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파장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우선 유럽의 주택 경기가 심상치 않다. 모기지 대출 금리가 높아지면서 부동산 시장엔 매물이 넘쳐나고 새로 짓는 주택도 줄었다. 지난 10년 동안 집값이 2배 이상 올랐던 스페인은 7월부터 기존 주택 판매 가격이 내림세로 돌아섰고 프랑스도 10년 만에 처음으로 3분기 집값이 하락세를 나타냈다. 아일랜드 역시 8월 중 주택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1.9% 떨어졌다. 일부에서는 조만간 아시아 주택 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돈 떼일 것을 우려한 금융회사들이 앞 다퉈 대출 조건을 까다롭게 바꾸면서 주택 시장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는 추세다.그러나 인도는 예외다. 집값이 안정되는 정도가 아니다. 아예 폭등세다. 대도시엔 살만한 집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가득하고 인도 정부는 새로운 주택 단지를 건설하느라 진땀을 흘린다.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농촌 인구가 도시로 대거 밀려들면서 인도의 주요 대도시가 심각한 주택난을 겪고 있다”며 “모자란 주택을 채우기 위해 인도 곳곳에 신도시와 위성도시가 들어서고 있다”고 보도했다.이농(離農) 현상을 촉진시킨 요인은 일자리. 대도시의 서비스업과 제조업이 급성장하면서 취직을 위해 상경하는 인도인들이 늘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앞으로 10년 동안 2억2000만 명가량이 농촌을 떠나 도시로 몰려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도 경제가 고공 성장을 지속하면서 이런 추세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2003년 3.8%에 불과했던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2004년 8.5%에서 작년엔 9.0%로 올라선 뒤 올 2분기에는 9.3%로 높아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 경제가 내년에도 8% 이상 고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도시 중심의 경제 성장→도시와 농촌 간 격차 심화→도시 유입 인구 증가→주거 공간 부족’ 현상이 당분간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인도의 주요 대도시 모두 주택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며 “당장 필요한 주택만 2000만 채에 달한다”고 설명했다.인도 지방정부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 다퉈 대규모 주택 건설 사업을 진행 중이다. 정보기술(IT) 업체가 몰려 있는 방갈로르가 대표적인 케이스. 방갈로르 시정부는 이 지역에 5개의 베드타운을 건설할 계획이다.민간 업체도 소매를 걷어붙였다. 인도 최대 부동산 개발 업체인 DLF는 두바이 국영 투자회사 ‘두바이 월드’의 부동산 개발 사업부와 손잡고 방갈로르의 1차 신도시인 ‘비다디(Bidadi)’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두 회사는 총 120억 달러를 투입해 방갈로르에서 22마일 떨어진 지역에 면적 9884에이커의 신도시를 건설할 예정이다. 공사는 내년 상반기부터 시작되며 5년 안에 완공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비다디 신도시 건설 계획에는 인도에서 가장 큰 ‘테크노 허브’를 만든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IT 관련 기업들을 끌어 모아 방갈로르를 인도 IT 산업의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인도 재벌 기업인 시그룬 그룹도 이달부터 뭄바이 시 북부 외곽에 200에이커 규모의 위성도시 건설에 착수했다. 여기에도 7000채의 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인 쿠쉬만앤드웨이크필드의 아누락 마투르 이사는 “대도시로 밀려드는 농촌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신도시와 위성도시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비다디와 같은 신도시는 방갈로르와 뭄바이 등 대도시의 체증 현상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돈이 된다는 소문이 나자 외국 업체들의 인도 부동산 시장 진출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대형 개발 프로젝트가 무더기로 진행되면서 해외 투자 자금의 유입도 활발하다. 티시먼스페어 프로퍼티스, 마라톤 자산운용, 월튼 스트리트 캐피털 등 미국 업체들은 이미 인도에서 진행 중인 다양한 부동산 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인 ‘존스 랭 라살’의 카룬 바르마 팀장은 “주택 건설이 늘어나면서 병원 학교 공원 등을 짓는 공사도 연쇄적으로 증가해 인도 전역에 건설 붐이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재석·한국경제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