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입체영화관차 이동공연차 등 속속 선봬…수출도 추진

30여 년 전만 해도 저녁을 먹은 뒤 마을 앞 너른 공터로 나가면 각종 볼거리가 가득했다. 농악 약장수 뱀장수 서커스 가설극장 등이 찾아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즐거움을 선사했다.하지만 요즘은 이런 풍경이 사라졌다. 영화나 음악회 등 각종 공연을 구경하려면 차를 타고 찾아가야 한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있다곤 하지만 동네로 찾아오는 공연은 거의 사라져 문화 욕구를 충족시키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많다.그런데 이런 문화를 살리려고 노력하는 기업인이 있다. 서울 여의도에 본사를 둔 애드터치의 김재윤 사장(50)이다. 그는 동네를 찾아가는 영화관을 만들고 있다. 차 안에서 영화를 보는 이동 입체 영화관 차량이 그것이다. 트럭을 개조해 만든 이 영화관은 100인치 입체 스크린이 차 안에 설치돼 있고 경사진 바닥엔 좌석이 있다. 어린이는 50명, 어른은 36명까지 입장할 수 있다. 유치원 어린이집 등에 찾아가서 상영해 주며 가끔은 노인정과 고아원 등에서 무료로 영화를 보여주기도 한다.‘각종 공연도 멀리 나가지 않고 동네 공원이나 공터에서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이런 상상은 무대 이벤트 차량을 개발하는 계기가 됐다. 트럭의 윙 보디를 열면 무대가 펼쳐지고 무대 좌우로 대형 스피커가 설치된다. 그리고 상단에는 각종 현란한 조명이 번쩍인다. 이들은 차 안에 설치된 자체 발전기를 통해 전원을 공급 받는다. 이동 무대 위에서 가수나 연주자가 공연하기도 한다.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도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노래 솜씨를 뽐낼 수 있다. 어느 곳이든 찾아가서 공연할 수 있게 된 것이다.그의 상상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컴퓨터를 배우고 싶은데 배울 곳이 마땅치 않다. 그렇다고 학원에 다닐 수도 없다. 그래서 고안해낸 게 이동 정보화 교육 버스다. 차 안에 각종 컴퓨터를 설치해 놓고 강사가 강의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기업들을 위한 아이디어도 내놨다. 세탁기 정수기 컴퓨터 화장품 오디오 비디오기기 등을 개발해 소비자에게 보여주고 싶은데 이를 들고 다니면서 설명할 순 없는 것 아닌가. 이들 업체를 위해 이동식 시연 및 체험 차량을 만들었다.애드터치는 경기도 김포 공장에서 각종 차량을 개조한다. 물론 각종 차량 관련 법규에 맞춰 고치는 것이다. 관련 기관으로부터 차량 구조 변경 검사를 받는 것은 물론이다.애드터치가 만드는 차량은 선거 유세 차량, 이동 영상 광고 차량, 무대 이벤트 차량, 이동 영화관 차량, 이동 정보화 교육 버스 차량, 체험 버스 및 시연 차량 등이다.김 사장은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다. 충남 서천 출신으로 용산공고 통신과와 동국대 회계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KT에서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다가 창업의 꿈을 안고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뒀다. 1992년엔 진도패션의 강남점장을 맡아 영업을 배우기도 했다.이후 1994년부터 사업의 꿈을 펼치기 시작했다. 처음 나선 사업은 휴대용 노래방 기기 개발 및 판매였다. 카오디오의 주파수를 활용한 기기였다. 이 과정에서 대중국 수출에 나섰다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후 터치스크린 영상기기 음향기기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거나 유통하는 일을 해 왔고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특수 차량 개조 사업에 뛰어들었다.이 사업에 뛰어든 데는 계기가 있다. 그 당시 다섯 살짜리 늦둥이 아들이 있었다. “막내아들에게 영화를 많이 보여주고 싶었는데 매번 먼 데까지 차를 타고 가는 게 귀찮았고 그렇다고 아이들끼리 보내자니 찻길을 여러 번 건너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놓이질 않았지요.”그래서 그는 동네에서 영화를 상영하면 시간도 절약하고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바로 ‘이동 영화관’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다. 