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7000개 업체 밀집…우주선 부품까지 생산

고속으로 질주하는 신칸센 열차의 바퀴 연결 부위에는 엄청난 하중과 진동이 이어진다. 너트가 풀리면 큰일이다. 하드록은 ‘풀리지 않는 너트’를 생산하는 업체다. “특수 진동 시험 설비를 통해 테스트하면 일반 너트나 더블너트는 2~3분 안에 다 풀리지만 하드록 너트는 테스트 기준 시간인 17분을 경과해도 풀리지 않은 채 그대로였다”고 이 회사의 와카바야시 가즈히코(70·사진) 사장은 설명한다.와카바야시 사장은 “하드록 너트는 쐐기의 원리를 이용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보통의 너트는 1개로 돼 있다. 볼트에 한 개의 너트를 결합한다. 하지만 이 회사의 너트는 2개로 돼 있다. 하나를 먼저 끼운다. 이 너트는 경사진 면을 갖고 있는데 또 다른 너트는 이 경사진 면을 누르며 들어가게 설계돼 있다. 그런 과정에서 먼저 끼워진 너트가 볼트를 향해 밀착되면서 일종의 쐐기 구실을 하는 것이다.이 너트는 신칸센 열차 바퀴에 사용된다.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풀림 방지 효과를 입증 받았다. 영국 국유철도와 호주 퀸즐랜드 정부로부터 성능을 인정받았다. 대만 고속철도에는 궤도 체결용으로 400만 개의 하드록 너트가 사용되고 있다.열차 바퀴뿐만 아니라 풍력발전소 송전선 교량 등에도 쓰인다. 창업 후 30년간 전 직원이 너트만 열심히 만들고 기술을 개발한 데 따른 성과다.생산 제품은 베어링용 풀림 방지 너트, 스페이스 로크 너트, 하드록 세트 스크루, 하드록 핀 로크볼트 등이다. 이 회사의 작년 매출은 12억 엔, 종업원은 46명이다. 매출은 내수가 94%, 수출이 6%를 각각 차지한다. 영국, 한국과도 납품을 교섭 중이라고 와카바야시 사장은 설명한다.회사 측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선에도 이 회사 너트가 사용됐다고 설명한다. 아이디어와 기술로 승부를 거는 하드록은 일본 중소기업의 전형이다.아오키 도요히코(60·사진) 아오키 사장의 명함에는 망토를 펄럭이며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슈퍼맨의 그림이 들어 있다. 슈퍼맨의 얼굴은 아오키 사장 자신이다. 항공기 우주선 부품 생산업체로의 비상을 상징한다.히가시오사카에 있는 아오키는 직원이 35명에 불과한 중소기업이다. 이렇게 작은 기업인데도 이 지역에선 아주 유명하다. 무엇 때문일까.아오키는 현재의 아오키 사장의 선친인 아오키 다타오 씨가 1961년 창업한 아오키철공소가 모체다. 처음에는 농업기계 및 건설기계 부품 등을 생산했다. 1990년대부터는 제트 여객기 부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금형 부품과 함께 항공기 및 우주선 부품이 주력 생산품이다. 복합소재로 만든 항공기 부품과 하니콤 공법에 의한 항공기 도어, 역시 복합소재를 활용한 우주선 부품 등이다. 가공하는 소재는 티타늄 알루미늄 탄소섬유 마그네슘 등이다. 거래처는 스미토모정밀공업 미쓰비시 등이다.이 회사가 유명해진 것은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도약하는 중소기업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2002년 히가시오사카 지역에선 우주 관련 개발연구회가 설립됐다. 이 연구회의 회장으로 아오키 사장이 취임했다. 지역 업체와 학자들이 일종의 클러스터를 형성해 우주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그해 이 연구회는 도쿄대와 함께 초소형 인공위성(CUBESAT)의 로켓 이탈기를 공동 개발, 제작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금형을 아오키가 만들었다. 그해 연말에는 히가시오사카 우주개발 협동조합이 출범했고 아오키 사장이 역시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또 이 회사가 오사카대학원 의학계연구소 등과 공동으로 개발한 생체 완전 흡수성 스텐트(혈관이 막혔을 때 뚫는 재료)는 길이 2cm 직경 2mm 수준의 아주 작은 원통형 부품인데 개당 가격은 30만 엔에 이른다. 아오키 사장은 “이 부품 100개만 팔면 고급 벤츠를 살 수 있다”며 껄껄 웃는다.그는 현장 중시 경영인이다. 항상 작업복 차림이다. 고등학교 재학 중에는 3년 내내 방과 후 공장에서 일했다. 그로부터 45년 동안 현장에서 근무해 왔다고 그는 설명한다. 그의 별명은 ‘히가시오사카의 마지막 직공’이다. 그는 그러나 단순히 생산에만 주력하는 기업인은 아니다. 신소재와 첨단제품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에 몰두하는 기업인이다. 그의 좌우명은 ‘연구개발에는 졸업이 없다’는 것이다. 다양한 신소재도 개발 중이다.그는 재일동포를 사위로 맞았다. 또 몇몇 한국 기업인을 거명하며 형제처럼 지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양국 간 교류 확대가 한국과 일본 중소기업의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아테크트는 세계 반도체 포장 테이프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작지만 강한 기업이다. 반도체 포장 테이프는 반도체를 포장 운반하는 과정에서 충격을 방지할 수 있는 테이프다. 이 제품을 국내와 해외 시장에 50%씩 판다. 주요 거래처는 미쓰이 히타치 가시오 등이다.또 하나의 주력 제품은 샬레다. 생물학적 실험을 위해 사용되는 유리그릇이다. 샬레는 일본 시장에 90%, 중국과 한국 등 해외 시장에 10%를 판다. 샬레의 거래처는 약 8000개 사에 이른다. 작년 매출은 18억 엔이고 종업원은 71명이다.이 회사 역시 연구개발을 중시하는 기업이다. 연구개발 파트에는 책임자를 포함해 7명이 일하고 있다. 매출액의 3%를 투자한다. 앞으로 이를 5%까지 늘릴 계획이다.아테크트는 1959년에 창업했다. 고타카 노리오 사장(사진)의 부친이 설립했다. 지금의 고타카 사장은 미쓰이무역에서 경리 업무 등을 본 뒤 1989년에 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아테크트는 전형적인 모노즈쿠리 기업이어서 기술력이 중요하다”며 “기술력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동안 성실하게 좋은 제품을 만들어 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메디컬 쪽으로 개발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작년 10월에는 한국에 아테크트코리아를 설립했다. 한국 내 패널 업체에 대한 신속한 테이프 공급을 위한 것이다. 아울러 샬레 등의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그는 한국 기업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미세한 기술에 눈을 돌리지 않으면 제품력이 향상될 수 없다”는 것과 “끝마무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도쿄·오사카(일본)=김낙훈 편집위원·오상훈 중소기업연구원 전문위원후원=뉴브리지캐피탈nhkim@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