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609호 (2007년 08월 06일)

길 찾기·구조 요청·도난 추적 ‘하나로’

기사입력 2007.08.01 오후 02:24


많은 사람들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정보기술(IT) 제품이 카오디오 정도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자동차에는 대당 약 250개의 반도체가 들어가고 있다. 자동차에서 작동하는 각종 기능과 장비들이 지능화되면서 여기에 들어가는 반도체 숫자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오는 2010년에는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400여 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제 자동차와 IT는 하나로 인식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개봉된 영화 ‘다이하드 4.0’을 보면 주인공이 길에 서 있는 자동차를 훔치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이 차량에 탑승하자마자 자동차 회사가 차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확인하고 차량 내 스피커를 통해 구급차를 보내주겠다고 말한다. 이처럼 차에 문제가 생겼을 때 원격으로 조치해 주는 서비스가 바로 텔레매틱스(Telematics)다.

지금까지 운전자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경찰이나 보험회사에 도움을 요구해야 했지만 일분일초가 급박한 상황에서 이런 도움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운전자가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을 경우에는 스스로 구조 요청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텔레매틱스를 이용하면 차량 내 문제를 감지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이에 맞는 조치를 바로 취해준다.

달리는 IT, 자동차 텔레매틱스

아직 국내에 텔레매틱스 보급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현대 기아 대우 삼성 등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통신업체들과 협력해 텔레매틱스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는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굳이 텔레매틱스가 아니더라도 이미 자동차는 상당 부분 IT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차량용 카오디오 시스템, 카PC, 사고 현장을 기록하는 DVR 등 많은 IT 솔루션이 적용되고 있다. 자동차가 특정 계층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필수품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텔레매틱스 및 자동차와 관련된 IT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높다.

미국 일본 등은 텔레매틱스 사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1990년 육상교통효율화법(ISTEA, Intermodal Surface Transportation Efficiency Act) 제정 이후 지능형교통정보시스템(Intelligent Transportation Systems)을 강화해 텔레매틱스를 위한 연구개발과 제도 정비를 추진 중이며, 연방통신위원회(FCC, 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는 이동통신사에 차량 사고 때 위치 정보를 구조 기관에 제공하도록 하는 ‘e-911’제도를 도입했다.

일본은 1994년부터 우정성 운수성 경찰청 통산성 등으로 구성된 VERTIS(Vehicle, Road & Traffic Information System) 단체를 통해 전국 교통 정보와 항법지도 제공을 지원하면서 국가 차원의 텔레매틱스 사업 인프라를 구축했다. 특히 일본은 관련 데이터를 공유 및 보완할 수 있게 함으로써 효과적으로 텔레매틱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의 경우 자동차 생산 이전에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내장하거나 IT 제품을 장착하는 비포마켓(Before Market)이 자동차 IT 산업을 주도하는 데 비해 한국에서는 차량 구입 후 일어나는 애프터마켓(After Market) 비중이 큰 것이 특징이다.

해외와 달리 국내는 이동거리가 멀지 않기 때문에 구조, 재난 등 사고를 당했을 때도 짧은 시간 안에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도난 차량의 경우에도 미국과 비교했을 때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지상파 DMB, GPS, 내비게이션을 통한 길 안내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받을 수 있어 애프터마켓 시장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고가로 구분됐던 내비게이션 가격이 점차 낮아짐에 따라 텔레매틱스는 내비게이션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은 올해 137만 대, 2008년 168만 대, 2009년 199만 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확대에 따라 불과 2년 전만 해도 20여 개에 불과하던 내비게이션 업체들도 팅크웨어 유비스타 디지털큐브 코원시스템 유경테크놀로지스 등 100여 개로 늘어나 경합을 벌이고 있다.

