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제 609호 (2007년 08월 06일)

산별 노조가 살아남는 법

기사입력 2007.08.01 오후 02:41

산별 노조가 한국의 노동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이랜드와 연세의료원에서 비정규직 문제 등으로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최대 산별 노조인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최근 부분파업에 나서 산업계의 불안감을 높였다.

금속노조 산하 최대 사업장인 현대자동차지부가 지부별 교섭을 이유로 파업에 불참, 강도는 예상보다 낮았지만 8월 총파업에는 현대차 지부의 전격적인 합류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산별 노조인 보건의료노조가 정규직의 임금인상분을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쓰자고 제안, 노사가 합의해 민감한 현안에 대해 가닥을 잡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노조 체제가 기업별 노조에서 산업별 노조로 전환된 것은 오랜 노동계의 숙원이 이뤄졌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산별 노조 체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될 산이 매우 많음에도 유의해야 한다. 산별 노조에 대응하는 사용자단체의 형성뿐만 아니라 교섭 절차와 비용을 둘러싼 논란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최근 금속노조가 내부의 분파적 이해관계 때문에 현장 조합원의 뜻을 묻지 않고 독단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파업 결정을 내려 사용자들의 산별 교섭 참여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고 심지어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현장 조합원의 거부 반응까지 초래했다. 금속노조의 FTA 반대 투쟁은 노조가 변하지 않고는 현장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금속노조는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완성차 4사가 금속노조에 가입하고도 교섭이 순조롭지 않은 상태다. 산별 협상을 둘러싸고 전국금속노조와 그 산하 현대차·기아차 지부의 엇박자 행보는 이중 교섭과 파업 빈발에 따른 부담 증가 등 산별 노조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문제를 모두 사용자의 교섭 불참으로만 돌릴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산별 노조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사회 각계각층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금속노조는 규모가 급격히 확대된 이후 제대로 된 산별 교섭 한 번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벌써부터 여러 가지 복병에 시달리고 있다. 민주노총 등은 산별 노조 체제가 파업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고 강변해 왔다. 중앙 교섭을 하게 됨으로써 기업별 노조 체제에서의 개별 노조 파업이 감소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오히려 금속노조는 조합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 비준 저지 파업과 같은 정치성 파업으로 산별 노조 체제의 파업 빈발 우려를 사실로 확인시켜 줬다. 아직도 기업별 교섭 관행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산별 교섭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노동계가 이중 교섭 등의 부담 요인을 해소하려는 적극적인 자세와 노력을 먼저 해야 할 것이다.

둘째, 산별 노조는 규모만큼이나 영향력도 커진 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산별 노조는 기업별 노조와 달리 조합원을 위해,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수히 많다. 산별 노조가 지나치게 정치적 이슈나 파업 등 투쟁에만 매달릴 경우 결국 사용자 측과 장기적 파트너십을 형성하지 못하고 실질 고객인 조합원의 지지도 잃게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산별 노조의 격에 맞는 새로운 역할과 이슈를 개발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노조는 이제 노조원을 비롯한 근로자의 직업 능력 배양, 일자리 창출 및 복지 증진을 위한 인프라 구축, 사회 봉사활동 등을 전개하는 등 기업과 사회, 국가의 발전을 위한 활동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사회적 고통분담과 함께 노사 공동선을 찾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 또한 필요하다.

셋째, 하루빨리 산별 노조는 새로운 역할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 기업별 노조와 차원이 달라야 한다. 임금 및 복지, 정책적 차원의 이슈보다 조합원의 목소리를 반영해 실질적, 장기적 이해를 충족하는 방향으로 운동의 초점을 바꿔가야 한다. 산별 노조가 사회적 우려와 불신의 장막을 걷고 기업과 사회와 동반자적 발전을 위한 행보를 내딛지 않는 한 체제가 뿌리내리기도 전에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앞으로 노조가 어떤 역할을 수행하느냐, 그를 통해 얼마나 대중성을 확보하고 여론의 지지를 얻느냐 하는 것이 결국 산별 노조의 앞날을 좌우할 것이다.

산별 노조가 살아남는 법
이정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약력: 1964년생. 86년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2003년 서강대 경영학 박사. 91년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 95년 수석연구원(현). 97년 삼성그룹 비서실 인사팀 근무. 2005년 미국 미시간주립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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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7-08-01 1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