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트렌드

최근 금융 상품의 가장 큰 흐름은 ‘복합 상품’이다. 은행 증권 카드 등 성격이 다른 금융권의 상품을 하나로 모은 상품들이다. 특히 금융지주회사의 경우 계열사들을 연계한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금융사 입장에선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고객 기반을 확충할 수 있어 유리하고 소비자로선 하나의 상품으로 여러 가지의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즐겁다. 이러한 추세는 자본시장통합법이 실시되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통장의 화려한 변신도 눈에 띄는 현상이다. 단순히 입출금 내역만을 표시하던 통장은 과거의 유물로 사라지고 다양한 서비스로 무장한 통장들이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고금리를 보장하거나 부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고객들의 눈길을 잡지 못하는 실정이다.통장의 변신을 이끈 첨병은 증권사들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다. 매일 이자가 가산돼 재테크의 대안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CMA는 은행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증권사 상품이다 보니 은행 상품처럼 편리하게 이용하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었다.하지만 최근 CMA는 일반적인 은행의 통장처럼 수시입출금, 대금 결제, 자동이체 등이 가능해졌다. 공모주 청약을 할 때 기본보다 많이 청약할 수 있는 상품도 등장했다. 특히 관심을 끄는 상품은 CMA 체크카드다. 은행과 연계된 이 카드는 일반 체크카드처럼 CMA로 구매 결제할 수 있다. 신용카드처럼 놀이공원 입장이나 주유 할인 또는 포인트 적립 기능이 포함된 상품도 적지 않다.은행권의 통장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CMA에 맞서기 위한 은행권의 신무기는 ‘스윙계좌’다. 스윙계좌란 입출금 통장에 입금된 일정액 이상의 자금을 금리가 더 높은 계좌로 옮겨 더 높은 수익을 제공하는 상품으로 지난 상반기 은행권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은행권 상품의 안정성과 편리성에 수익성을 겸비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의 ‘빅팟통장’, 우리은행의 ‘AMA전자통장’ 등이 대표적이다.예금 상품은 ‘고금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저금리와 인플레로 인해 예금 상품의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에 근접하자 투자 상품으로 이탈하는 고객들을 잡기 위해 은행권에서 6% 이상의 고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저축은행의 경우는 6.5% 이상을 제시하는 상품도 꽤 많다. 하지만 대개 고금리 상품은 특판 형식으로 판매되기 때문에 조건이 좋은 상품이 나오면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부지런히 관련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절세형 상품도 인기다. 금리가 낮으니 세금이라도 줄여서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자소득세 부담을 경감하는 상품은 올해 말 폐지될 예정이어서 막바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수요가 몰렸다. 은행권 상품 중에는 이자소득세를 전액 면제하는 생계형 상품과 15.4%인 이자소득세를 9.5%로 줄여주는 세금 우대형 상품 모두 가입 금액이 급증하고 있다.올해 들어 기운을 내지 못하고 있는 주식 투자의 난맥상을 극복하기 위한 상품도 대거 등장하고 있다. 주가연계증권(ELS), 주식워런트증권(ELW), 상장지수펀드(ETF) 등 파생상품이 그것이다. 이 상품들은 주가가 빠져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데다 레버리지 효과가 커 많은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한 달에 수백 종의 신상품이 나올 정도로 거센 바람 몰이를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시장이 단기간에 반등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고 파생상품에 대한 인지도와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파생상품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펀드 시장에서도 파생상품 관련 펀드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주식형 펀드의 비중은 설정액 기준으로 47.3%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 상반기엔 25.6%까지 움츠러들었다. 반면 파생상품 펀드는 26.8%에서 48.8%로 급증하며 주식형 펀드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신규 펀드 수로도 파생상품 펀드는 543개로 417개인 주식형 펀드를 넉넉히 앞섰다. 주식혼합 펀드도 날개를 달았다. 2.9%에서 11.9%로 비중이 4배 이상 불어났다.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