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펀드 투자 전략

“최고의 교육 환경에서 키우고 싶죠.”한국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가히 세계 최고다. 세계 최저 출산율 국가이지만 자식이라면 끔찍한 것이 한국 부모들이다. 이런 흐름 속에 ‘자녀 리스크’란 말도 탄생했다. 자식들을 유학 보내고 쓸쓸한 기러기 생활을 자처하는 한국의 아빠들, 자녀 교육을 위해 사회생활(직장)을 포기하는 어머니들, 자녀 교육비 마련에 자신들의 노후 자금 마련은 뒷전으로 미룬 부모들을 보면 ‘자녀 리스크’라는 단어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렇다면 ‘자녀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첫걸음은 자녀에게 제대로 된 경제 교육을 하는 것, 그리고 저금리·고령화 시대에 맞는 투자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이때 도움이 되는 펀드가 있다. 바로 ‘어린이 펀드’다.어린이 펀드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펀드로 투자 목적상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달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대부분 적립식으로 투자하도록 돼 있어 부모는 장기 불입 시 목돈의 자녀 교육비를 마련할 수 있고 자녀에게는 경제 교육의 기회와 펀드에 따라 상해 보험 혜택도 받을 수 있다.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학부모가 부담하는 교육비 비중이 가장 높다. 한국교육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총 교육비는 약 8000만~9000만 원. 영어 열풍과 조기 유학, 명문 사립고 진학, 사교육 열풍까지 고려하면 3억 원가량의 돈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자녀들의 학비 마련을 위해 과거처럼 예금이나 적금 상품을 이용하거나 교육 보험에 들어서는 물가 상승률을 쫓아가기에도 바쁘다. 더욱이 보험은 각종 질병과 재해에 대한 위험 보장에 초점을 맞춘 상품이므로 학자금 마련에 적합지 않다. 이처럼 어린이 펀드에 가입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인플레이션의 위험’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두 번째 이유는 펀드 투자는 ‘원금에서 발생한 이자가 다시 원금이 되는 구조’인 복리식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간단한 계산법으로는 ‘72÷이자(수익률)=기간’이란 공식이 있다. 예를 들어 수익률이 6%인 상품에 투자하면 자산이 두 배가 되는 시점은 12년 후가 된다. 수익률이 높을수록 자산이 두 배가 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복리 투자는 투자 기간이 길고 수익률이 높을수록 자산이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만약 1000만 원을 연 6%의 투자 상품에 투자할 경우 1년이면 1060만 원, 3년이면 1190만 원, 10년이면 1790만 원, 20년이면 3200만 원, 40년이면 1억330만 원이 된다. 연 수익률이 12%인 상품에 투자하면 1000만 원은 40년 뒤 9억2140만 원이 된다.세 번째, 자연스럽게 자녀의 경제 교육이 된다. 자녀가 자기 명의로 펀드 계좌를 가지고 직접 투자를 시작하면 어렵지 않게 저축과 투자의 차이를 알게 되고 어려서부터 투자와 펀드에 대한 금융 용어도 쉽게 익힐 수 있다. 금융 교육은 절약과 저축, 그리고 투자와 재정적 목표 세우기로 나눌 수 있는데, 저축과 절약만으로는 부족하다. 펀드 투자를 통해 보다 전문적인 경제 지식을 얻을 수 있고 스스로 투자를 체험하는 기회를 가지게 되며 장기적이고 꾸준한 투자로 ‘투자의 원칙’도 배우게 된다. 참고로 어린이 펀드의 월 불입 금액은 월 5만 원 이상이다.3개월에 한번 꼴이나 한 달에 한번 꼴로 도착하는 ‘자산운용보고서(펀드 운용 성적표)’는 경제 교육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시각에 맞춰 쉽고 재미있게 만들어진 이들 운용 보고서는 펀드가 투자하고 있는 기업, 투자 상식, 경제 관련 지식 등의 정보를 전달한다. 