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로 다가오는 궁녀들의 세계
올해 마지막 공포 영화다. 앞서 ‘전설의 고향’을 시작으로 올 여름 극장가에 등장했던 한국 공포 영화들은 연이은 실패를 맛봤다. 그런 점에서 올해는 ‘기담’과 ‘궁녀’라는 수작을 만날 수 있어 절반의 성공을 거둔 해로 기록될 것 같다.‘궁녀’는 이준익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김미정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일찌감치 큰 관심을 모았고, 올해 산세바스찬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았다. 충무로에서 ‘여자 주인공 영화’와 ‘공포 영화’가 가장 흥행성 없는 부류의 영화라고 한다면 ‘궁녀’는 그 자체로 무척 야심적인 도전이다.때는 조선시대, 궁궐 안에서 궁녀 월령(서영희 분)의 시체가 발견된다. 감찰상궁(김성령 분)은 자살로 은폐할 것을 명령하지만 내의녀 천령(박진희 분)은 월령이 최근 아이를 낳은 적이 있음을 알고 자살로 위장된 치정 살인이라는 신념 하에 독자적으로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죽은 월령의 연애편지를 발견하고 결정적인 증거라고 생각하지만 누군가 그녀를 습격하고 편지는 사라진다.유력한 용의자들을 심문해 보지만 다른 궁녀들은 약속이나 한 듯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왕자의 세자 책봉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희빈(윤세아 분)과 은밀한 비밀을 품은 벙어리 궁녀 옥진(임정은 분), 그리고 왕의 눈에 들고자 하는 야욕을 품은 정렬(전혜진 분)은 시시각각 죽은 월령의 그림자를 느낀다. 이런 가운데 감찰상궁은 궁녀들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행실이 바르지 못한 궁녀를 공개 처벌하는 연중행사 ‘쥐부리글려’의 희생양을 골라 월령을 죽인 죄를 뒤집어 씌워 처형하려는 계획을 세운다.궁녀는 오직 궁궐 안에서만 존재한다. ‘궁중 미스터리’라는 표현은 인물들이 처한 폐소공포증을 대변한다. “입을 함부로 놀리면 혀를 뽑을 것이며, 궁궐의 물건에 손을 대면 손이 잘릴 것”이라는 감찰상궁의 호통은 그러한 분위기와 어울려 극도의 긴장감을 자아낸다. 손톱 밑에 바늘을 꽂는 당시의 참혹한 고문이나 죄를 저지른 궁녀를 엄벌에 처하는 ‘쥐부리글려’ 같은 장면은 더욱 생생한 공포로 다가온다.올 여름 ‘므이’같은 공포 영화들이 애매하게 관람 등급 조정에 심혈을 기울이며 결국 완성도에 지장을 줬던 것과 달리, ‘궁녀’는 아예 처음부터 ‘18세 이상 관람가’라는 확고한 전략을 효과적으로 밀어붙였다. 더불어 여성 감독의 시선으로 그려내는 궁녀들의 생활상은 무척 흥미롭다. 그것은 넓게 보아 TV드라마 ‘대장금’과 최근의 ‘왕과 나’가 획득한 인기처럼, 기존 사극에서 다뤄지지 않은 영역에 대한 호기심과도 맞닿아 있다.▶레지던트 이블3-인류의 멸망엄브렐러사의 T-바이러스는 세계 전역으로 확산돼 인간의 살을 탐하는 제3의 인종을 탄생시킨다. 바이러스의 전염은 인류를 멸망의 위기로 몰고 간다. 모든 것이 사막에 묻힌 가운데 앨리스(밀라 요보비치 분)를 비롯, 카를로스(오데드 페르 분)와 클레어(알리 라터 분) 등 생존자들은 무장된 차량을 타고 또 다른 생존자를 찾는다. 한편, 네바다에 숨겨진 엄브렐러사의 최첨단 연구소에서는 이 사태의 열쇠가 되는 앨리스를 찾고 있다. 엄브렐러사의 생체 실험을 통해 더 강력한 전사로 업그레이드된 앨리스는 인류의 위기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다.▶바르게 살자삼포시는 연이어 일어나는 은행 강도 사건으로 민심이 흉흉하다. 새로 부임한 경찰서장 이승우(손병호 분)는 유례없는 은행 강도 모의 훈련을 실시한다. 그러나 뜻밖의 복병이 나타난다. 교통과 순경 정도만(정재영 분)이 강도로 발탁되면서 훈련이 점점 꼬이기 시작한 것. 대충 훈련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참가자들의 바람을 무시한 채 정도만의 고지식한 성격 때문에 모의 훈련은 끝이 보이지 않게 된다. 결국 특수기동대가 투입되고 TV를 통해 모의 훈련이 전국에 생중계되는 지경에 이른다.▶사모안 웨딩말썽꾸러기 네 친구는 결혼식 파티마다 돌아다니며 사고를 치는 사모아 마을의 최고 골칫덩이들이다. 급기야 그들은 마을 사람들의 항의로 ‘결혼식 참석 불가’라는 날벼락을 맞게 된다. 단, 사랑하는 사람을 데리고 온다면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다. 어른스러움이라고는 전혀 지니고 있지 않던 그들이 결혼식 참석을 위해 애인을 구하러 다니면서 겪는 갖가지 소동을 통해 유쾌한 즐거움과 흥미진진한 연애담을 선사한다. 감각적인 연출과 재기 발랄한 스토리로 뉴질랜드 박스오피스를 휩쓸었던 화제작.주성철·씨네21 기자 kinoeyes@hanmail.net©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