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룩 연출법

일찍이 신은 인간을 창조할 때, 아담과 이브를 만들어 인간의 본질적 고통인 외로움을 해소해 주었다. 그리하여 아담은 이브에게서, 이브는 아담에게서 삶의 이유를 느끼고 희망을 발견하며 인류의 삶을 오늘날의 모습으로 발전시켜 오게 됐다. 인류 최초의 커플이었던 셈이다. 인류 역사에서 그들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니겠지만 패션계에 몸담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패션이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아담과 이브는 내추럴한 소재인 풀잎으로 신체의 가장 중요한 부분만 가리고 있을 뿐이었지만 그들은 소재와 컬러를 통일하는 치밀함을 보여주었다(아담과 이브를 상상해 그린 인물은 분명 센스가 있는 인물일 것이다). 현시대의 커플들보다 세련된 감각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커플룩이라고 하면 흔히 우리는 놀이동산에 놀러 온 커플들이나 신혼여행을 온 커플들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눈에 띄기만 하는 옷차림을 떠올리게 된다. 지나치게 앙증맞은 캐릭터가 새겨져 있는 티셔츠나 형형색색 눈에 확 띄는 밝은 색의 상의를 맞춰 입기도 하며 심지어는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모두 똑 같은 옷과 소품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런 커플들을 보고 있으면 부러움보다는 민망함을 느껴 고개를 돌리게 된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절대 커플룩은 입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만들 정도니 말이다.하지만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 입은 여자와 집에서 방금 나온 것 같은 트레이닝 룩의 남자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맞춰 입은 커플만큼이나 보기 싫은 것은 마찬가지다. 그 둘에게서는 전혀 조화로운 느낌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이처럼 너무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커플룩을 연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일부러 신경 써서 커플룩을 연출한 것 같아 보이지는 않지만 조화로운 커플룩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이해하고 신뢰하며 만들어가는 사랑의 관계만큼이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좀 더 세련되고 고급스러우며 조화롭지만 촌스럽지 않은 높은 수준의 커플룩, 즉 진화된 커플룩을 선보이기 위해서 우리는 사랑하기 좋은 이 봄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걸까.이러한 높은 수준의 커플룩을 선보이기 위해 제일 먼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모방이다(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까 말이다). 첫 번째 모방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은 바로 다양하고 개성 있는 스타일을 선보이는 스타 커플들이다. 그들의 룩은 똑 같은 디자인과 색상에 사이즈만 다른 옷으로 맞춰 입은 일차원적인 커플룩과 차원이 다르다. 한눈에 보기에도 그들이 커플룩을 입은 것인지 그냥 그들 각자의 취향대로 입은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들의 룩은 각자 독립적으로도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지만 함께 있을 때 매우 조화로워서 그들을 더욱 돋보이게 해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얼마 전 한국을 찾아 장안을 떠들썩하게 했던 베컴 부부나 스타일리시한 커플룩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국내외의 커플을 유심히 살펴보면 성공하는 커플룩의 원칙을 발견할 수 있다.그들의 일상생활 파파라치 컷이나 공식적인 자리에 참석하기 위한 드레스 차림은 모두 영화 속에나 나올법하게 멋지다. 그 둘의 룩은 일부러 맞춰 입은 것처럼 보이지는 않으나 사실은 매우 계산된 커플룩임이 분명하다. 그들은 굳이 옷의 브랜드나 디자인, 컬러를 통일하지는 않지만 어긋나지 않도록 세심히 준비하고 또 준비한다. 만일 남자가 빨강색의 모자를 썼다면 여자는 빨강색의 머플러를 두르거나 빨강색의 가방을 택하는 식으로 작은 부분인 소품의 컬러를 통해 일체감을 은유적으로 나타내는 것을 즐긴다. 