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609호 (2007년 08월 06일)

변호사 합격률 48%…‘절반의 성공’

기사입력 2007.08.01 오후 01:54

변호사 합격률 48%…‘절반의 성공’

‘절반의 성공.’ 2004년 도입돼 2006년 9월 첫 합격자를 배출한 일본의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에 대한 평가다. 70~80%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던 신사법시험 합격률이 48.3%로 떨어진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때문에 학생들과 로스쿨 도입에 반대했던 변호사들로부터 “고이즈미 정권 최대의 사기극”이라는 불만들이 쏟아졌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일본 정부는 날로 증가하는 법률 서비스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변호사 숫자를 종래 1500명 선에서 2010년부터 30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이럴 경우 가장 큰 걱정거리는 변호사의 자질. 학교 수업은 내팽개친 채 학원에서 문제만 달달 외워 시험에 합격하는 식의 비정상적인 법학 교육으로는 엘리트 법조인을 양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미국식 로스쿨제였다. 대학들이 앞 다퉈 로스쿨 인가를 신청하는 바람에 74개의 로스쿨이 설립되면서 합격률이 뚝 떨어졌다.

지난해 합격률은 기수자로 불리는 법학 전공자들이 2년제 로스쿨을 이수한 뒤 시험(신사법시험)을 본 결과다. 오는 9월 13일이면 미국 로스쿨처럼 비법학 전공자들(미수자)이 3년 동안 법을 공부해 지난 5월 응시한 결과가 나온다. 합격 인원은 1800 ~2200명으로 아직 미정이다. 전체 시험 응시자(기수자 중 재응시자+미수자)가 4607명이었으니 39~47%가 예상 합격률. 또다시 로스쿨의 성공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를 공산이 크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로스쿨은 성공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합격자 못낸 로스쿨도 4곳이나 돼

일본 유일의 한국인 로스쿨 교수인 다이토분카대(大東文化大) 고상룡 교수가 대표적인 낙관론자다. 그는 “6년 뒤쯤이면 합격률이 70~80%에 달해 로스쿨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 교수의 논리는 이렇다. 벌써부터 신사법시험 합격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는 학교(4개)가 나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시간이 가면서 정원 미달로 자연 도태되는 학교가 속출할 전망이다. 기준 미달로 인가가 취소되는 로스쿨도 나올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결국 74개 로스쿨 중 40개 정도만 살아남게 되면 합격률에 관한 한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수준까지 오르게 된다. 그때쯤이면 지금은 수강생이 가물에 콩 나듯 하는 의사법 비교법 등 첨단 및 국제화 과목들에도 학생들이 눈을 돌리게 될 것이라는 게 고 교수의 분석이다.

로스쿨은 또 출범 초기만 해도 ‘사회인’으로 불리는 직장인들에게 적지 않은 희망을 안겨줬다. 종래 5%에도 못 미치는 합격률을 뚫지 못해 하류 인생에 만족해야 했던 직장인들에게 로스쿨은 인생 역전의 마지막 기회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2004년 전체 로스쿨 입학생의 48.4%가 사회인이라는 통계가 이를 잘 말해준다. 하지만 합격률이 절반에도 못 미치면서 직장 포기에 대한 부담감이 갈수록 커지는 형국이다. 올해 와세다 로스쿨에 사회인이 거의 입학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일본의 대학은 우리와 달리 로스쿨을 설치하더라도 법학부를 존치할 수 있다. 입학 정원에도 제한이 없다. 적은 곳은 30명도 있지만 도쿄대 주오대 와세다대 등 명문 로스쿨은 정원이 300명이나 된다. 다만 비법학 전공자를 30% 이상 선발해야 한다. 로스쿨에 입학하려면 전국에서 통일적으로 시행되는 적성 시험을 본 뒤 각 로스쿨별로 치르는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로스쿨 입학시험도 어려워 2004년의 경우 4만810명이 응시했지만 5590명만 합격, 7.3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적성 시험은 대학입시센터와 일본변호사연합회 법무연구재단 두 곳에서 주관하는데 어느 기관의 성적을 입학시험에 반영할지는 각 로펌의 자율 선택에 따른다.

김병일·한국경제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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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7-08-01 1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