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라면 어떤 이유에서든 한 번 이상의 슬럼프가 찾아온다. 아무리 연습하고 마음을 추슬러도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슬럼프인지라 선수들은 마음고생이 심하다. 이 힘든 슬럼프를 벗어나는 방법으로 많은 선수들은 기본적인 동작을 다시 연습하는 방법을 쓴다. 처음 운동을 배우면서 익혔던 기본적인 자세와 동작들을 체크해 나가면서 현재의 문제점을 찾아내는 것이다.일을 오랫동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일이 익숙해지고 일을 처리함에 있어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기게 마련인데 이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현재의 자리까지 올려놓은 기본자세를 가끔씩 잊고 만다. 기본기라는 것은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실력의 근원이 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어떤 일이든지 기본기가 갖춰 있지 않으면 일이 진행될수록 허점이 노출되고 일을 그르치게 마련이다. 반대로 기본기가 탄탄하게 갖춰져 있는 사람은 일의 진행이 순탄하고 마무리까지 완벽하다.그렇다면 패션에서의 기본은 무엇일까. 기본만 지켜도 멋쟁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남자 패션에 있어서 기본이란 스타일의 장르를 결정하는 것이며 그 장르에 대한 기본을 얼마나 이해하고 소화해내느냐다.슈트라는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슈트를 정확하게 입는 방법이다. 남자에게 있어 슈트란 남자다움의 상징이자 능력의 표시이고 섹시함이자 비즈니스 세계에서 자신을 든든히 지켜줄 전투복이다. 이처럼 슈트는 남자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중요한 존재인데 아직도 일부 남자들은 백화점 남성 매장 층으로 올라가 5분 만에 결정한다.슈트는 맞춤 슈트와 기성복으로 나뉘는데 자신만을 위한 정확한 치수의 슈트를 원한다면 맞춤 슈트가 좋지만 제작 기간이 길고 가격이 만만치 않다. 반면에 누구에게나 어울리도록 만들어져야 하는 사명을 가진 기성복은 좀 더 대중적인 가격에 폭넓은 선택으로 충분히 자신에게 맞는 슈트를 찾을 수 있게 한다. 하지만 반드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최근 일본 출장을 다녀온 필자는 일본 직장인들의 스타일에 꽤나 감명을 받았다. 그들이야말로 슈트에 갇힌 직장인도 예쁘게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스타일은 분명 중저가의 ‘슈트 컴퍼니’ 같은 가격대도 좋으면서 스타일리시한 슈트 브랜드의 활약도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도 그런 브랜드들이 존재하는 것일까. 일본에 비해 다소 선택의 폭은 좁지만 국내에도 이미 ‘타임 옴므’, ‘엠비오’, ‘타운젠트’, ‘지오다노 Him’ 등 다양한 가격대에 다양한 스타일을 책임지는 슈트가 있다. 명품 브랜드 정장의 느낌을 지향하는 세련된 감성의 슈트 ‘타임옴므’는 80만~100만 원대의 명품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에 구입할 수 있으며, 최근 들어 좀 더 젊어진 컷과 디자인으로 각광 받고 있는 ‘엠비오’ 슈트는 50만~60만 원대에 마련할 수 있다. 신사복과 캐릭터 캐주얼의 브리지 역할을 하는 ‘타운젠트’는 20만 원 중반에서 30만 원 후반대의 가격으로도 정장 혹은 캐주얼을 구입할 수 있다.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의 대명사 ‘지오다노’가 새로 런칭한 남성 라인 ‘지오다노 Him’에는 10만 원 중반에서 20만 원 초반대의 ‘친절한’ 가격대임에도 불구하고 외국 바이어들과 대면해도 손색없는 기본기가 훌륭한 슈트가 존재한다. 만일 어떤 슈트가 좋은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는 지금 언급한 슈트를 자신의 예산에 맞게 구입한다면 최소한 잘못된 슈트를 입는 상황은 모면할 수 있을 것이다.꼼꼼하지 못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도 슈트만큼은 까다롭게 선택해 입어야 한다.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은 피팅감으로 전체적인 실루엣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남자의 당당함을 표현한다. 어깨선은 자신의 어깨보다 슈트의 어깨선이 절대로 크거나 작지 않아야 하며 허리선은 자연스럽게 감싸는 것이 좋다. 이는 배가 나온 사람일수록 더 중요하다. 전체적으로 자신의 몸을 타고 흐르는 듯 완벽히 맞아야 한다.바지의 길이는 보통 구두의 뒷굽 끝에 맞추는데, 그 길이는 발등 부분에서 바지가 접히게 돼 날렵한 멋이 사라지므로 그보다 조금 더 짧은 길이가 좋다. 물론 통이 넓은 스타일의 팬츠는 구두 뒷굽을 다 가릴 정도로 긴 것이 좋다. 최근 라펠은 그 폭이 좁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언제나 과한 것은 보기 좋지 않다. 