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9중대〉

1979년에 시작돼 1989년까지 이어진 소련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베트남 전쟁이 미국에 그러했듯이, 소련에 참담한 상처와 후유증을 남겼다. 아프간의 무자헤딘을 물리친다는 명목 하에 감행된 소련의 침공은 브레즈네프 통치 시절에 시작돼 결국 수만 명의 희생자만 양산하고, 10년여 만에 수확 없는 철군으로 막을 내려야 했다. 러시아에서 도착한 전쟁영화 〈제9중대〉는 바로 그러한 자국의 역사를 펼쳐내, 악몽과도 같은 전장의 풍경에 포커스를 맞춘 작품이다. 총 제작비 900만 달러의 블록버스터로 제작됐고, 2005년 러시아 최고 흥행작이자 소비에트 연방 붕괴 뒤 박스오피스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영화로 기록됐다.비가 쏟아지는 밤의 기차역, 징집된 젊은이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아직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그들은 닥쳐올 삶에 대한 두려움과 흥분이 뒤섞인 채 기차에 몸을 싣는다. ‘인간이 아닌 쓰레기’라는 모욕과 함께 군화에 걷어차이고 흙바닥을 뒹구는 훈육의 과정을 거쳐 마침내 아프간에 다다른 젊은이들. 최후방을 지키는 제9중대에 소속된 이들은 리더 격의 류타예프를 중심으로 동지애를 꽃피우지만, 결국 전장의 포화 아래 차례차례 스러지고 만다.〈제9중대〉는 다른 여타의 전쟁영화와 다르지 않은 길을 걷는다. 인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끔찍한 폭력, 전쟁의 참화를 드러내는 것. 영화는 훈련소에서의 생활과 실제 전쟁터에서 부딪치게 되는 상황을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어 전개하는데, 각각에 실린 비중이 거의 대등하다. 다짜고짜 포탄을 쏟아내고 시체를 남발하는 대신 캐릭터 구축에 공을 들인다는 의미다. 하나같이 머리를 빡빡 밀고, 똑같은 군복을 입은 젊은이들. 개인이 아닌 집단의 일원으로 제조되고, 기억되는 이들의 얼굴에 각자의 숨을 불어넣는 것이다.나약하고 어수룩하지만 사랑을 갈구하는 바라비, “전쟁은 그 자체로 아름다움”이라며 박제된 예술론을 펼치는 이상주의자 지오콘다, 딸을 그리워하며 편지 한 통에 목숨을 걸듯 달려드는 스타시 등 〈제9중대〉는 한 인물 한 인물을 모두 보듬어 독자적인 존재감을 부여한다. 후반부에 펼쳐지는 전장의 비극은 그래서, 단순히 모호한 동정심을 자극하는 익명의 시체 바다로 끝나지 않는다. 살아 있는 각자의 꿈과 욕망으로 펄떡이던 한 인간이 삶을 빼앗길 때 그 비극은 관객의 가슴을 정면으로 파고들게 되는 것이다.〈지옥의 묵시록〉 〈풀 메탈 자켓〉 〈플래툰〉 등 극한에 치달은 인간의 광기를 담아낸 훌륭한 전쟁영화들은 적지 않다. 〈제9중대〉의 인장은 광기라기보다는 침묵이다. 눈앞에서 적이, 동료가, 인간이, 세계가 산산이 찢겨 사라지는 순간, 모든 언어를 빼앗겨버린 침묵. 전쟁은 무언의 폭력으로 영혼을 잠식한다.〈비밀〉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 은행 강도 사건에 휘말려 뇌 이식 수술을 받게 된 준이치는 점차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로부터 조종을 받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 가는 듯한 준이치는 우연히 자신의 뇌를 기증해준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된다. 그는 급기야 자신이 연인 메구미를 해치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훌라걸즈〉의 아오이 유우, 〈노다메 칸타빌레〉의 다마키 히로시가 호흡을 맞췄다.〈해리포터〉 시리즈 5번째 이야기. 호그와트 마법학교에 돌아온 해리포터(다니엘 래드클리프 분)의 삶은 평탄치 않다. 헤르미온느(엠마 왓슨 분), 론(루퍼트 그린트 분)과의 관계가 소원해졌고, 악의적인 소문에 휩싸이게 된 것. 해리포터는 마법사들의 비밀단체 불사조 기사단과 손을 잡고 악의 세력 볼드모트와의 결전을 준비한다. 어둠의 마왕 볼드모트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마지막에 덤블도어 교수와 벌이는 마지막 대결은 압권이다. 데이비드 예이츠 감독 연출.해부학 실습을 시작한 첫날, 여섯 명의 의대생에게 가슴에 장미 문신이 새겨진 해부용 시체가 배정된다. 실습을 마친 후부터 이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환영과 악몽에 시달리게 된다. 한지민, 온주완 주연. 〈필통낙하실험〉등 단편으로 주목받은 손태웅 감독의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최하나·씨네21기자 raintree@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