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르와 아스마르’

아찔하게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이 도착했다. ‘아주르와 아스마르’는 ‘프린스 앤 프린세스’ ‘키리쿠와 마녀’ 등 환상과 전설의 세계를 진귀한 수공예품으로 직조해 냈던 프랑스 애니메이션의 장인 미셸 오슬로의 작품이다.이야기는 빛과 그림자처럼 다른 두 소년으로부터 시작된다. 금발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프랑스 소년 아주르와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을 가진 아랍 소년 아스마르. 두 소년은 아주르의 유모이자 아스마르의 엄마인 제난의 손에서 형제처럼 자란다. 제난은 머나먼 검은 산에 갇힌 아름다운 요정 진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모든 것에 경쟁심을 불태우던 두 소년은 서로 먼저 진을 구하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아들이 유모의 자식과 어울리는 것에 못마땅해 하던 아주르의 아버지가 그를 도시의 기숙학교로 떠나보내고 제난과 아스마르를 쫓아내면서 두 소년은 뿔뿔이 흩어진다. 세월이 흘러 청년으로 성장한 아주르는 꿈꾸던 요정 진을 찾아 나서고, 그 여정의 와중에서 아스마르를 만난다.‘아라비안나이트’의 한 장을 펼쳐 읽어주는 듯한 ‘아주르와 아스마르’의 이야기는 전통적인 민담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아름답고 용맹한 두 청년과 자애로운 어머니, 구원을 기다리는 여인 등 익숙한 클리셰(cliche: 상투적 표현)들이 이야기의 뼈대를 구성하고 있지만 미셸 오슬로는 이에 더해 동서양 문화의 소통, 차이와 다름에 대한 관용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아주르의 푸른 눈을 저주받은 것으로 공격하는 아랍인과 아랍 문화에 대한 폄훼만을 일삼는 백인의 모습이 배척과 불관용을 상징한다면, 갈등의 파고를 넘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아주르와 아스마르는 다양한 색깔이 공존해 더욱 아름다운 세상을 부드럽게 노래한다.농도 짙은 교훈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것은 마법과도 같은 시각적 체험이다. 미셸 오슬로의 손을 타고 탄생한 3D는 할리우드산 애니메이션처럼 실사에 근접한 품새를 뽐내는 대신 그림책을 오려낸 듯한 특유의 질감에 절묘한 색채의 향연을 더한다. 극도로 세밀하면서도 우아하게 재현된 아라베스크 양식의 건물들, 모자 끝에 꽂힌 깃털 하나에 이르기까지 눈이 부실 정도로 아찔한 색채를 발산하는 캐릭터들은 호흡을 잠시 멈춰 놓을 만큼 시각적인 황홀경을 선사한다.스티븐 굴드의 SF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데이빗 라이스(헤이든 크리스텐슨 분)는 뉴욕 도쿄 로마 등 원하는 곳은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는 초능력의 소유자, 일명 점퍼다. 열일곱 살 때 우연히 자신의 능력을 자각하게 된 라이스는 은행 금고를 통과해 거액의 돈을 손에 쥐고, 원하는 것을 모자람 없이 누리며 화려한 삶을 즐긴다. 하지만 점퍼를 처치하기 위해 비밀리에 조직된 결사대 ‘팔라딘’에게 추적당하기 시작하면서 라이스의 삶은 위험에 처한다. ‘본 아이덴티티’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의 덕 라이먼 감독 연출.교내 밴드에서 기타를 치고, 슬래셔 무비와 하드코어 록을 좋아하는 독특한 소녀 주노(엘렌 페이지 분)는 친구 블리커(마이클 세라 분)와 첫경험을 가진 뒤 두 달 만에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다. 차마 낙태를 하지 못하고 고민하던 그녀는 신문에서 입양 광고를 발견하고 부유한 중산층 부부 바네사(제니퍼 가너 분)와 마크(제이슨 베이트먼 분)에게 아이를 안겨주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주노는 출산일이 임박할 무렵, 완벽해 보였던 이들 부부 사이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흥행수익 1억 달러를 넘어서며 제작비의 40배 수익을 벌어들여 화제가 됐으며 오스카 4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사막 한가운데서 사냥을 즐기던 모스(조시 브롤린 분)는 총격전이 벌어진 듯 출혈이 낭자한 사건 현장을 발견한다. 물 한 모금을 갈구하는 단 한명의 생존자를 외면한 채 떠나던 그는 우연히 200만 달러가 들어 있는 가방을 보게 된다. 하지만 가방을 찾는 살인마 안톤 시거(하비에르 바르뎀 분)와 보안관 벨(토미 리 존스 분)이 그의 뒤를 쫓으면서 이야기는 혼돈과 폭력의 결말로 치닫는다. ‘파고’ ‘바톤핑크’의 코엔 형제 작품으로, 올해 오스카 8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최하나·씨네21 기자 raintree@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