너무 좁으면 경박해 보일 수 있으니 슬림하다는 느낌이 묻어날 정도의 폭이 좋다. 슈트의 컬러는 그레이, 네이비가 여전히 가장 안전하면서 올바른 선택이며 블랙은 기본 슈트로 보지 않는다.패션의 기본에 대한 이해는 슈트뿐만 아니라 캐주얼에서도 유효하다.캐주얼은 슈트에 비해 아이템 선택의 폭이 너무나 넓다. 이미 유니폼화된 슈트에 길들여진 직장인들에게 캐주얼의 기본기란 가장 험난한 과제일지도 모른다. 그런 그들이 가장 쉽게 기억해야 할 기본기가 바로 ‘오버하지 않는’ 스타일링이다.슈트에도 여러 가지 스타일이 존재하듯이 캐주얼도 크게 보면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프라다’풍, ‘폴로’풍, ‘DKNY’풍이 바로 그 세 가지인데, ‘프라다’ 스타일이란 웨어러블한 이탈리아 스타일로 모던하면서도 활동적인 스타일을 대표한다. ‘프라다’풍의 스타일은 절제된 디테일의 베이직함에서 느껴지는 세련됨이 특징이다. 단정함 속에서 멋이 느껴지는 이러한 스타일링은 통일감이 중요한데, 헤어에서부터 구두까지 전체적으로 미니멀한 느낌을 살리는 것이 좋다.폴로는 미국 브랜드지만 영국식 트래디셔널의 감성을 지닌 국내에서도 이미 친숙한 브랜드로, 클래식한 느낌에서 오는 여유로운 스타일의 대명사다. 더플 코트나, 굵게 짠 터틀넥 니트, 스트라이프 패턴의 니트와 옥스퍼드 셔츠, 치노팬츠, 블레이저 등의 아이템들로 연출하면 ‘폴로’풍의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다.뉴욕의 시크한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DKNY’의 스타일을 눈여겨보는 것이 좋다. 뉴욕이 가진 도시적인 느낌과 활동성을 패션으로 표현하는 스타일로 낮에는 프로다운 느낌을, 밤에는 남자다운 매력을 더욱 발산할 수 있다.물론 이들 브랜드는 가격 면에서 직장인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스타일을 표방하는 국내 중저가 내셔널 브랜드들을 찾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상의 3만~9만 원, 하의 5만~10만 원선의 합리적인 가격대와 다양한 스타일을 갖추고 있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캐주얼 브랜드들이 국내에 이미 많이 포진돼 있다. 프라다 스타일을 국내 브랜드에서 찾는다면 세련된 디자인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본’이나 ‘코데즈 컴바인 포맨’이 그 대표적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데 ‘본’의 경우 감각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며 ‘코데즈 컴바인 포 맨’은 베이직하면서도 활동적인 제품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폴로 스타일을 표방하는 국내 브랜드는 손에 꼽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대기업에서 만들어 이미 폴로의 판매가와 맞먹고 있는 ‘빈폴’이나 ‘해지스’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폴 햄’이나 ‘N.I.I’ 같은 중저가의 이지 캐주얼 브랜드로도 폴로 스타일을 연출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지오지아’나 ‘마인드 브릿지’는 업무 시간과 퇴근 후의 일상을 모두 책임지는 DKNY 스타일을 잘 계승하면서도 가격적으로 메리트가 있는 브랜드들이니 주목하기 바란다.끝으로 한 가지 더. 이 모든 스타일을 포용하고 있는 곳이 있으니 그곳이 바로 동대문과 인터넷 쇼핑몰이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아이템들이 있으니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과 예산을 정확히 결정한 뒤 쇼핑에 나서야만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시계 역시 각 장르에 맞는 스타일을 구비하는 것도 좋지만 필자가 추천하고 싶은 것은 어떤 스타일에도 어울리는 전천후 스타일을 찾는 것이다. ‘엠포리오 아르마니’나 ‘DKNY’의 시계들은 클래식함과 모던함을 오가며 브랜드 고유의 스타일을 지키되 패션에 부드럽게 융화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시계들은 슈트에도, 캐주얼에도 완벽하게 어울리는 최적의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남자를 남자답게 만들어 주는 이러한 기본기들은 사실 패션 스타일의 1%의 비중을 차지하는 작은 부분들이다. 하지만 이 1%들은 당신의 99%를 바꿀 수 있는 핵심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미켈란젤로는 말했다 ‘사소한 것이 모여 완전한 것을 만든다. 하지만 완전한 것 자체는 더 이상 사소한 것이 아니다’라고. 이 기본기들은 언젠가 당신의 스타일이 만족스러울 만큼 완전해질 때까지 당신을 지켜줄 든든한 베이스캠프가 될 것이다.황의건·오피스에이치 대표이사 h@office-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