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도 사용 가능할 정도로 쉬워… 휴대용 IT기기 증가 영향
디지털에 둘러싸여 있는 현대인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어떻게 하면 디지털로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아날로그로 된 생각을 최대한 오차 없이 디지털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인터페이스(Inter-face) 장치가 필요하다.PC가 개발된 이후 사람들은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해 디지털과 소통해 왔지만 오랜 시행착오 끝에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은 키보드와 마우스다. 이 두 가지 인터페이스는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전달해 주는 대표적인 인터페이스로 성장해 왔으나 최근 휴대용 IT 기기들이 늘어나고, 소형화되면서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모색되고 있다. 키보드와 마우스로는 크기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차세대 인터페이스로 가장 유력하게 떠오르는 것이 ‘터치스크린 방식’이다. 사용자는 LCD 화면 바로 위에 손 또는 펜 모양의 ‘스타일러스’를 이용해 직접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지난 4월 미국 애틀랜타 동물원에서 오랑우탄이 터치스크린으로 게임기를 작동해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동물조차 사용이 가능할 정도로 학습이 필요 없이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터치스크린의 장점이다.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DS도 터치스크린을 이용해 학생에 한정됐던 고객층을 장년층, 노년층까지 넓히고 있다. 그동안 게임을 하고 싶어도 조작 방법에 어려움을 느꼈던 사용자들이 부담 없이 게임을 즐기도록 한 것이다.터치스크린 방식은 1868년 태어난 ‘쿼티(Qwerty: 키보드의 글자를 순서대로 나열한 앞부분으로 지금의 컴퓨터 자판 방식을 말함)’ 키보드만큼은 아니지만 세상에 등장한 지는 오래된 기술이다. 터치스크린은 1971년 미국 켄터키 샘 허스트(Sam Hurst) 박사가 최초로 개발했다. 물론 허스트 박사가 처음 내놓은 터치스크린 방식은 지금과 비교해 감도가 떨어지지만 화면에 압력을 가해 명령어를 입력하는 기본적인 동작은 동일하다.IT 제품은 갈수록 경박단소(輕薄短小)화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정보를 볼 수 있는 LCD 크기가 더욱 커지기를 원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 이 때문에 IT 업체들은 기존 버튼을 줄이는 대신 화면에 가상 버튼 역할을 하는 터치스크린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터치스크린과 함께 떠오르는 기술이 필기 인식 방식이다. 필기 인식은 전자펜 및 스타일러스 등을 통해 터치스크린으로 입력받은 신호를 내장된 프로그램을 통해 디지털로 전환하는 입력 방식이다.필기 인식 방식은 사용자들이 글을 쓰듯 쉽게 사용할 수 있어 키보드처럼 입력 방식에 대한 훈련이 필요 없고, 화면 자체를 입력 도구로 사용할 수 있어 별도의 버튼이 필요하지 않다. 사용자 필체에 따라 입력이 부정확할 수 있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이전과 달리 데이터를 처리하는 부분이 개선돼 필기 인식률이 크게 높아졌다.PC 부문에서는 터치스크린을 내장한 태블릿PC, 울트라모바일PC 등 모바일 제품을 위주로 필기 인식 기능을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MS 윈도 태블릿 운영체제에서 지원하는 자체 필기 인식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고 있다. 한국HP ‘TX 1203’, 한국레노버 ‘X60 태블릿’ 등이 대표적인 제품이며 UMPC 중에는 삼성전자 ‘센스 큐 울트라’, 한국 후지쯔 ‘U1010’ 등이 있다.윈도 비스타 프리미엄 버전부터는 기본적으로 태블릿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기존에는 노트북PC나 태블릿PC를 위주로 필기 인식이 사용됐으나 최근에는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한국HP가 출시한 ‘터치스마트PC’는 데스크톱PC 형태임에도 필기 인식 기능을 지원한다.PMP와 MP3플레이어도 멀티미디어 기능이 강화되면서 필기 인식 기능을 채택하는 제품이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큐브, 코원시스템은 자사 PMP와 MP3P에 필기 인식 기술을 채택했다. 이 외에도 LG전자 ‘프라다폰’, 삼성전자 ‘미츠 M4500’ 등의 휴대전화도 필기 인식을 사용하고 있다.단순한 문자 입력이 아니라 특정 기호, 문양을 이용한 ‘제스처(Gesture)’ 기능도 필기 인식 방식의 활용을 높여주고 있다. 