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증권사 8사 8색

8개의 증권사가 새로 태어났다. 종합 증권사 3곳(IBK투자증권, 한국스탠다드차타드증권, KTB투자증권), 위탁·자기매매 증권사 2곳(LIG투자증권, 토러스투자증권), 위탁매매 증권사 3곳(ING증권중개, 애플투자증권중개, 바로증권중개)이 그들이다. 이로써 국내의 증권사는 54개에서 62개로 대폭 증가했다.이제 겨우 첫발을 뗀 만큼 이들이 향후 어떤 행보와 성장을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최소한 몇 년의 시간은 흘러야 옥석이 가려지고 성패가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신설 증권사들의 각오는 다부지기만 하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증권업계에서 남다른 시각과 전략으로 수익원을 발굴해 업계에 단단한 입지를 다지겠다는 포부다.구체적인 전략은 다르지만 8개 증권사가 내세운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란 표현으로 집약할 수 있다. 투자은행(IB)이든 자기매매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단기간에 최대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업무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경험과 자본력을 키운 후 명실상부한 증권업계의 강자로 올라서겠다는 것이다.과거에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신규 증권사가 등장한 것은 물론 돈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증권업은 자타가 공인하는 금융업 최대의 성장 산업이다. 시장 규모에 비해 증권사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지만 대부분의 증권사가 흑자를 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상태로서도 시장의 여력은 넉넉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자본시장통합법이 본격적으로 실시되면 증권사의 수익 기회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사정이 이쯤 되면 ‘못 먹어도 Go’를 외칠 만도 한 형국이다.일단 분위기는 ‘해 내겠다’는 열정으로 후끈하다. 벌써부터 ‘국내 톱5 증권사’에 입성하겠다거나 최단 기간에 대형 종합 증권사가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는 등 장밋빛 미래를 펼쳐 보이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을 모회사로 하는 신설사들은 은행의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통해 단기간에 자리를 잡을 공산이 크다.한국증권연구원의 이석훈 연구위원은 “신설사들이 업계 판도에 영향을 줄 정도로 성장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며 관건은 실력”이라며 “큰 자본이 필요한 사업이 국내에 별로 없기 때문에 자본보다는 경쟁력 있는 인적 구성과 비즈니스 모델, 전략이 핵심 전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하지만 이들의 미래가 꼭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희망과 달리 수익 모델을 찾는데 애를 태울 우려가 크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신설사가 쉽게 진입할 수 있는 부문은 역시 브로커리지인데 요즘처럼 수수료 인하 경쟁이 불붙은 상황에서 브로커리지 영업으로 수익을 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렇다고 법인 영업이나 투자은행(IB) 업무에서 성과를 내는 것도 쉽지 않다. 업력이 전혀 없으니 믿고 맡길 만한 고객이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하나대투증권의 한정태 애널리스트는 “저마다 특화를 외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업계 상황상 신설사들이 특화할 수 있는 여지는 많지 않다”며 “나름대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는 데엔 몇 년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역설적이지만 신설사들이 제 몫의 파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형 증권사들의 ‘활약’이 불가결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초대형 투자은행이 등장하면 2~3위 기업의 추격전이 이어지면서 대형사가 미처 하지 못하는 영역이 생기게 되고 이를 중소형사와 신설사가 차지하는 시나리오다. 다시 말해 자본시장이 보다 확대되지 않고서는 신설 증권사에 이렇다 할 돌파구가 생기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결국 신설 증권사들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자본시장이 발전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대형 투자은행의 탄생을 유도하겠다는 자본시장통합법의 근본 취지와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대형 투자은행은 나오지 않고 중소형사만 난립하는 꼴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한 애널리스트는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베이비부머들이 30~40대가 될 때 자본시장이 크게 성장했다”며 “지금 우리가 딱 그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금이 자본시장 성장의 적기라는 얘기다. 그는 “정부가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대형 증권사의 등장에 앞서 자본시장 발전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업계의 한 전문가는 “증권사 신설을 통해 업계에 선진적인 혁신을 유도한다는 것이 금융 당국의 판단”이라며 “신설사가 여럿 나왔다고 당장 업계의 판도에 변화는 없겠지만 당국의 기대대로 신설사 허가가 자본시장 발전에 기폭제가 되기 바란다”고 기대했다. 신설 증권사가 과연 자본시장의 흐름에 과연 어떤 역할을 할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