아이들은 이 자료를 통해 증권시장과 펀드에 대해 공부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자녀 명의로 펀드에 가입하면 운용사나 판매사가 마련한 서비스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회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어린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경제 캠프, 교육 캠프, 어린이 경제 교육 사이트 무료 이용, 주말 경제 교실, 겨울방학 캠프, 해외 연수 기회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자녀 명의로 가입해야만 부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어린이 펀드는 다른 일반 펀드와 구별되는 특별한 혜택이나 운용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다. 해외 어린이 펀드의 경우 어린이가 좋아하는 ‘월트디즈니’와 같은 기업들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있지만 국내의 경우 일반 주식형 펀드와 큰 차이는 없다. 특히 영국이나 미국 등에서 운용되는 어린이 펀드는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과 세금 혜택이 있지만 한국은 없다.그렇다면 어린이 펀드는 어떻게 운용해야 할까. 첫째, 하루라도 일찍 투자를 시작해야 복리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다. 어린이 펀드는 시간에 투자하는 장기 상품이다. 자녀가 태어나면 곧바로 자녀 명의로 펀드에 가입해 자녀 교육비를 마련하는 것이 좋다. 미국은 아이가 태어나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손녀에게 어린이 펀드를 선물한다. 영국은 자동적으로 어린이 펀드에 가입되고 정부가 250파운드(약 39만2505원, 4월 16일 기준)의 보조금(빈곤층은 500파운드)을 지원해 준다. 미국과 영국은 어린이 펀드 가입 시 모두 세제 혜택이 있다.둘째, 자녀와 함께하는 게 좋다. 펀드 가입으로 자녀의 경제 교육 효과까지 챙기려면 가입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자녀와 함께 투자 과정에 동참하고 돈이 불어나는 것을 함께 보고 자주 의견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셋째, 주식형으로 선택하라. 어린이 펀드는 대부분 아이가 태어나서 대학교 진학까지, 또는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대학교 진학까지 12~18년가량 장기 투자하게 된다. 그러므로 주식 투자 비중이 높아도 매월 일정 금액을 넣는 적립식 투자로 장기간 투자한다면 위험을 낮출 수 있고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되는 때도 있지만 최종적으론 은행 금리보다 높은 이익을 볼 수 있다.넷째, 매월 규칙적으로 투자하고 그것을 끝까지 고수하라. 적립식 펀드는 처음에 투자하는 금액은 적을지 모르지만 규칙적으로 장기간 투자하면 원금이 돈을 불려 나가는 구조다. 그만큼 빨리 그리고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주식 투자의 위험은 주가를 정확하게 맞히지 않는 이상 단기 투자로는 피할 수 없다. 방법은 시간에 분산 투자하는 ‘적립식 투자’와 시간의 힘으로 위험을 분산하는 ‘장기 투자’가 있다. 적립식 투자는 매월 일정 금액을 투자함으로써 주가가 떨어질 때는 많이 보유하고 주가가 오를 때는 보유 수를 줄여 주가 변동성에 따른 위험을 낮출 수 있는 투자법이다. 이와 함께 심리적으로도 주가 등락에 따른 심리적 부담을 낮춰 장기 투자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다섯째, 투자 금액이 많을 경우에는 세금 문제도 따져보자. 어린이 펀드는 19세 이전엔 연 1500만 원, 20세 이후에는 3000만 원까지 증여세 공제 혜택이 있다. 다만 증여세 공제를 받으려면 1500만 원이 될 때쯤 관할 세무서에 증여세 공제 신고를 해야 한다. 미리 신고하지 않으면 원금에 펀드 수익률까지 계산해 세금을 왕창 물 수 있다. 투자 금액이 클수록 반드시 은행이나 증권사 담당 직원에게 이 점을 문의해야 한다.마지막으로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펀드인 만큼 ‘아이의 대학 학자금 마련’ 등 보다 뚜렷한 목적을 부여하고 운용사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달성하고 있는지, 운용 전략이 이에 잘 부합하는지, 금융 회사별로 자녀 교육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도 꼼꼼히 따져보자.공도윤·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연구원 syoom@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