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해 미국과 추가 협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향후 협상 내용과 민심의 향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지난 6월 12일 김종훈(사진) 통상교섭본부장은 정부 세종로 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반입을 차단하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추가 협상을 하겠다”며 “미국으로 건너가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겠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한국 시간으로 13일 미국으로 가 기존 정부 협상단에 합류, 미국 측과 협상을 시작했다.정부는 외교 마찰로 이어질 수 있는 재협상을 피하면서 추가 협상이라는 실리를 택했다. 기존 합의를 원점으로 돌리고 새로 협상하는 것이 재협상이라면, 추가 협상은 기존 합의문을 그대로 둔 채 부분적으로 보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김 본부장은 “국제 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신뢰 문제가 야기되지 않도록 하면서도 동일한 효과를 갖도록 하는 게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미국도 “재협상이 아니라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날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한 포럼에 참석해 “재협상 없이도 우려를 해결할 수 있으며, 수일 내 추가적인 양해 사항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추가 협상의 최대 관건은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월령 표시 문제와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를 거래하지 않겠다’는 민간의 자율 규제를 양국 정부가 문서로 보증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을 막기 위해 월령 표시 라벨의 부착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수입위생조건에 추가하자고 제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양국이 합의한 수입위생조건 22조에는 월령 표시 항목이 없는 만큼 내용 추가 제안이 설득력 없는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이다.하지만 성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이 수입위생조건의 수정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고, 향후 다른 나라와의 쇠고기 협상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무엇보다 민간의 자율 규제를 양국 정부가 보증하는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으로 법적 시빗거리가 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WTO 협정은 민간 자율 규제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금하고 있어 쇠고기 수출 업체들이 자율 규제에 참여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조치를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일정 기간 동안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을 하지 않는다는 공동 선언이 나올 가능성이 점쳐진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업체들이 따르도록 부담을 주는 방안이다.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무역투자정책실장은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월령 표시와 민간 자율 규제 등을 정부 간 문서로 보장하는 합의를 이끌어 낼 수만 있다면 성공적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이번 추가 협상 선언으로 성난 민심이 가라앉을지도 미지수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추가 협상 선언이 나오자마자 “국민을 또다시 기만하는 것”이라며 즉각적인 재협상을 요구했다. 대책회의는 이미 “6월 20일까지 재협상 발표가 나오지 않으면 정권 퇴진 운동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하지만 일부에서는 “일단 결과를 기다려 보자”는 흐름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터넷 포털 다음의 토론광장 아고라에는 “6월 10일 최대 규모 촛불 집회로 민심의 진의를 충분히 전달한 만큼 정부의 추가 협상 결과를 기다려 보자”는 글이 눈길을 끌었다.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