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의 사모펀드 트렌드 및 발전전략 국제 세미나’ 지상 중계

한국경제매거진이 월간 창간 3주년을 기념해 5월 2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글로벌 시장의 사모 펀드 트렌드 및 발전 전략 국제 세미나’는 PEF에 대한 이론보다 실제 펀드를 조성하고 운영하면서 겪었던 문제점과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국내 증권사, 은행, 자산운용사, 경제연구소, 기업 재무전략팀의 이사 팀장 과장 등 실무진이 대거 참석해 심도 있는 강연과 질의가 이어졌다.세계적 로펌인 ‘맥더모트 윌 앤드 에머리 LLP(McDermott Will & Emery LLP)’ 이인영 변호사는 기조연설에서 “사모 펀드에 관해 한국은 현재로선 굉장히 초보적 단계다. 해외 펀드가 접촉해 와도 이해가 부족하고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가에 대해서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이 100년에 걸쳐 변화돼 온 과정을 한국은 짧은 시간에 하려다 보니 의사결정 구조가 전혀 다른 CB(Commercial Bank)와 IB(Invest Bank), PEF를 같은 인력이 담당해 혼선이 생기고 적응 기간이 오래 걸린다”고 지적했다.같은 법무법인에 있는 존 설리번(John Sullivan) 변호사는 PEF를 모집하는 유럽 은행들의 자문을 꾸준히 맡아 왔다. 그는 “PEF 구성 단계에서 시간과 공을 들여 8~10년 동안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유럽은행이 PEF와 자산운용업을 확대하기로 하고 부실 채권에 투자하는 사모 펀드 책임자로 워크아웃 전문가를 영입한 사례를 들었다. 은행 내에서 사모 펀드를 추진했던 임원이 해고되고 후임자가 이 펀드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일이 있었다. 펀드 책임자는 초기에 열심히 했지만 은행이 제 역할을 못하고 발을 빼는 듯하자 결국 펀드는 주요 투자자였던 은행을 빼 버렸다. 이 펀드는 초기 성과도 좋았고 성공 확률도 높았지만 은행의 경영 판단 실수로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PEF 실사례를 소개한 폴 킴(Paul Kim) 변호사는 펀드 트렌드에 대해 소개했는데, 최근 생겨나고 있는 하이브리드 펀드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기존의 PEF 유형에서 벗어나 벤처캐피털, PEF, 해지 펀드를 하나로 묶은 이 펀드는 클라이언트가 반도체와 청정에너지 분야 벤처캐피털 투자를 원해 상하이A주와 홍콩H주의 해당 기업에 투자해 좋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조세 회피구역인 케이먼 군도를 이용해 역외 펀드가 되면서 홍콩 시민, 대만 국민 등 투자자의 국적을 보고할 의무가 사라졌다. 이런 구조를 선택한 것은 투자자들이 매니저의 실력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어 어느 자산에 투자하는지는 개의치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래서 헤지 펀드에도 투자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세계적 추세를 살펴보면, 과거 수십 년간 은행의 중심은 CB였다. 1980년대부터 IB가 CB의 중요성을 넘기 시작했고 2000년대 들어 PEF가 굉장히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이는 마켓보다 인재의 이동을 보면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아이비리그를 졸업한 우수한 인재들은 이미 IB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PEF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물론 처음에는 보통 IB에 입사하지만 2~3년 후부터는 PEF로 이동한다.한국의 경우 미국이 100여 년에 걸쳐 이룩한 진화 과정이 짧은 시간 내에, 그것도 동시에 나타난 것이 특징이다. IB가 정착하기도 전에 PEF가 또 들어오고 있다. CB, IB, PEF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리스크 매니지먼트(Risk Management)다. 각 분야는 의사결정이 각각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이뤄져 업무적으로 사고 과정이 다르다.미국은 오랜 역사를 거치며 각각의 영역이 자리를 잡았지만 한국은 한꺼번에 하다 보니 동일한 인력이 세 분야 업무를 한꺼번에 맡고 있다. 이 때문에 혼선이 오고 적응 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 노하우와 자신감이 없는 상황이다 보니 미국 등 해외 펀드와 파트너십을 모색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현재로서는 해외 펀드가 접촉해 와도 이해가 부족하고 자신이 외부에서 어떻게 비쳐지는지 인식하지 못한다. 또 한국은 기관 중심으로 접근하는데 비해 미국은 개인 중심으로 접근한다. 개인이 아무리 뛰어나도 조직의 이해관계나 논리에 좌지우지되는 점이 차이다.파트너 제안이 들어올 때 ‘그렇게 좋은 물건이 있으면 너희가 직접 투자하지 왜 파트너십을 맺느냐, 왜 나눠 먹으려 하느냐’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펀드도 기본 원리는 물건을 파는 것과 같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 목표다. 무슨 물건을 사느냐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잘 파는 것도 중요하다. 해외 펀드들은 물건을 고르는 능력(Deal Sourcing Power)은 뛰어날 수 있지만 현지에서는 아무래도 마켓 파워가 약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현지 파트너십을 원한다. 파트너십을 고려할 때는 책임자를 비롯한 회사 차원의 관심이 있어야 성사가 되지 한 명의 개인에게 맡겨 버리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시간이 길어지면 성사되기 힘들어질 수 있다.= 펀드를 구성하는 데는 여러 조건들이 있지만 우선 세법이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세법에 따라 펀드가 구성되는데 대신 소재지는 국내로 하건 역외로 하건 제약은 없다.펀드를 구성하는 데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로 특정 기업·기관이 설립할 경우 내부에 팀을 구성해 부실 채권, 부동산 또는 다른 유동자산 등을 그 팀에 주고 펀드를 운용하는 것이다. 