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609호 (2007년 08월 06일)

3분의 1 이상 법학 비전공자 선발

기사입력 2007.08.01 오후 01:43


로스쿨법의 국회 통과로 사법고시로 대표되는 법조인 양성 시스템이 일대 변화를 맞게 됐다. 로스쿨법이 도입되면 어떤 점이 달라질까. 법조인이 되기 위해서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지금까지는 노무현 대통령처럼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사법고시를 통과하면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고졸 사시 합격’ 신화나 ‘대학 재학 중 합격’ 등은 자취를 감추게 될 전망이다.

로스쿨을 졸업한다고 해서 누구나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정하는 소정의 변호사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변호사 시험 합격률은 로스쿨의 정원과 변호사 정원이 확정되지 않아 예측하기 어렵다. 로스쿨의 정원은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가 주도해 정하지만 변호사 정원은 법무부와 행정자치부가 정하기 때문에 부처 간의 협의를 거처야 한다. 전문가들은 로스쿨 졸업자의 70~80%가량을 합격시키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사법고시 체제에서는 사법연수원 고득점자가 판사나 검사로 임용됐다. 하지만 로스쿨 체제에서는 변호사를 거치지 않으면 판검사가 될 수 없다. 현재까지는 일정 기간의 경력을 쌓은 후 선발한다는 대원칙만 정해져 있다.

로스쿨의 개교 시기는 2009학년도로 명시돼 있다. 3년제로 운영되는 만큼 2009학년도 입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변호사 자격을 얻는 것은 2012년 이후가 된다. 이에 따라 사법고시는 2012~13년께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사법고시를 언제 폐지할지는 관계 부처의 협의를 거처 최종 결정된다.

메디컬 스쿨은 아직까지 시범 운영 단계에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의학부와 메디컬스쿨을 병행해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로스쿨은 개원하면 곧바로 학부생 모집을 중단해야 한다. 이 때문에 서울대 고려대 등 법학대학이 유명한 학교들은 2008년이 학부 신입생 모집의 마지막 해가 될 전망이다.

로스쿨의 대원칙은 다양성이다.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춘 법조인이 되려면 법학 이외의 학문 분야에 대한 소양이 필요하다고 판단, 정원의 3분의 1 이상을 법학 이외의 전공자로 선발해야 한다는 조항이 법안에 포함됐다. 대학의 순혈주의를 막기 위해 정원의 3분의 1 이상을 타 대학 학생으로 채워야 한다는 조항도 집어넣었다. 기존의 법학대학원 출신이 로스쿨에 합격하면 이수 학점의 일부를 경감 받을 수 있다. 로스쿨 학생들 간의 이동도 법적으로는 가능하다. 타 대학 로스쿨에서 이수한 학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법안에 명시돼 있다.

로스쿨 법안에는 입시에 반영할 수 있는 전형 요소도 명시돼 있다. 학점과 공인 영어시험, 법학적성검사(LEET·Legal Education Eligibility Test)를 통해 학생들을 선발해야 하며 대학의 판단에 따라 봉사 활동 실적 등도 반영할 수 있다.

법학자가 되려는 사람도 로스쿨에 가야 할까. 법학부가 없는 대학에 진학한 경우 법학을 학문으로 공부할 수 있는 곳이 로스쿨 밖에 없기 때문에 로스쿨 진학이 불가피하다. 의사를 양성하는 대학원인 의·치의학전문대학이 학자를 지망하는 학생들을 별도로 선발해 교육하듯 로스쿨도 법학자가 될 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교육 과정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스쿨 법안은 법학자가 되기 위한 별도의 정원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로스쿨 설립대학 내년 ‘확정’

로스쿨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불분명한 점 투성이다. 국회 교육위에서 법안의 세부적인 사항을 검토하는 작업을 생략했기 때문이다. 로스쿨의 정원을 몇 명으로 해야 할지 어떤 학교를 지정할지 등은 교육부가 법무부·법원행정처와의 협의와 대한변협·법학교수회·시민단체 등의 의견수렴 등을 거처 최종 결정하게 된다. 이 같은 내용은 시행령 초안이 발표되는 8월 말께나 돼야 알 수 있다. 이 초안 또한 법조인 4명, 대학 교수 4명, 일반 시민 4명, 교육부 공무원 1명 등으로 구성되는 법학교육위원회의 심의를 거처야 효력을 발휘한다.