이것이 바로 진화된 커플룩을 입는 방법이다.또한 스타들의 룩을 모방하는 데서 좀 더 발전하거나, 스타들의 룩을 따라하는 것이 진부하게 느껴지는 커플이라면 매 시즌 해외 컬렉션을 관심 있게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각자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컬렉션을 보며 잘 어울리는 종류의 옷들을 매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같은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각각 선보이는 남녀 컬렉션을 살펴보면 좀 더 쉽게 진화된 커플룩을 연출할 수 있다. 컬렉션을 통한 커플룩의 연출은 시즌의 분위기도 느낄 수 있고 유행 아이템도 예측해 볼 수 있어 흥미를 줌과 동시에 커플들만의 개성 있고 고급스러운 룩을 선보일 수 있다.매달 나오는 패션 잡지를 정독할 시간이 없다거나 아직까지도 남자가 패션 잡지를 보는 것이 어색하다면 클릭 한 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해외 컬렉션은 스타일닷컴(style.com)이라고 하는 외국 사이트를 들어가 보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그곳에는 매 시즌 선보이는 컬렉션뿐만 아니라 사토리얼리스트(The sartorialist)라는 섹션에는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일반인들의 평소 패션 스타일을 볼 수 있어 그들의 생생한 패션 센스를 보고 배울 수 있다.스타들의 룩을 살펴보는 데서부터 컬렉션 섭렵까지 끝났다면 당신도 이제는 그로부터 얻어진 커플룩의 교훈을 낱낱이 나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래 세 가지 중 한 가지만 지켜내도 당신의 커플룩은 성공한 셈이다.첫째, 컬러보다는 톤을 맞춰라.가장 쉬운 단계의 톤 매치는 블랙과 그레이, 화이트 등의 모노톤을 이용하는 것이고 이 과정에 익숙해지면 좀 더 과감한 컬러 플레이를 즐겨보아라. 모노톤의 색과 파스텔톤의 달콤한 조화에서부터 블랙에 레드나 옐로로 강렬한 포인트를 주는 것까지 컬러 매치의 경지에 이르게 될 것이다.이런 톤 매치는 영화 속 커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화 ‘위대한 유산’에서 기네스 펠트로와 에단 호크가 분수대에서 재회했을 때, 기네스 펠트로는 올리브 그린 색의 투피스를 입고 있었고 에단 호크는 단지 회색의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룩은 포멀과 캐주얼의 만남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상반된 신분과 상황을 뛰어넘기 충분할 정도로 매우 조화로웠다.둘째, 장르의 조화를 즐겨라.앞에서도 말했고 매우 극단적인 예지만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 입은 여자와 집에서 막 뛰어나온 것 같은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는 조화롭지 못하다. 하지만 매번 데이트할 때마다 연인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무슨 색 옷 입을 거야?’라고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니 평소에도 연인과 자연스러운 커플룩을 연출하고 싶다면 장르를 조화롭게 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손쉬운 방법이 될 것이다.평소 연인이 옷을 입는 스타일을 보면 그 또는 그녀가 어떤 스타일의 옷을 즐겨 입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도시적인 느낌의 시크한 세미 정장을 즐겨 입는 그녀에게는 너무 지나친 무늬가 없는 모노톤의 깔끔한 의상을 선택하는 것이 좋고, 러블리한 로맨틱 룩을 즐기는 여자 친구를 위해서는 파스텔톤의 캐주얼이 잘 어울릴 것이다.셋째, 소재의 조화를 즐겨라.중요한 모임이 있는 날이나 특별한 날, 돋보이는 커플룩을 연출하고 싶다면 소재의 조화를 이용해 보아라. 소재를 이용한 커플룩을 선보이는 방법은 어렵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조금만 노력하면 매우 호평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다. 하늘거리는 시폰 소재의 스커트를 입은 여자와 부드러운 느낌의 실크 행커치프로 포인트를 준 정장을 입은 남자. 소재의 통일은 커플룩을 연출할 때 많은 커플들이 생각지도 못한 채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부분이지만 어울리는 소재를 통일해 커플룩을 연출하는 방법은 당신을 센스 있는 패션 감각의 소유자로 만들어 줄 것이다.이 봄, 사랑하는 사람에게 멋진 커플룩을 선물하는 로맨틱 가이가 되는 것은 어떨지. 황의건·오피스에이치 대표이사 h@office-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