둘째로 개인과 투자자들이 모여 기관과 연계 없이 자체적으로 조성하는 것이다.셋째로 위 두 가지의 혼합 형태로 특정 기관이 제3자와 파트너십을 맺고 운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 서로 이해관계의 충돌로 마찰이 발생하면 수년이 지난 뒤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파트너를 어디서 찾느냐, 누구와 하느냐가 중요하다. 기관은 단순히 자금을 가져오는 투자자가 아니라 전문성이 있는 투자자를 찾아야 한다. 특히 외국계 파트너로는 8~10년 이상 운용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투자 결정을 책임진 사람이 손을 떼면 큰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또 팀으로 운영하면 좋겠지만 많은 경우 의사결정은 한 명에 의해서 이뤄지기 때문에 ‘키 퍼슨 이벤트(Key Person Event: 중요 책임자의 단독 결정으로 일어나는 일)’를 조심해야 한다.고액 자산가를 유치할 경우 유동성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도 있으니 기관투자가가 좋다. 또 소액 투자가가 요구하는 것들은 펀드매니저가 회피하려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상당한 자본을 장기간 투자할 용의가 있고 경험이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펀드의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로 해외 투자가들과 다양하게 일하고 있다.투자 수익을 얻으면 펀드매니저는 20%의 보수(fee)를 받고 나머지를 우선순위에 따라 투자자가 가져간다.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이를 못 받는 경우도 생기는데, 이는 그 다음 정산 때 받게 된다. 펀드매니저는 일괄적으로 목표 금액에 도달했을 때 보수를 받는다. 성과보수 외에 운용보수도 있다. 운용비용이 표준보다 높게 책정돼 매니저를 해고한 적도 있다. 운용보수는 펀드매니저가 직접 투자에 참여할 때는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또한 펀드매니저가 투자한 부분의 손해가 커서 다른 곳에서 커버하려고 해도 이는 사전에 합의되지 않으면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펀드 구성 때 펀드를 대표하는 이사들의 모임인 자문위원회(Advisory Boards)를 두기도 하는데, 펀드 구성원들의 이해관계와 갈등을 해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자문위원회는 펀드 관계자와 가까운 사이가 많아 크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나 제 목소리를 내는 자문위원회도 있다.투자자와 펀드매니저와의 관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모든 권리를 문서로 명시하는 것이 좋다. 펀드 구성 단계에서 3~6개월 사이에 문서가 확정되지 않으면 기대 수익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에는 지배 권한, 참여 권한, 투자 회수 등 모든 사항이 들어가고 추후에 사이드레터(side letter)를 통해 내용을 추가할 수 있다. 국가 간 분쟁에도 준비해야 한다. 펀드 수익은 해당 국가의 증권법을 준수해야 한다.= 펀드 구성 후 운용(operation)에 대해 알아보자. 하나의 펀드 내에서 개별 투자가 상호 보증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많은 펀드들은 상호 담보를 하지 않고 수익도 독립 채산을 해야 한다. PEF는 10년 안팎의 수명을 가지고 있다. 그간 다양한 전략을 구상할 수 있고, 대신 5~10년 안에 수익 실현이 가능한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LBO(Leveraged Buy Out: 피인수 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차입해 그 회사를 인수하는 금융 기법)의 경우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기업을 인수 대상으로 해야 한다. 주로 제조업이 LBO의 대상이 되는데 꾸준한 제품 생산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부채 상환 능력이 좋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정보기술(IT), 벤처업으로도 확대되고 있지만 신생 IT 업체는 부채 상환 능력이 좋지 않아 기피 대상이 되기도 한다.매입은 가족 소유 기업, 비공개 기업을 대상으로 하거나 다른 펀드로부터 매입하기도 한다. 비공개 기업은 공시 의무와 집단 소송에 걸릴 우려가 없어 리스크가 적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PEF가 인수한 공개 기업이 비공개 기업으로 변하는 예가 많다.투자 회수 전략은 2가지 방법이 있다. IPO(기업공개, 주로 상장을 뜻함)와 제3자 매각(M&A) 방법이다. 사모 펀드들의 서류들을 보면 펀드가 추후 IPO를 강제하도록 하고 있다. 소액주주로 구성된 회사의 경우는 PEF가 매각 의사를 밝히면 다른 소액 투자자들도 이를 따르거나 강제할 수 있는 조항이 필요하다.특정 펀드의 매니저가 다른 펀드를 동시에 운용하면 같은 기업에 두 펀드 모두가 투자하는 일이 생기는데 이 경우 나중에 이해가 상충될 수도 있다. 이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제약을 둘 필요가 있다.벤처캐피털 투자는 안정적인 매출이 없기 때문에 기술과 경영진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다. 이때는 ‘홈런(Home run)’ 접근법을 써야 하는데, 투자 수익률이 최저 10배는 나올 수 있는 회사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10개 회사에 투자해서 2개 정도를 건진다면 수지가 맞다. 바이아웃은 모두 수익을 안겨주지만 벤처캐피털은 반타작도 다행이라는 것이 업계의 속설이다.PEF가 직접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 오브 펀즈(Fund of Funds)’ 기법도 있다. 너무나 많은 종류의 펀드가 나오다 보니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여러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클럽 딜(Club Deal)’처럼 PEF가 투자한 대상을 펀드 투자자에게 매각하기도 한다.취재=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 사진=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