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이끌어 나갈 기업인 1위-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이재용 전무는 앞으로 2~3년 동안 중국 인도 등에서 해외 근무를 할 것으로 보인다.“삼성 내부에선 사실상 이건희 회장 시대는 막을 내리고 ‘JY(이재용)’ 시대가 온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겉으로 대놓고 언급하지 않을 뿐이지 향후 JY로 대표되는 삼성 경영권 승계 작업은 마무리된 것이다.”지난 7월 16일 이건희 전 회장과 임원들이 집행유예와 무죄 판결 등이 내려진 삼성특검 재판정에서 만난 삼성 계열사 고위 관계자는 ‘에버랜드 해외전환사채(CB) 저가 발행’에 대한 재판부의 무죄 판결이 내려지자 무척 상기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사사건건 발목을 잡았던 편법 승계 논란이 말끔히 해소된 것으로 삼성 측은 본 것이다.외형적으로 볼 때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를 정점으로 한 ‘이병철→ 이건희→ 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대물림 경영 승계가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우선 경영권 확보를 위한 ‘이재용 전무→ 에버랜드→ 삼성생명→ 삼성전자’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 구조도 이 전무가 이미 지난 1996년 12월 배정받은 에버랜드 CB를 전환해 지분 25.1%(62만7000주)를 갖게 되면서 일단락됐다.에버랜드 CB 저가 발행에 대한 무죄 판결로 그동안 짊어졌던 도덕적인 부담도 해소된 것이다. 비록 삼성 비자금 사태로 소니와의 합작 법인인 ‘S-LCD’의 등기이사와 고객관리총책임자(CCO)직을 내놓고 백의종군의 자세로 조만간 중국 인도 브라질 등 해외 근무에 나서게 됐지만 길어야 2~3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이 전무가 이건희 전 회장에 이어 실질적으로 삼성그룹의 차기 회장으로 등극하는 시점만 남아 있는 상태다. 초일류 기업 삼성이 머지않아 이 전무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재도약할 날도 머지않은 것이다. 기업을 연구하는 애널리스트들이 이 전무를 ‘차세대 기업인’ 1위에 꼽은 것도 그 울타리가 삼성전자인 까닭이 크다.이 전무가 이번에 베이징 올림픽을 맞아 중국에 간 것은 부친인 이 전 회장을 대신해 국제무대에서 상징적으로 ‘삼성회장’의 역할을 맡게 된 것을 의미한다. 이 전무는 베이징 체류 기간 동안 삼성전자가 펼치고 있는 올림픽 마케팅을 근접 지원했다. 중국 내 주요 파트너들과 접촉하고 박근희 중국 삼성 사장 등 현지 법인장들을 소집해 점검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최고고객책임자(CCO)로 부임하면서 이미 해외 주요 고객사들과 교류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온 만큼 이번에도 이 전 회장을 대신해 자연스럽게 올림픽 마케팅을 지원하게 된 것이다.삼성 내부에서 이 전무의 위상은 그가 직접 참석하는 각종 회의만 봐도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한 고위 임원은 “이 전무가 참석하는 회의를 열거하면 열 손가락을 다 합쳐도 모자랄 지경”이라면서 “삼성전자의 경영기획 분야 전략회의를 필두로 반도체부문, 정보통신부문, 디지털미디어부문 등 각 사업부 총괄 회의에 모두 참여하며 이는 고 이병철 창업주에서부터 비롯된 삼성 특유의 회의 문화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전했다. 회의를 통해 자연스럽게 경영 전반에 대한 수업을 쌓고 있다는 것이다.이 전무는 경복고 1학년 때부터 방학 때면 어김없이 신세계 백화점, 제일제당(현 CJ) 및 전주제지(현 한솔제지) 등의 지방 공장을 돌며 경영 수업을 받았다.당시 공장 방문을 수행했던 그룹 비서실 비서팀의 한 관계자는 “이병철 창업주의 지시로 이 전무는 고1 방학 때부터 계열사 공장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배웠다”며 철저하고 체계적으로 진행된 이 전무의 경영 수업 일면을 소개했다.이 관계자는 또 “당시 공장을 방문하면 공장장이 고등학생이었던 이 전무를 앞에 놓고 공장 연혁에서부터 생산 시스템, 노무관리 등 하나에서 열까지 철저하게 브리핑했다”면서 “10대에 불과했지만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몇 시간이나 계속되는 브리핑을 들었던 이 전무에 대해 인상이 매우 깊었다”고 밝혔다.이 전무는 삼성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처럼 어렸을 때부터 철저하게 교육을 받아 왔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 전무는 게이오대 비즈니스스쿨에 한 번 낙방한 뒤 이듬해인 1993년에 입학했다. 