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일별 스타일 연출법

종교적으로 신이 6일 동안 이 세상을 만들고 하루를 푹 쉬고 난 후부터일까. 아니면 천문학적으로 지구의 자전과 공전 주기를 계산한 고대인들이 1주일을 7일로 나눈 뒤부터일까. 우리는 당연하게 1주일을 반복적으로 살고 있다. 당신의 1주일은 요즘 어떠한가. 즐거운 1주일을 보내고 있는가.우리나라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월요일만 되면 정신을 못 차린다. 대개 월요병으로 심적·육체적으로 시름시름 앓는 것이다. 반대로 금요일엔 1주일의 마지막을 즐기고자 하는 마음에 왠지 들뜨고 즐겁다. 요일은 이렇게 그날마다의 선입견이 있어 그날그날에 따라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도 하고 가라앉히게도 한다. 물론 휴일에서 얼마만큼 가까이 있느냐에 따라 조금씩 그 요일의 의미가 다르긴 하지만…. ‘달콤하고 게으른’ 일요일이라든가 ‘버닝’ 프라이데이라든가 ‘한잔 땡기는’ 수요일이라든가…. 저마다 요일에 대한 이미지와 느낌은 사뭇 다를 것이다.오늘은 어제와 같고 내일은 오늘과 같을 것이라며 신세를 한탄하는 사람은 스스로가 재미없게 사는 시시한 사람일 것이다.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다채로운 하루하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필자는 이제 다가오는 1주일을 어떻게 하면 다채롭게 보낼까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사실 우리가 사는 이 하루는 어찌 보면 하나의 축복이다. ‘우리가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다’라는 말도 있으니 말이다. 바쁜 일상과 과중한 업무에 쫓겨 여유가 없음은 현대인들의 숙명과도 같은 현실이지만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마음껏 즐겨보자. 단, 물리적인 시간이 많이 들어 몸이 피곤해지는 그런 방법 말고 생활 속 몇 가지를 바꿔봄으로써 느낄 수 있는 변화를 꾀해보자.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은 심적으로 가장 부담스러운 날이자 일반적으로 회의가 가장 많은 날이기도 하며 교통 체증이 가장 심한 날이기도 하다. 이렇듯 1주일 중 가장 만만치 않은 월요일을 가뿐히 시작하기 위해 평소보다 20분 먼저 일어나 일찍 출근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이러한 여유로운 한 주의 시작은 월요일의 압박감을 시작부터 조금은 해소해 줄 것이다.화려한 주말을 보낸 당신의 다소 해이해진 마음을 잡기 위해 월요일의 스타일링은 자신감을 살려주는 향수로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너무 심하지 않으면서도 남성미를 더 살려줄 수 있는 스포티한 향으로 처음 느꼈을 때 인지하는 일명, ‘톱 노트’가 강한 것이라면 좋다. 요즘같이 추운 겨울에는 민트 향에 감귤이나 오렌지 향이 살짝 섞인 듯한 것을 추천하고 싶다. 이런 향수로는 ‘이세이 미야케 푸 옴므’, ‘디오르 옴므’ 등이 있다. 월요일엔 이렇게 먼저 향수를 정한 후 옷을 입어보자. 기분이 색다를 것이다. 도시적이고 세련된 스타일로 향수의 무드에 맞춰보자. 피팅감이 좋은 블랙 슈트와 세련된 블랙 코트를 매치해 보자. 의외로 블랙 슈트를 많이 입지 않는데 블랙이라는 색감이 주는 시크함을 통해 숨어 있는 카리스마를 끌어내 보자. 퇴근 후엔 자신의 몸을 두툼히 감싸고 있던 적당한 긴장감을 덜어내는 의미로 근처 자주 가는 바에 가서 부담되지 않는 하우스 와인 한 잔을 마시며 하루를 끝마치는 것은 사우나의 반신욕만큼 개운하지 않을까. 하루 종일 바빴던 월요일, 몸은 바쁘지만 마음만은 차분하고 안정적인 여유와 평상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심호흡을 화장실에서 길게 하면서 거울의 자신을 들여다보는 사람이 되는 것, 이런 것이 월요일을 멋지게 만드는 법이다.긴장감 넘치지만 여유로운 태도로 월요일을 보내고 난 화요일은 왠지 모르게 차분해지며 새로운 한 주에 점점 더 익숙해지는 날이다. 그래서 그런지 패션에 있어서도 힘을 뺀 편안한 복장에 눈길이 간다. 블랙 대신 그레이 컬러 슈트로 날렵함과 동시에 차분함을 만들어 본다. 그레이에 진부한 블랙 구두 대신 브라운 컬러의 매끈한 구두를 매치하는 것은 어떨까. 살짝 밝은 계열의 브라운으로 상사의 눈치도 면할 수 있을 것이며 동시에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살리기에 충분한 ‘라이트 브라운’ 윙팁 리갈 스타일 슈즈를 장만해 화요일의 슈즈로 명명해 보자. 화요일엔 지난 주말 약속이 미뤄져 만나지 못했던 친구와 약속, 퇴근 후 가벼운 채식 위주의 저녁 식사와 따뜻한 차 한 잔으로 지친 심신을 재충전하자. 허브차나 국화차는 수면을 돕고 민트차는 정신이 맑아지고 두통에도 도움이 되니 티타임을 가진 후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보자.1주일의 딱 중간인 수요일은 자칫 하면 지쳐 쉽게 피로해질 수 있는 날이다. 