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규 삼일PwC컨설팅 컨설턴트

올해 경력 7년차인 박동규 삼일PwC컨설팅 컨설턴트(35)는 곧 시작되는 미국 생활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떠있다. 그는 10월 말부터 세계 최대 회계법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뉴욕 사무소로 출근하게 된다. 삼일PwC컨설팅은 PwC의 한국 멤버다. 박 컨설턴트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삼일PwC컨설팅의 인력 교류 프로그램인 ‘글로벌 디플로이먼트 플랜(GDP)’에 선발된 것이다.삼일PwC컨설팅의 GDP 프로그램은 일반적인 단기 해외 파견과는 차원이 다르다. 2년 동안 머무르면서 현지 컨설턴트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근무해야 한다. 탄탄한 어학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이 때문에 어학 능력은 GDP 대상자를 뽑을 때 가장 중요한 평가 항목 중 하나다.그런데 놀랍게도 박 컨설턴트는 순수 국내파 ‘토종’이다. 유학은 물론 해외 생활 경험이 전혀 없다. 대학 시절 그 흔한 어학연수도 다녀오지 않았다. 오직 남다른 노력 하나로 두터운 ‘영어의 벽’을 뛰어 넘은 것이다. 그의 뛰어난 영어 실력은 PwC의 글로벌 네트워크 중 모두가 탐내는 뉴욕 사무소 근무에 뽑힌 걸로 또 한 번 입증됐다. 그는 뉴욕에 가기 위해 GDP 합격 후 현지 담당자와 따로 영어 면접을 한 번 더 치러야 했다.박 컨설턴트가 GDP에 관심을 갖고 지원한 것은 2004년부터다. 마침 회사에서도 ‘Go! 글로벌’을 경영의 핵심 이슈로 내걸고 기존의 GDP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첫해에는 서류심사에서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GDP 대상자에 뽑히려면 서류심사는 물론 파트너 면접, 영어 면접, 최고경영자(CEO) 면접까지 4차례의 관문을 모두 통과해야 했다. 이듬해에도 그는 서류심사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5월 4단계 심사를 모두 통과했다. 삼수 끝에 거둔 값진 성공인 셈이다. GDP 프로그램은 충분한 적응 준비 기간을 주기 위해 한 해 전에 대상자를 선발하고 있다.“두 번의 실패가 큰 도움이 됐어요. 우선 스스로의 결의를 다잡을 수 있었지요. 또한 의도한 건 아니지만, 떨어져도 매번 지원하니까 ‘정말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회사 측에 확실하게 주게 됐지요.”박 컨설턴트가 말하는 영어 공부의 첫 번째 비결은 바로 ‘비전’이다. 영어를 꼭 배워야 하는 자신만의 확실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비전이 분명하면, 다른 건 다 따라 나오게 마련이다.“관성처럼 무조건 영어 공부를 하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아요.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그냥 매달리는 거지요.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절대 성공할 수가 없어요.”이는 그가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때는 ‘좋은 대학에 간다’는 명확한 비전이 있었다. 그만큼 공부에 몰두할 수 있었고, 서울대 공대에 합격했다. 지난해 GDP 합격도 또 하나의 성공 사례다. 반면, 실패의 경험도 있다. 대학 시절 한때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공인회계사가 자신에게 맞을지 확신이 없었고, 시험에 합격해 뭘 하겠다는 목표도 뚜렷하지 않았다. 일종의 ‘묻지마’ 도전이었던 셈이다.요즘 박 컨설턴트의 비전은 분명하다. 그는 “5~10년 안에 삼일PwC컨설팅의 파트너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일반 주식회사와 달리 파트너십 기업인 삼일PwC컨설팅에서 파트너는 회사의 주인에 해당한다. 전체 2500명의 직원 가운데 파트너는 100명뿐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글로벌 역량’을 갖춰야 한다. 여기에 GDP 프로그램은 결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영어 공부를 해야 할 분명한 이유를 갖게 된 셈이다.박 컨설턴트의 영어 공부 두 번째 비결은 ‘선택과 집중’이다. 이것저것 건드리지 않고 꼭 필요한 것만 골라 집중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토플(TOEFL)은 유학을 갈 게 아니라면 필요가 없다. 토익(TOEIC) 역시 입사원서에 적는 것 말고는 큰 소용이 없다. 그는 다른 데 한눈팔지 않고 세계적 교육기관인벌리츠(Berlitz)의 교육 프로그램에만 집중적으로 시간을 투자했다. 벌리츠 레벨 테스트는 원어민간의 대화를 통해 이뤄진다. 토익과 토플은 회화 능력이 약해도 얼마든지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지만 벌리츠는 불가능하다. GDP 심사에서는 벌리츠 레벨만 인정한다.