이 전무는 게이오대에서 경영학석사(MBA)과정을 마친 후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경영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하기 전 1년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행정대학원)을 다닌 것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한때는 학교 통학 시간을 줄이기 위해 기숙사 생활을 할 정도로 수업에 열중하기도 했다.이 전무의 좌우명 중 하나가 ‘경청’이다. ‘내 생각을 말하기 전에 남의 말을 먼저 들으라’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가르침이 크게 작용했다. 주변에선 이 전무가 무척 예의 바르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은 후 자기 것으로 소화해 낼 줄 아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도 경청의 자세가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지인들의 평가다.이 전무 역시 성공적인 경영 승계를 이루려면 새로운 비전 제시를 통해 이 전 회장을 뛰어넘어 독자적인 리더십을 구축해야 한다. 그 비전은 현재 삼성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 창출과도 맞물려 있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출신의 한 고위 임원은 “삼성은 외환위기 이후 철저한 수비 경영을 하면서 죽지 않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투자에 그치고 미래를 위한 투자는 하지 않았다”며 “100%도 안 되는 부채 비율이 그 근거”라고 설명했다.이 전무의 리더십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전직 삼성 출신 인사는 “JY(이 전무)는 외아들이다 보니 줄곧 후계자 수업을 받아 왔지만 검증을 받을 기회는 없었다”고 말했다. 종종 이 전무의 경영 자질을 논할 때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것이 바로 ‘후계자 검증론’이다.이 전무는 부친과 달리 경쟁에서 자유롭지만 그만큼 객관적인 경영 능력에 대해 검증이 필요하다는 동전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수년간의 경영 수업을 받고는 있지만 이 전무가 직접 경영 능력을 발휘할 기회는 별로 없었다. 다만 그가 등기이사로 있는 S-LCD(삼성과 소니의 합작회사)가 설립 3년 만에 흑자를 낸 것은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JY가 향후 그룹의 총수 자리를 오를 것에 대해 의심하는 임직원은 없다. 다만 어떤 절차와 분위기 속에서 그룹을 맡게 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남아 있을 뿐”이라고 말한 삼성의 고위 관계자의 전언이 현재 이 전무의 위치를 설명해 주고 있다.“말을 하는 것보다 들으려는 성향이 강한 것이 삼성가의 내력이다. 이재용 전무도 부친인 이건희 전 회장의 경청을 좌우명 삼아 노력하다 보니 주위로부터 예의 바른 청년이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이 전무에 대해 물어 보면 거의 대부분이 가정교육을 잘 받아서 그런지 예의 바르고 사람을 대할 때 깍듯이 대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실제로 기자가 짧은 시간이나마 마주쳤던 이 전무는 나서지 않고 행동에 매우 신경을 쓰는 듯한 모습이 역력했다.이에 대해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예의가 바른 수준이 아니라 옆에서 볼 때 실제로 임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으려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지인들도 “경청 등의 예절이 몸에 배어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어려서 가정교육을 받을 때부터 삼성의 후계자라는 것을 명심하고 행동거지에 신경을 쓸 것을 주문받았고 본인도 사명의식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항간에 이 전무가 현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회식이라도 할 때면 ‘폭탄주’를 직접 제조할 뿐만 아니라 예닐곱 잔은 거뜬히 마신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폭탄주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지인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분위기에 따라 1~2잔을 마시긴 하지만 술자리를 주도하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술자리의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고 마시는 정도로 보인다. 부친인 이건희 전 회장 역시 양주보다는 알코올 도수가 낮은 와인을 즐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술을 과하게 마시지 않는 게 집안 내력이기도 하다.이규성·아시아경제 기자 bobos@newsv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