내비게이션 ‘매립’형 제품 인기

차량 인도 시 지상파 DMB를 수신할 수 있는 내비게이션을 장착하기 위해서는 100만 원가량이 소요되지만 내비게이션을 따로 구입해 사용자가 직접 장착할 경우에는 30만 원에서 50만 원 수준이면 가능하다. 차량 실내가 지저분해진다고 외장형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요즘에는 이를 내장형처럼 ‘매립’해 주는 곳이 많아져 외관상의 차이는 거의 없어졌다. 또 실시간교통정보서비스(TPEG, Transport Protocol Expert Group)도 지원하는 내비게이션도 등장하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내비게이션을 자동차 구입 시 함께 구입하는 것보다 별도로 사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특히 텔레매틱스 기능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에 장착과 교환이 불편한 차량 내장형 단말기보다 교체가 쉬운 외장형 단말기가 텔레매틱스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제주도를 텔레매틱스 시범 도시로 지정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세제 및 요금 혜택을 주면서 새로운 자동차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의도다. 휴대무선인터넷과 DMB 보급, 주5일제 시행으로 인한 레저 활동 증가 등은 국내 텔레매틱스 사업을 자극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자동차 업체들 외에도 통신 업체가 텔레매틱스 시장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이들 업체 간 전략적 제휴도 이뤄지고 있다. SK텔레콤은 ‘네이트 드라이브’,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은 ‘모젠’, KTF도 휴대전화를 이용한 ‘케이 웨이스(K-ways)’를 서비스하고 있다. 모젠은 차량 도난 추적, 길 안내, 원격 진단, 원격 문 열림, 상담원 연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소비자들의 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각종 부가 서비스를 묶어 무료로 제공하는 다양한 요금제를 내놨다.

차량 내 PC를 장착해 텔레매틱스 환경을 구축하려는 업체들도 있다. 인필, 이노웰, 화이델SNT 등 업체들은 카PC를 휴대인터넷과 접목해 텔레매틱스 환경을 구현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부각되고 있는 TPEG(교통프로토콜전문가그룹)는 운전자들을 텔레매틱스 시장에 끌어들일 수 있는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차량 흐름이 운전 시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내 도로 사정에 따라 각 텔레매틱스 업체들은 TPEG 채택을 늘리고 있다.

내비게이션 기능과 지상파 DMB 수신 등 단순한 기능이 아닌 네트워크 기능을 이용한 차량 진단 서비스, 위급 시 출동 서비스 및 도난 차량 위치 추적 서비스 등은 고가 단말기에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텔레매틱스 서비스 확산과 대중화를 위해서는 단말기 보조금 지급 및 해당 업체에 대한 지원 등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급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위해 업체 간 공동으로 관련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기술 연구 등도 이뤄져야 할 선결 과제다. 현재 텔레매틱스 서비스에 사용되는 지역 정보 및 교통 정보는 내비게이션 업체나 지능형 교통 서비스 제공 업체들이 각자 개발하기 때문에 각 정보들이 일관되지 못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정보들은 서로 공유할 수 있게 만들어 시간 및 인력 소모를 막고, 다른 콘텐츠와 서비스에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거시적인 사안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실제 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서비스 및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한 사안이다.

소비자들을 텔레매틱스 환경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실제 효용성을 느낄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내비게이션 시장이 경로 안내뿐만 아니라 멀티미디어 재생, 노래방, 주변 맛집 정보, 주유소 및 유료 도로 정보 등 부가 기능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높은 호응을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텔레매틱스 관련 업체들은 위급 상황이나 도난 사고 발생 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못지않게 소비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텔레매틱스란?

텔레커뮤니케이션(telecommunication)과 인포매틱스(informatics)의 합성어로 네트워크를 통해 차량을 원격 진단하고 차량 및 운전에 관련된 각종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GPS를 이용한 현재 위치 검색, 경로 안내, 도난 차량 위치 확인, 차량 상태 진단, 사고 발생 시 긴급 출동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긴급서비스 이외에도 이동통신업체와 협력해 뉴스, 금융, 전자상거래, 게임 등 콘텐츠 제공도 활발해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미국 제너럴모터스가 제공하는 온스타(Onstar)가 텔레매틱스 서비스로 잘 알려져 있으며 국내에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가 모젠(Mozen)을 서비스하고 있다.

이형근·디지털타임스 기자 brupin@gmail.com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입력일시 : 2007-08-01 1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