하루 24시간이 부족한 컨설턴트 입장에서 ‘선택과 집중’은 어쩔 수 없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것저것 하고 싶어도 그럴만한 틈이 없기 때문이다. 요즘도 박 컨설턴트의 퇴근 시간은 밤 11시, 12시가 보통이다. 업무는 주말까지 이어지기 일쑤여서 토요일, 일요일도 마음 놓고 쉬지 못한다. 업무 시간은 전적으로 고객을 위해 써야 하는 시간이다. 그 시간에 영어 공부를 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업무와 영어 공부를 결합하는 것이다. 업무 속에서 영어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을 최대한 만들어냈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외국인 고객이나 회사 내 외국인 동료들과의 회식 자리다. 대부분의 한국 직장인들은 이런 자리에서 가급적이면 외국인과 대화를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박 컨설턴트는 달랐다. 그는 적극적으로 먼저 다가가 대화하려고 노력했다. 웬만한 실수쯤은 개의치 않았다.PwC의 글로벌 지식 관리 네트워크인 ‘날리지 익스체인지(KE)’도 적극 활용했다. KE에는 전 세계 PwC 컨설턴트들의 컨설팅 사례와 각종 최신 정보들이 올라온다. 박 컨설턴트는 매일 KE에 접속해 최소 10분 이상 빼놓지 않고 자료를 읽었다. 최신 정보를 습득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 공부까지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 또한 그는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이를 사례로 정리해 KE에 빼놓지 않고 올렸다. 대부분의 동료들은 한글 보고서를 영어로 번역해야 하는 불편 때문에 좀처럼 관심을 두지 않는 일이다. 이 또한 자연스럽게 영어 공부에 보탬이 된다.대학 시절 카투사 복무도 큰 도움이 됐다. 박 컨설턴트는 동두천의 미국 야전부대에서 통신병으로 군 생활을 했다. 25명의 미군 사이에서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저녁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한국말을 할 기회가 거의 없는 환경이었다.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때 몸으로 익힌 영어가 큰 힘이 된다. 그는 “함께 생활한 미군들이 모두 저의 영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한 분들”이라며 “돈으로 따지면 엄청난 액수가 될 것”이라며 웃는다.하지만 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이를 계속 유지하고, 거기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영어 공부는 각 단계마다 중점을 둬야 하는 게 다르다. 영어 실력이 일정한 수준에 오르면, 그 다음에는 ‘정확성’이 중요해진다. 박 컨설턴트는 “무조건 일대일 수업을 하는 학원만 다녔다”고 말한다. 단체 수업은 영어를 좀 더 유창하게 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한계가 있다. 수강생이 많다 보니 잘못된 표현을 일일이 고쳐주기 어려운 것이다. 영어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는 일대일 수업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는 인터넷 강의도 항상 일대일 수업만 선택했다.학원은 주로 저녁 식사 시간을 이용해 다녔다. 저녁 식사 대신 영어 강의를 듣는 것이다. 하지만 저녁 시간에 학원을 다닌 것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컨설턴트는 프로젝트에 따라 근무 장소가 달라지는 게 보통이다.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해당 고객사로 파견 나가 근무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원에 다니는 것만 해도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인터넷 강의다. 요즘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 7시부터 30~40분가량 인터넷 영어 강의를 듣고 출근한다.출퇴근 시간도 최대한 영어 공부에 활용했다. 프로젝트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할 때는 항상 PDA를 손에 들었다. 영어로 녹음된 오디오 북을 저장해 갖고 다니면서 듣기 위해서다. 그만의 비법은 오디오 북을 들으면서 해당 원서를 같이 보는 것이다. 이를테면 해리포터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거기에 따라가며 원서를 읽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책만 읽을 때보다 훨씬 효과가 있다.약력: 1972년 출생. 99년 서울대 전기공학부 졸업. 2001년 서울대 경영대학원 회계학 석사. 95~97년 주한 미군 카투사 복무. 2001년 아서앤더슨 컨설턴트. 2003년 삼일PwC컨설팅 컨설턴트(현).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