지나온 날을 생각하지 않고 가야 할 날만 생각하면 더 그렇다. 수요일, 이른 아침을 반드시 챙겨 먹어야 하는 날이다. 출근하면서는 사과 하나를 들고 회사에 들어갈 때까지 그 사과를 소리 내어 열정적으로 베어 먹자. 그 소리를 들으면서 스스로 경쾌하게 마음을 띄우고 더욱 열정적인 수요일을 다짐해 보자. 물론 회사의 규율상 많은 자유가 있진 않겠지만 양복 재킷 속에는 니트 베스트를 파스텔 톤으로 살짝 보이게 입는다면 인사부의 지적도 면할 수 있으며 자기 기분 전환도 되지 않을까 싶다. 벌써부터 발걸음이 가벼워진 당신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한 주간 칼로리 소모가 가장 많아졌을 수요일 저녁에는 채식보다는 육식 위주의 식단이 어울린다. 포만감은 사람의 무드를 좋게 해주니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즐겨 찾는 맛집을 찾아가 풍성한 저녁을 즐기자. 다만 폭식은 금물이다. 많이 먹은 수요일 저녁, 저녁 식사 후 동네 한 바퀴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 돌고 난 후 아무 생각 없이 허접스러운 잡지나 만화책을 읽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다 잠드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수요일을 완성하는 것이다.진중한 느낌의 목요일은 사람을 다소 가라앉게 만든다. 내일이 그토록 기다리던 금요일이라 더 그럴지도 모른다. 감정의 낭비가 없고 한 주간의 일들이 마무리가 되는 목요일은 그래서 클래식한 느낌을 준다. 그렇다면 목요일과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일은 다름 아닌 클래식하고 정직한 스타일일 것이다. 더블브레스트 슈트를 입으면 좋지만 너무 야해서 회사에서 지적을 받을까 염려된다면 네이비 울 블레이저를 입어보자. 금장 단추가 포인트로, 상대방에게 강한 믿음을 심어 주는 데 그만이다. 이런 스타일을 갖추고 오늘만큼은 직장 동료나 상사와 술 한 잔을 앞에 두고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좋다.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금요일이다. 왠지 마음이 들뜨고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날이다. 하지만 무작정 들뜨는 것은 금물. 따지고 보면 금요일도 다른 날과 다름없는 업무 연장의 날이다. 진심으로 즐거운 금요일 밤과 주말을 보내기 위해 주간 업무를 깔끔히 마무리하는 것은 기본일 것이다. 패션에 있어서 금요일은 좀 더 과감해져도 좋다. 기다렸던 금요일이라면 다른 날과는 분명히 다른 신선한 옷차림으로 맞이하자. 평소 입지 않고 모셔 놓았던 고급 원단의 셔츠에 위아래가 다른 콤비로 위아래를 다르게 입어보자. 캐주얼 데이가 수락된 근무 환경이라면 블랙 스니커즈를 매치해도 좋고 겉에 진부한 하프 코트 대신 시피 컴퍼니 같은 네이비 윈드 브레이크 점퍼도 멋질 것이다.주5일제 이후, 대부분 열정적인 금요일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주말은 예전에 비해 많이 여유로워졌다. 또한 과도한 술 문화가 자제되면서 술 없는 회식 문화나 회식자리 종료 타임 지정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술 권하는 선배는 어느덧 촌스럽고 일 못하고 업무를 소홀히 하는 비 프로페셔널로 오인받기 딱 좋은 요즘이다. 좀 삭막하기는 하지만 이런 문화로 인해 새내기 직장인들은 몸이 편해진 것이 사실이고 과장급들 또한 일에 더 집중해 업무 효율이 증가하고 자기 개발의 시간이 많아진 듯해 반갑기도 하다.이번 토요일 주말은 애인, 가족, 혹은 친구와의 뮤지컬 공연 관람을 추천하고 싶다. 매해 연말에는 손에 꼽을 수도 없이 많은 양질의 공연들이 다수 열리니 선택은 어렵지 않을 듯하다. 차분하게 톤 다운된 스트라이프 니트와 코튼 팬츠, 헤링본 코트를 매치한 편안한 차림으로 말이다. 일요일은 신도 쉬었듯이 스타일에서 본인을 완벽하게 자유롭게 해주는 날이면 어떨까. 특별히 결혼식이나 경조사가 있지 않는 한 말이다.지금까지 1주일을 다채롭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간단하게 스타일 위주로나마 짚어 보았다. 물론 각자의 바쁜 스케줄로 인해 실행하고 싶어도 못하는 일들이 많을 것이다. 또한 어떤 독자에게는 자신의 평소 스타일과 상이한 방법들이기에 쉽게 실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스타일 그 자체보다는 앞에 다가올 삶을 어떤 시선으로 자신이 바라볼 것인가에 있다. 당신의 1주일을 변화시킬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당신이니까.황의건·(주)오피스에이치 대표이사 h@office-h.com1994년 호주 매커리대 졸업. 95~96년 닥터마틴·스톰 마케팅. 2001년 홍보대행사 오피스에이치 설립. 각종 패션지 지큐·앙앙·바자 등에 칼럼 기고. 저서에 샴페인 에세이 ‘250,000,000버블 by 샴페인맨’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