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10 - 4위 한국전력공사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는 2007년 한 해 동안 28조9839억 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에 비해 5.4%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순이익 규모는 전년의 2조705억 원에 크게 못 미치는 1조5568억 원에 그쳐 24.8% 하락했다.이는 한국 100대 기업 순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까지 한전은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굳건히 지켰지만 올해는 두 계단 떨어진 4위에 랭크됐다.이 같은 변화는 국제 원자재 가격 폭등 문제와 관련이 깊다. 최근 수년 동안 전기 요금이 동결된 가운데 유가와 유연탄 가격 상승에 고환율까지 겹친 탓에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것이다. 한전 측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하면 손실이 8000억 원 증가하고, 환율이 달러당 10원 상승하면 손실이 1000억 원 늘어나는 구조다. 급기야 지난 1분기 영업실적 발표 결과 한전은 사상 처음으로 2200억 원에 달하는 영업 적자를 기록하고 말았다. 유가·환율의 동반 타격이 현실로 드러나기 시작한 셈이다.이 때문에 한전은 지난 3월부터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사무실 소비 전력을 15% 줄이고 에너지 관리 전담 임원을 선임하는 한편 본사 엘리베이터 일부를 운행 중단할 정도로 허리띠를 졸라매기로 했다. 또 하반기 전사 업무추진비를 20% 삭감하는 강수까지 나왔다.한전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초대형 공기업이다. 기업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100년을 훌쩍 넘는 역사를 발견할 수 있다. 현대 생활에 꼭 필요한 전력을 생산 공급하는 기업으로서 위상도 남다르다.한전은 최근의 ‘위기’를 타개할 카드로 ‘해외 사업’을 택했다.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해외 사업 역량 강화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만큼 앞으로 적극적으로 결실을 거둬들이겠다는 계획이다. 세계적 수준의 전력 사업 성과와 브랜드 파워, 축적된 경험과 기술, 통합 관리 능력 등을 활용해 해외시장에서 새로운 ‘먹을거리’를 창출하겠다는 포부다. ‘2020 글로벌 한전’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하루가 다르게 영업 무대를 넓히고 있다.우선 지난해 2000억 원이던 해외 매출을 올해는 5000억 원까지 끌어올려 위기를 타개할 방침이다. 이미 필리핀 중국 레바논 등지에서 발전소, 송·변전, 배전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수익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한전의 계획대로라면 2015년에는 해외 매출이 총 3조8000억 원을 넘어서 한전의 총매출 가운데 8.3%를 차지하는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 잡게 된다.마침 세계는 전력 설비 증설 붐이 일고 있어서 사업 환경이 아주 좋은 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내놓은 ‘세계 에너지 전망 2007’에 따르면 2004년 16조4240억kW/h이던 세계 전력 생산량은 2030년 30조3640억kW/h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또 개발도상국의 전력 수요 증가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한전이 관심을 갖고 있는 해외 사업 분야는 자원 확보와 연계한 패키지 방식이다. 전력 인프라를 깔아주고 그 대가로 석유나 가스, 석탄을 확보하는 게 핵심이다.또 사업을 다각화해 화력 발전 중심에서 수력, 원자력, 송배전, 통신, 자원 개발 등으로 분야를 확대하고 사업 지역 역시 다변화한다는 계획이다. 중국과 필리핀 중심에서 미국 러시아 아프리카 등 15개국으로 전략 거점을 넓힌다는 계획을 세웠다.지난해 한전은 해외 사업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렸다. 현재 한전 최대의 투자 사업인 중국 산시성 발전·탄광 연계 사업의 경우 정부 승인과 합자법인 설립 과정이 성공적으로 완료됐다. 발전소 24개, 탄광 9개로 구성된 초대형 프로젝트인 이 사업에 한전은 34%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로서 참여하고 있다.네이멍구 지역에서는 230MW 규모의 풍력발전소가 올 8월 준공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다. 이 사업 덕에 한전은 중국내 최대 외국 풍력 발전 회사의 지위를 갖게 됐다.자원의 보고 아프리카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7월 나이지리아에서 1320MW 규모 발전소 복구공사를 국제 입찰에서 수주, 신호탄을 쏘아 올리더니 지난 2월에는 서부아프리카 14개국의 전력망을 연계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따내는 쾌거를 올렸다. 한전은 토고와 베냉을 연결하는 100km 송전 선로를 구축하는 한편 400MW급 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해 20년간 운영하게 된다.이 밖에도 중앙아시아 아제르바이잔, 네팔 등에서도 사업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모두 자원이 풍부한 지역이다. 아제르바이잔의 경우 750MW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운영을 본격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가스 등 지하자원이 풍부한 카스피해 연안 국가에 사업 거점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발전소 건설 운영뿐만 아니라 기존 발전소에 대한 인수·합병(M&A) 시장에도 관심이 많다. 러시아 열병합발전회사(TGC-4) 인수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미국 GE사와도 협력 MOU를 체결,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한전은 올 들어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연구·개발(R&D) 투자를 현재의 5% 수준에서 7% 수준까지 확대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연구 자원의 활용을 극대화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려두고 있다.이를 위해 ‘6대 차세대 성장 동력 핵심 기술’을 개발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먼저 △차세대 500MW급 석탄가스화 복합발전(IGCC) 개발 △용융탄산염형 연료전지(MCFC), 발전용 연료전지 개발 △실리콘 태양전지보다 활용성과 경제성이 큰 투명 태양전지 개발 등 친환경 기술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전력 저장 장치 개발, 전력 계통 혁신 기술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특히 전력그룹과의 기술 협력 강화, 중소기업에 대한 보유 기술 이전 등을 적극 확대할 계획이다. 범용 기술의 제품은 구매제도를 적극 활용해 관련 업체의 동반 성장을 도모하기로 했다.한편 한전은 지속적인 혁신 활동으로 군더더기 없이 깨끗하고 청렴한 기업 이미지를 만드는 데에도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 국가청렴위원회 측정 결과 한전의 종합 청렴도는 9.56점으로 19개 공기업 중 1위를 차지했다. 또 정부 혁신 평가 최우수 기관으로 210개 기관 중 최고 단계를 달성하기도 했다.이런 결과는 한전이 추진해 온 반부패 청렴 대책의 효과다. 한전은 지난 2006년 2월부터 청렴TF팀을 운영하면서 실별 반부패 활동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전사적으로 윤리 경영을 실천해 왔다. 윤리 경영 이벤트를 열어 직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가 하면 자율 실천 윤리 과제 콘테스트, 윤리 경영 실천 다짐 대회 등을 열어 회사의 의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또 전력 산업 분야 윤리 경영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협력 업체에도 윤리 경영을 전파하고 있다.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