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서핑 업〉

굳이 슈렉과 니모를 입에 올리지 않아도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동물들이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서 가히 독보적인 주연을 차지한 지 오래다. 그중 비교적 낯설었던 펭귄은 최근 연쇄적인 러브콜을 받고 있다. ‘마다가스카’의 떠들썩한 조연으로 눈길을 끌었고, 지구 온난화에 대한 문제 제기 역할을 자임했던 ‘해피 피트’에서는 그 활동 반경을 남극 대륙까지 가뿐하게 확장시켰다. 그래서인지 ‘서핑 업’은 이미 어느 정도 기반을 구축한 캐릭터를 안전하게 재탕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하지만 막상 ‘펭귄 소재의 애니메이션’이라는 타이틀을 걷어내고 본다면, ‘서핑 업’은 올해 등장한 3D 애니메이션 중에서 (특히 ‘슈렉3’의 빈곤한 상상력을 고려할 때 더더욱) 단연 돋보인다. 또한 성인과 아이들 양쪽 모두를 겨냥해 영리하게 기획된 생산물이기도 하다.남극 변두리의 시골 동네에서 살아가고 있는 펭귄 코디(샤이어 라보프 분)의 꿈은 어린 시절 우상인 Z와 같은 서핑 챔피언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동네 사람들은 그를 낙오자 취급하며 비웃기 일쑤다. 외톨이가 되면서 탈출을 갈망하게 된 코디는 우여곡절 끝에 서퍼들의 파라다이스라 불리는 ‘펭구섬’에서 열리는 서핑 대회에 참가한다. 그러나 마음만 앞설 뿐 거만한 챔피언 탱크와의 첫 대결에서 처참하게 무너진다. 파도에 휩쓸려 크게 다친 그는 자신을 치료해 주던 펭귄(제프 브리지스 목소리 역)이 죽은 것으로 알려졌던 Z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에게서 서핑을 훈련받는다.‘서핑 업’의 뼈대는 아이들이 쉽게 소화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다. 하지만 그 뼈대를 중심으로 살을 붙여나가는 방식은 비범하다. ‘서핑 업’은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해 리얼리티 쇼가 제작되는 듯 상황을 전개시키며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전무후무한 방식을 선택했다.코디의 인터뷰로 막을 여는 작품은 이윽고 서핑의 역사를 살피는 빛바랜 아카이브 화면을 등장시키고, 화면에 실수처럼 걸린 붐 마이크를 슬쩍 보여주기도 하며, 야간 촬영과 핸드 헬드 촬영을 종횡무진 넘나든다. 재치 넘치는 형식 실험에는 오로지 상업적인 자극을 추구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은근한 비판도 녹아 있다.웃음을 절로 이끌어내는 재기발랄함 외에도 ‘서핑 업’은 한눈에도 사랑스러운 캐릭터들, 부서지는 파도와 물살을 가르는 서핑 보드의 움직임을 짜릿하게 재현하는 비주얼이 돋보인다. 단순명쾌한 테마에 상상력으로 양념을 가하고, 매끈한 테크닉으로 정성스레 요리한 ‘서핑 업’은 펭귄의 모험담에 눈을 빛낼 아이들이나 색다른 애니메이션을 맛보고 싶은 성인 관객 모두에게서 박수를 끌어낼 법하다.▶이리나 팜손자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매기는 결국 능력도 없고 나이도 많은 자신에게 남은 것은 기피 업종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결국 그녀는 벽에 난 구멍으로 마스터베이션을 해주는 섹스 클럽에 취직하고 예상과는 달리 이용객들의 인기를 얻으며 삶의 보람마저 느끼기 시작한다. 1960년대 ‘천상의 목소리’라 불리며 10대 스타로 전성기를 구가했던 추억의 스타 마리안 페이스풀 주연작. 베를린영화제 금곰상에 노미네이트됐다.▶별빛 속으로독문과 대학생 수영은 어느 날 자유분방한 성격의 삐삐소녀를 만난다. 수영은 삐삐소녀에게 매력을 느끼지만, 그녀는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그 후, 수영 앞에는 죽은 줄 알았던 삐삐소녀가 다시 나타나는 등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1990년 ‘꼴찌부터 일등까지 우리반을 찾습니다’로 제1회 춘사대상영화제 ‘올해의 신인감독상’을 받은 황규덕 감독의 작품. 정경호 김민선 주연으로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개막작이다.▶판타스틱4: 실버 서퍼의 위협판타스틱4가 닥터 둠을 물리치고 세계에 평화를 가져다 준 지 2년 뒤. 평화롭던 지구에는 어느새 폭설, 대규모 정전 사태 등 예상치 못한 불길한 사건들이 벌어지며 혼란이 찾아온다. 사건의 배후에 있었던 것은 바로 우주의 행성에서 찾아온 실버 서퍼. 광속으로 이동하며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그에 맞서 판타스틱4는 힘을 합친다. 제시카 알바, 크리스 에반스, 이안 그루퍼드 등 전작의 출연진과 팀 스토리 감독이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췄다.최하나·씨네21 기자 raintree@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