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세븐 집값 ‘끝없는 추락’ 이유는

‘아파트값 대지진’이라고 할 만큼 올해 강남권 주택 시장은 예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중대형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물이 쌓이고 있으며 시장은 매수자 우위로 체질 개선되고 있다.사는 사람은 많지 않고 매물이 하나 둘씩 나오니 가격 하락도 뚜렷하다. 이는 강남권을 포함한 버블세븐 지역 모두 공통적인 모습이다.일부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최근 몇 달 사이 1억 원가량 하락한 곳도 있을 정도다. 6월 12일 부동산 정보 제공 업체 스피드뱅크(www.speedbank.co.kr)가 연초 대비 아파트값 상승률을 조사한 결과 강남구(0.03%), 서초구(마이너스 0.07%), 강동구(마이너스 1.73%), 송파구(마이너스 1.94%)가 하위 5개 지역 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2006년 주택 시장 상승기일 때 연간 상승률 20%를 넘나들며 수도권 아파트값을 견인하던 이곳이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실망감과 대출·세금 영향으로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특히 사상 최대 강남권 공급량도 무시하지 못할 큰 이유다.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강동, 잠실, 서초, 과천, 판교 등 굵직한 대단지 아파트 입주가 줄을 잇는다.강남, 서초, 송파, 강동 등 4곳의 올해 아파트 입주량은 2000년 들어서 최대 물량을 기록했다. 총 2만7266가구로 지난해 1만1685가구와 비교하면 2배가 웃도는 물량이다.만성적인 공급난에 아파트값 상승이 이어져온 강남권 주택 시장을 생각한다면 강원도 태백시의 전체 가구 수(2만843가구. 2007년 12월 31일 기준)보다 더 많은 양의 입주가 가격 하락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로 충분하다.실제로 올해 입주가 집중된 송파구와 강동구를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하락하고 있다. 송파구는 계속되는 내림세에 급기야 용산구보다 3.3㎡당 평균 매매 가격이 뒤처지기에 이르렀다.지난 3월 22일 용산구 평균 아파트값은 송파구를 앞질렀으며 6월 12일 현재 3.3㎡당 평균 아파트값은 송파구와 용산구가 각각 2481만 원, 2557만 원으로 나타났다.송파구의 2008년 한 해 동안 입주량은 2만285가구로 하반기 수도권 입주 아파트 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이다. 대표적으로 7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리센츠(잠실주공2단지) 5563가구와 8월 입주 예정인 잠실엘스(잠실주공1단지) 5678가구, 잠실시영 6864가구 등이 있다.상반기 동안 새 아파트의 입주 예정자들이 1가구 2주택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기존에 보유한 아파트를 급매물로 처분하면서 아파트값 하락을 이끌었다.또 대규모 입주를 앞두고 조합원분 아파트 매물이 나오면서 가격이 하락했다. 실제로 리센츠(잠실주공2단지) 109㎡ 가격은 8억5000만~10억 원으로 주변 재건축 아파트보다 저렴한 편이다.강동구도 잠실에 이어 입주량이 많은 편이다. 암사동 롯데캐슬퍼스트 3226가구가 9월에 입주를 앞두고 있다. 강동구 역시 가격 하락 폭이 크다. 특히 5월에만 무려 1.33% 하락해 올 들어 서울에서 가장 낮은 하락률을 기록하기도 했다.서초구에서도 전년에 비해 9배가량 많은 총 3594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서초구는 봄 이사철 수요와 새 정부 기대감에 따른 반짝 수요로 올 들어 0.04% 하락하면서 비교적 약세가 덜한 편이었지만 3410가구의 매머드급 단지인 반포 자이 입주를 앞두고 4월 이후 줄곧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전세 역시 대규모 입주 영향을 크게 받았다. 송파구 전세가는 내림세다. 잠실동 W공인 관계자는 “잠실 신규 단지 입주가 가시화되면서 전세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하락하고 있다. 99㎡대 기준으로 보름 사이 2000여만 원 하락했으며 매물도 쌓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잠실주공 5단지 112㎡ 전세가는 5월 말까지 2억~2억5000만 원이었으나 12일 현재 1억8000만~2억 원선이다.강남구 대치동 Y공인 관계자는 “분당신도시 거주자들이 최근 하락한 집값과 교육 수요 등으로 강남권 진입을 시도하려고 집을 많이 보러 온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아파트를 계약하려고 해도 보유 중인 집을 처분하지 못해 선뜻 확답을 하지 못하고 돌아선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버블세븐의 두 축을 이뤘던 분당신도시와 평촌신도시도 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최근의 하락세와 함께 매물 적체 현상이 심하다. 신도시 중 유일하게 분당과 평촌의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보였다. 연초 대비 12일 현재 분당은 0.58% 하락했고 평촌도 0.39% 내렸다.이곳도 아파트 수급 동향을 따져보면 입주량 증가를 원인으로 찾을 수 있다. 과천은 오는 8월 래미안 3단지 3143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어 인근 평촌신도시에 영향을 줬다. 132㎡가 넘는 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2006년 고점 대비 1억 원 정도 하락했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판교신도시 역시 2009년 한 해 동안 신규 아파트 입주가 1만2440가구에 이른다. 전매 제한 때문에 입주 후 바로 되팔 수는 없지만 입주 물량 증가에 따른 심리적인 요소로 분당과 용인 아파트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내년 강남권 입주 물량은 올해의 절반 수준도 안 되는 8150가구로 집계됐다. 기타 시장에 미칠 재료를 제외하고 수급 문제만 따져볼 때 수요자들은 올해보다 신규 아파트 선택의 폭이 확연히 줄어드는 셈이다.게다가 내년 이후 숨죽어 있던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과 세제 완화 안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면 가격 상승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공급량이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 까지 이어지는 모습으로 입주량 감소로 인한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말 반포동 자이에 이어 내년 1월 삼성동 AID차관아파트를 재건축한 힐스테이트 1, 2단지 2070가구 입주와 반포 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반포동 래미안 2444가구가 3월 입주를 앞두고 있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이 밖에 강남권 주택 시장의 간접 영향권에 드는 분당신도시 하락세가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데다 광교신도시 분양과 송파신도시 분양도 강남권 주택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조민이·스피드뱅크 연구원 mycho@speedban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