이를테면 자주 사용하는 명령어를 ‘별’ 모양을 그리는 것으로 대체하는 것과 같이 ‘제스처’ 기능은 향후 주목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시장 조사 기관들은 필기 인식 시장이 오는 2012년까지 현재보다 20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특히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브릭스 국가가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지목된다. 중국의 경우 한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불편한 키보드 입력보다 필기 인식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국내 IT 기기에서 활용되는 대부분 필기 인식 기술은 국내 업체인 디오텍이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필기 인식 시장에 눈을 뜬 중국 및 유럽 업체들도 앞 다퉈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지난 6월 미국에서 출시된 ‘아이폰’은 기존 휴대전화 디자인과 다른 파격적인 모습으로 업계와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아이폰은 LCD와 숫자 키가 반반씩 있는 전형적인 휴대전화 디자인과 달리 전면에 8.9cm(3.5인치) 터치스크린 LCD를 내장하고 있다.사용자는 LCD 창에 보이는 가상 버튼을 통해 전화 또는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 있으며 다양한 명령어를 입력할 수 있다. 아이폰은 기존 터치스크린과 달리 멀티 터치 방식을 지원해 한 단계 높은 기능을 제공한다.사용자가 지퍼를 채우는 것처럼 화면 하단을 손가락으로 움직이면 홀드 명령어가 입력되며 지도나 사진을 보다가 손가락 두 개로 화면을 벌리면 대상이 확대되고, 손가락을 오므리면 대상이 축소된다. 기존 터치스크린은 한 지점의 감압만을 인식할 수 있었으나 멀티터치 방식은 두 개 이상의 감압을 인식할 수 있다.멀티 터치 방식은 뉴욕대 연구원 제프 한(Jeff Han)이 2006년 한 전시회에서 선보인 후 세상에 알려졌다. 전시회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두 손으로 다양한 입력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제프 한은 ‘퍼셉티브 픽셀(Perceptive Pixel)’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기술을 개선하고 있다.퍼셉티브 픽셀은 MS와 유명 PC 업체들에 멀티 터치스크린 기술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 기술을 이용한 PC 및 IT 기기들은 업무용뿐만 아니라 카지노 게임장 등에서 쓰이고 있다.멀티 터치스크린 입력 방식은 톰크루즈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동작 인식 센서를 착용하고 허공에 두 손을 움직이며 자료를 찾는 장면과 흡사하다. 만약 멀티 터치스크린 기술과 동작 인식 센서 기술이 결합된다면 영화에서 등장한 인터페이스는 실제로 상용화될지 모른다.음성·뇌파 각광… 아직은 초보 수준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찾기 위한 IT 업체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100년 전 타자기를 위해 태어나 현재까지 인터페이스 업계를 주름잡고 있는 ‘쿼티’키보드는 모바일 환경에 접목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너무 많다. 업체들은 모바일 환경에 맞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딱히 키보드와 마우스를 대체할만한 인터페이스는 찾지 못한 상황이다.이 때문에 차세대 인터페이스를 찾는 것이 곧 차세대 모바일 환경을 잡을 수 있는 열쇠로 인식되고 있다. 차세대 인터페이스라고 해서 꼭 기존 인터페이스와 전혀 다른 종류일 필요는 없다. 삼성전자가 애니콜에 ‘천지인’ 입력 방식을 채택해 휴대전화에서 새로운 한글 입력 방식을 만든 것처럼 색다른 아이디어가 차세대 입력 방식에서는 더 중요한 부분이다.현재 각광받고 있는 인터페이스는 뇌파, 음성, 동작 인식 등이 있으나 아직은 간단한 명령어만 입력할 수 있는 초보적인 수준이다. 이 기능들은 사용자와 기기 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동작 인식 센서의 경우 닌텐도 ‘위’게임기에서 PC용 마우스까지 사용이 가능하나 이 역시 키보드와 마우스를 대체할 수 있을 만큼의 다양한 입력을 지원하지 않는다.전문가들은 키보드와 마우스가 PC 옆에서 사라지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새로운 인터페이스의 출현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것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이형근·디지털타임스 기자 bruprin@gmail.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