그는 그 길로 트럭을 개조해 이동 영화관 차량을 만들었다.영상 음향 등 다양한 사업 경험은 그에게 갖가지 사업 아이디어를 던져줬다. 이 과정에서 임직원과 고객들의 아이디어도 접목했다. 그는 지금도 여러 부류의 사람을 만날 때마다 다양한 의견을 경청한다. 이게 그에게 소중한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고 있다.그동안 이 회사가 납품한 차량을 보면 KTF의 홍보 행사 차량인 오감 체험 시스템을 비롯해 현대자동차 신형 그랜저 홍보 차량, 요구르팅 게임 사이트 홍보 차량, 광주국제영화제 홍보 차량, KT유비쿼터스 시연 차량, 두산주류 시음 시연 차량, 가수 쥬얼리 무대 공연 차량, 전북도청 이동정보화 교육 버스, CJ 케이블 홍보 차량 등 다양하다.이들 차량은 크게 버스 개조 차량과 트럭 개조 차량으로 나뉜다. 버스 개조 차량에는 이동 정보화 교육 버스, 이동 체험 버스, 이동 과학 버스 등이 있고 트럭 개조 차량에는 이동 영화관, 이동 공연 차량, 영상 차량, 시연 차량, 선거 유세용 차량 등이 있다. 또 평생학습 시대에 부응해 교육을 즐겁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체험형·테마형 교육 차량도 만들 생각이다.대부분의 개조 차량은 고객의 주문에 의해 제작된다. 따라서 차량 자체 가격은 매출로 잡히지 않고 임가공료만 책정하다 보니 아직 매출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다.김 사장은 “작년 매출은 약 20억 원 수준이었고 올 목표는 30억 원”이라고 밝힌다. 그는 “그동안 사업 기반을 다진 시기였고 이제 성장기에 접어들었다”며 “그동안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를 토대로 사업을 확대할 생각이어서 앞으로 외형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그동안 국내 사업에만 치중해 왔는데 수출 쪽으로도 눈을 돌릴 계획이다. 해외 사업에 대한 관심은 진작부터 갖고 있었다. “그동안 중국 모로코 등에서 무역 중개인을 통해 몇 차례 주문도 받았다”고 김 사장은 소개한다. 그러나 여건이 조성되지 않아 실행하지 않았다.그는 “중소기업 경영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좋은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밝힌다. 인재가 있어야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와 계획을 짜고 이를 실천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그는 핵심 인재 확보와 생산성 향상을 위한 핵심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 중앙대 글로벌인적자원개발대학원에 입학해 이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있다.국내외 사업 확대로 생산 시설을 늘리기로 하고 추가 공장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김포공장은 부지 면적이 약 6600㎡ 수준인데 수도권이나 충청권에 공장을 더 짓기 위해 부지를 알아보고 있다.김 사장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다양한 이동 차량 서비스 문화를 창조하는 게 사업의 비전”이라며 “상상을 하나씩 현실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다. 그는 “중소기업은 남들이 하는 사업을 단순히 뒤쫓아 해서는 발전할 수 없다”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도전을 통해 고객들에게 신규 서비스를 제안하고 이를 토대로 사업화할 것”이라고 덧붙인다.애드터치의 전체 직원은 13명에 불과하지만 생산 부문에서 30명을 아웃소싱하는 등 사업의 상당 부분을 외부에 의뢰해 해결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 그는 임직원들에게 “쉬운 일은 남들이 하게 하고 어려운 일은 우리가 하자”며 개개인의 역량 계발을 위해 꾸준한 학습을 강조하고 있다.약력 : 1957년 충남 서천 출생. 77년 한국통신 입사. 87년 동국대 회계학과 졸업. 92년 진도패션 강남점장. 94년 로얄인터콤 창업. 2001년 애드터치 대표(현). 2006년 중앙대 글로벌인적자원개발대학원 입학. △ 수상: 2003년 특허기술대전 장려상 등. <애드터치 개요>본사 서울 여의도 공장 경기도 김포주요 사업 트럭 및 버스 개조생산 품목 : 이동입체영화관차 이동공연차 등 매출 작년 약 20억 원직원 13명김낙훈 편집위원 nhkim@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