로스쿨과 관련된 가장 큰 논쟁거리는 로스쿨의 입학 정원이다. 변호사협회 등 법조인 단체들은 사법고시의 합격자와 엇비슷한 수준인 1200명 선을 선발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한다. 반면 대학들은 3000~4000명 정도는 선발해야 제도 도입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대학들은 로스쿨 정원이 법조인들의 주장처럼 1200명 선으로 적게 결정되면 자칫 로스쿨을 유치하지 못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로스쿨도 없는 이류대학’이라는 오명을 듣기 싫은 것이다. 로스쿨 정원이 적을 경우 법대 교수들의 자리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도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다.

법조인들은 대학들의 주장대로 매년 3000명 이상의 변호사들이 시장으로 쏟아져 나올 경우를 걱정하고 있다. 변호사의 수가 늘어나면 경쟁이 치열해지고 변호사 수임료 수입도 적어질 수 있다. 이들은 대외적으로는 대학 정원이 줄어들면 법조인의 질이 떨어진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어떤 대학에 로스쿨 설립 인가를 내 줄지는 내년 3월까지 기다려야 알 수 있다. 교육부는 9~10월 중 인가 신청을 받고 6개월간 검토한 후 로스쿨 인가 대학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로스쿨 인가를 받으려면 학생 15명당 1명의 교수를 둬야 한다. 전체 교원 중 5분의 1은 법조 관련 실무 경력이 있는 자로 확보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도 붙어있다. 특성화된 커리큘럼을 보유했는지, 충분한 교습 시설을 갖췄는지 등이 로스쿨 인가 여부를 가름하는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사법고시 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명문대 법대 8~10곳, 지방 거점대학 5~6곳 정도가 로스쿨 인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돋보기 / LEET는 어떤 시험

언어 감각 ‘뛰어나야’… 논리학·철학 ‘기본’

로스쿨의 당락은 대입의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유사한 법학적성시험(LEET·Legal Education Eligibility Test)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토익, 토플과 같은 공인 영어시험 성적과 학점 등도 반영되지만 자격 조건 정도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학점의 경우 서울 소재 명문대와 지방대의 학점을 동일하게 볼 수 없는 등 객관성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 공인 영어시험 점수도 로스쿨의 취지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떨어진 탓에 지원 자격을 결정하는 정도의 역할만 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LEET는 ‘법조인이 될 자질이 있나’를 평가하는 일종의 적성검사다. 따라서 법학을 비롯한 특정 학문적 지식을 묻는 문제는 출제되지 않는다. LEET를 개발하고 있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한 관계자는 “LEET는 특정 지식이 아니라 법조인에게 필요한 논리력, 추론 능력, 이해력 등을 물어보는 시험”이라며 “언어 감각이 뛰어나거나 철학, 역사학 등 기초학문을 제대로 배운 사람이 높은 점수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평가원의 LEET 예시 문항이 공개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출제될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평가원이 벤치마킹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 로스쿨입문 시험(LSAT·Law School Admission Test)을 보고 시험의 내용을 어림짐작할 뿐이다. LSAT에서는 논리적 추론(2과목·24~26개 문제), 분석적 추론(1과목·22~24개 문제), 독해력(26~28개 문제) 등과 관련된 문제들이 나온다. 여기에 30분 안에 2쪽가량의 에세이를 쓰는 작문 시험이 곁들여진다.

행정고시 1차 시험인 공직적격성평가(PSAT·Public Service Aptitude Test)와 유사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류원기 베리타스 법학원 원장은 “LEET가 변별력을 갖추려면 전반적으로 쉬운 시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미국의 LSAT보다 다소 어렵게 출제될 것”이라며 “행정고시 1차 시험인 PSAT의 언어 영역, 상황 판단 과목을 약간 변경하고 여기에 몇 가지 영역을 추가한 형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치학과 사회학과 철학과 출신이 다른 전공을 가진 수험생보다 LEET 시험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경우 LSAT에 변증법, 삼단논법의 오류 등 철학, 논리학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풀 수 없는 문제가 출제되기 때문에 사회학도나 철학도가 로스쿨에 많이 진학한다.

3분의 1 이상 법학 비전공자 선발
송형석·한국경제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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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7-08-01 1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