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책상을 정리하다가 빛바랜 사진 한 장을 발견하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있다. 오래전 온 가족이 짧은 여행을 다녀오면서 남겨 놓은 행복한 시간의 기록이었다. 추억을 더듬으며 미소 지을 수 있는 짧지만 소중한 여유였다.가끔 온 가족이 둘러앉아 각자의 근황이나 주변 이야기 등을 나누면서 문득문득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스럽게 느끼며 감사하는 여유다.이런 순간순간은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는 것이지만 잠시나마 여유로운 시간을 만들고 누리는 것은 스스로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정신없이 바쁜 평일 오전에 컴퓨터 화면에서 잠시 고개를 돌려 창밖의 파란 하늘을 보는 여유, 보도블록 귀퉁이에 노랗게 고개 내민 민들레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멈춰 설 수 있는 여유, 코끝에 스치는 커피 향을 기분 좋게 맡으며 눈을 감는 여유 등….하루 중 가장 여유로운 때는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살다보면 때로는 지치고 피곤하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이들이 있어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 하루 종일 지고 있던 짐을 내려놓고 재충전할 수 있는 곳을 향하는 발걸음은 언제나 편안하다. 집으로 향하는 마음에는 고향에서 느끼는 넉넉함과 아늑함이 녹아 있다.이런 편안함은 다시 힘내서 수고하고 애써야 하는 내일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저무는 해를 보고도 실망하지 않고 여유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여유로운 삶을 산다는 것은 시간이 남아 할 일 없이 지내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삶의 여유는 매 순간 스스로를 단련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을 때 찾아오는 선물과도 같다. 집으로 돌아갈 때 느끼는 안도감, 그리고 하루를 잘 보냈다는 보람이 삶의 진정한 여유가 아닐까.여유는 최선을 다해 뛰었을 때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가치다. 하루하루를 자신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서 사는 이들은 꿈틀거리는 의욕과 성취감, 그리고 그만큼의 여유를 즐기는 특권을 가진다.간혹 사람들은 물질적인 풍요가 삶의 여유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물론 요즘 같은 시대에 물질적인 부유함이 여유로운 삶과 전혀 무관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진정한 삶의 여유와 가치는 물질적인 부로는 결코 채워질 수 없는 것이다. 물질에 대한 집착과 욕심으로 가족과 친구를 잃어버리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할 때면 ‘요즘 사람들은 진정 소중한 것을 외면하며 살고 있진 않은가’라는 생각에 잠기곤 한다.얼마 전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이런 이야기가 오갔다. 산다는 것이 때로는 어렵고 힘들지만 우리는 희망이 있기에 살아간다고,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다면 희망이 있을 수 없다고, 가진 자가 더 많이 갖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욕심이라고 말이다. 욕심과 희망은 다르다. 희망은 부족함 안에서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생기는 것이다.작은 달란트를 소유한 자가 더 많은 꿈과 희망을 간절하게 바랄 수 있다. 또 하루하루 충실하게 열심히 보낸 사람만이 진정한 안도와 보람을 느낄 수 있다. 후회 없이 정직한 자세로 최선을 다한 사람이 누리는 게 진정한 마음의 여유다. 인생 말미에 해질녘 멋진 노을처럼 평화롭고 아름다운 여유를 누리고 싶은 게 내 꿈이다.기상이변으로 일찌감치 찾아 온 무더위가 비즈니스맨들을 지치고 짜증나게 만들고 있다. 이럴 때 우리는 마음의 평정을 잃고 일을 그르치기 쉽다. 하지만 잠시만이라도 여유로운 마음을 갖는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동료들과 마주치는 눈빛에 미소 지을 수 있고 작은 것에 감동하고 감사할 수 있는 여유, 오늘 아침엔 바로 그 여유를 찾아보자.조현철대명레저산업 대표이사약력: 1954년생. 80년 세종대 대학원 경영학과 졸업. 78~95년 녹십자&녹십자의료공업 근무. 96~2002년 IS&파트너스 대표이사. 2005년 9월 대명레저산업 대표이사(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