현재 중국 내국인 전용 A주에 투자할 수 없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중국인 차명을 통해 환치기 자금을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경로 등을 통해 중국 증시에 유입된 헤지 펀드 규모만 해도 500억 달러에 이른다는 게 중국 사회과학원의 추산이다. 이는 A주에 투자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은 50여 개 QFII(적격 외국인 기관투자가)의 투자 한도 100억 달러의 5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삼성경제연구소 중국사무소는 “올 1분기 외환 보유액이 1357억 달러 늘었는데 이 가운데 무역(비정상적인 수출 조작 포함)과 외국인 직접 투자 등에 의한 외환 증가를 제외할 경우 약 733억 달러의 증가액은 출처를 알 수 없는 투기 목적의 핫머니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위안화 환율 변동 폭이 상하 0.3%에서 0.5%로 확대되고 위안화 가치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서 위안화 절상에 따른 차익을 노린 핫머니 유입도 빨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넘치는 돈 막아라’… 총성 없는 전투 한창
해외 핫머니 유입에 칼날을 대는 것과 함께 중국 기업들의 주식 투자용 불법 대출에 대한 조사 강화는 직접적인 유동성 규제책이다.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가 최근 국유기업이 불법적으로 주식과 토지를 매입할 수 있도록 31억4000만 위안(약 3768억 원)을 대출해 준 8개 은행을 처벌한 게 대표적이다. 올 들어서만 두 차례 금리를 올린 것도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다.

특히 예금 금리 인상과 함께 최근 이자소득세 인하 방침을 정한 것은 간접적인 유동성 규제 방식이다.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는 최근 국무원(정부)에 이자소득세 부과를 중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 같은 조치는 개인들이 저축에서 돈을 빼내 증시로 몰려가는 현상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고 중국 당국이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증시 버블기였던 2001년에 나타났던 저축액 감소 현상은 올 들어 다시 등장했으며 지난 4월에는 무려 1674억 위안(약 20조880억 원)이 줄어 월간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의 감소 폭을 기록했다. 4월 소비재 판매 총액은 전달보다 12억8000만 위안(약 1536억 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저축 감소액의 대부분이 증시로 유입된 것으로 판단된다. 4월의 월별 신규 주식 거래 계좌 개설 건수가 지난해 연간 개설 건수를 초과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채권 아닌 해외 주식에도 투자 허용

수출 부가가치세 환급을 줄이거나 취소하는 대상을 크게 확대하고 특별 국채를 발행하는 것 역시 유동성 규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맥이 닿는다.

중국 당국이 넘치는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또 다른 방안으로 내세우고 있는 게 유동성을 해외로 돌리는 것이다. 지난해 도입한 QDII(적격 내국인 해외 투자)제도를 최근 확대하고 나선 게 대표적이다. 중국 내 은행 보험 증권 자산운용사가 현지 자금을 펀드로 모아 해외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게 QDII제도다. 지난해만 해도 은행이 조성한 해외 펀드는 채권과 같은 해외 고정수익 상품 투자만 허용됐으나 최근 해외 주식으로 투자 범위가 확대됐다. 중국 당국이 은행들에 대해 지난 4월 말 145억 달러 규모의 해외 투자를 허용했지만 3% 정도만 집행될 만큼 지지부진한 것은 위안화 절상과 중국 증시 급등 탓도 크지만 주식과 같은 고수익 상품이 해외 펀드 편입 대상에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증권과 자산운용사의 해외 펀드 허용은 지난해 화안관리기금이라는 중국의 유명 자산운용사에 시범적으로 적용했는데 이를 7월 5일부터 모든 증권과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전면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증권 및 자산운용사가 조성한 해외 펀드의 투자 대상은 중국의 감독기관과 양해각서를 맺은 국가는 한국을 비롯, 미국 영국 일본 호주 홍콩 등 33개 지역이다. 이들 지역의 우선주를 포함한 주식과 채권 및 각종 파생상품 등을 편입하게 되는 것이다. 중국 언론은 20여 개 자산운용사가 자격 요건을 갖췄다고 전했다. 중국의 자산운용 업계는 최근 일본과 한국을 찾아 시장조사를 하는 등 해외 펀드 운용 준비에 나섰다.

중국 당국이 홍콩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의 본토 증시 상장을 유도하고 있는 것도 유동성 문제 해결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자본으로 홍콩에 설립돼 홍콩 증시에 상장한 레드칩의 A주 상장을 유도하는 게 그것이다. 홍콩에 상장된 93개 레드칩 가운데 21개사의 A주 상장이 유력한 것으로 중국 언론들은 보고 있다. 중국이동통신(차이나모바일)이 7월중 A주 상장 절차를 밟는 게 신호탄이다. 레드칩의 A주 상장은 우량주 공급을 늘림으로써 유동성을 소화할 여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H주(홍콩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와 A주의 동시 상장을 권고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공상은행이 홍콩과 상하이 증시에 동시 상장한 게 대표적이다. 현재 40여 개 중국 기업이 홍콩의 H주와 중국 본토의 A주에 동시 상장돼 있다. 중국 당국은 특히 해외 IPO(기업 공개)에 나서는 우량 기업들에 우선 본토 증시에 상장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중국에 유동성이 넘쳐난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2003년 이후 경제가 10%를 웃도는 경제 성장을 지속하면서 늘 유동성이 넘쳐 왔다. 총통화(M₂) 증가율만 놓고 봐도 올 1분기 17.3%를 기록해 정부 억제 목표치인 16%를 이미 넘어섰다. 2003년 19.6%에 달했던 M₂ 증가율은 2004년 14.7%, 2005년 17.6%, 2006년 16.9%로 고공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이 위축되고 증시가 살아나면서 증시로의 유동성 쏠림이 과도하게 됐고 이는 증시 버블을 우려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게 중국 당국의 고민이다. 물론 중국 증시의 상승엔 상장사 이익의 폭발적인 증가세와 거시경제의 양호한 성장도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잘나갈 때도 부침을 거듭해 온 중국 증시의 현실을 감안할 때 최근의 증시는 유동성 장세의 성격이 짙다고 볼 수 있다. 과잉 유동성 장세-증시 버블 붕괴-사회문제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중국 당국의 시도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오광진·한국경제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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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7-07-03 1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