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도심형인가

“아이들과 떨어져 있으니까 적적해서 영 못 쓰겠더라고. 또 시골이니까 불편하더란 말이지. 그러니 어떡해. 다시 돌아와야지 뭐 뾰족한 수가 있나.”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김모 씨는 얼마 전 지방의 실버타운 생활을 접고 서울로 돌아왔다. 늘그막에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을 곁에 두고 또래의 노인들과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며 느긋하게 지내는 모습을 그리며 내려갔지만 가족이 그리워 버티기 힘들었다는 설명이다.서울로 유(U)턴하기는 했지만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아내의 건강에 이상이 생겨 출근하다시피 병원을 오가야 했다. 집안 살림은 김 씨의 차지가 됐다. 생전 해보지 않던 살림인지라 서투른 데다 몸도 피곤했다. 이러다간 자신마저 병이 들겠다는 염려가 생겼다. 중산층 이상의 경제력은 있지만 마음 놓고 가사 도우미를 쓸 정도는 아니었다. 도무지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다.김 씨와 같은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가장 효과적일까. 먼저 가족과 가까이 지낼 수 있도록 서울에 거주해야 한다. 편리하게 의료 서비스도 받아야 한다. 집안 살림에서 손을 놓으면 더욱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적절한 비용이다. 아파트 한 채와 연금과 얼마간의 저축을 가진 여느 중산층 노인이 지불할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답은 멀리 있지 않다. 최근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도심형 실버타운을 선택하면 말끔히 고민이 사라진다. 대개의 경우 실버타운이라고 하면 전원의 휴양지를 떠올린다. 사실 종전까지 실버타운은 지방에 조성됐다. 하지만 지방의 실버타운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수요자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실버타운의 입지와 성격, 특징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최근 도심형 실버타운은 도시 생활에 익숙한 중산층 이상의 신세대 노년층의 니즈를 만족시키며 소리 없이 번져나가고 있다.실버타운은 입지에 따라 크게 도심형, 전원형, 도시 근교형으로 나눌 수 있다. 도심형 실버타운은 도시 생활에 길들여진 수요층에게 적당하다. 교통과 생활의 편리성이 다른 두 유형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장점이 있다. 도시에 살고 있는 가족 및 친지들과 교류를 유지할 수 있는 점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다양한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 점도 도심형 실버타운의 강점으로 꼽힌다. 단지 내에 실내 수영장, 피트니스센터, 골프장, 찜질방, 영화관 등을 구비해 ‘웰빙’을 추구할 수 있다. 요가나 단전호흡, 음악, 댄스 등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평생 교육원의 역할도 담당한다. 도심의 미술관이나 박물관 극장 등과도 가까워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도 있다. 식사와 청소, 세탁 등도 제공해 가사 노동에서 해방될 수 있다. 한마디로 편하고 품위 있게 생활할 수 있다. 특히 여성 배우자들이 도심형 실버타운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 때문이다.최근에는 높은 품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도심형 실버타운이 인기를 끌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그 배경이다. 대개 종합병원이 운영하거나 협력을 받고 있다. 골든팰리스는 세란병원의 24시간 응급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정기적으로 건강검진도 실시한다. 실버타운 안에 의료팀이 상주하는 것은 물론이다. 지병을 가지고 있는 경우라면 최상의 주거 환경이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설사 현재 앓고 있는 병이 없더라도 노년층에겐 언제든 위기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실버타운이 어느 정도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는 꼭 따져보는 것이 좋다.전원형은 도심형과 영 딴판이다. 도심형이 다양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자연에서 멀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 전원형은 대개 좋은 자연 조건을 갖추고 있다. 도시에서 멀기 때문에 단지 내에 의료 시설과 편의 시설을 갖춰놓은 곳이 대부분이지만 응급 상황에 대처하는 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가족들과의 교류가 어렵다는 것도 약점이다. 전문가들은 전원형을 수요층의 니즈가 다양화되지 못한 초기형 단계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일본의 경우 초기 전원형이 중심이었다가 점차 도심형이나 도시 근교형으로 분화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유사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는 설명이다.도시근교형은 도심형과 전원형의 중간 형태다. 도시에서 1~1시간 반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는 것이 보통이다. 도심형처럼 도시의 편리성을 활용할 수도 있고 땅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도심형에 비해 넓고 쾌적한 공간을 조성하기 쉽다. 하지만 전원형과 마찬가지로 도시와 격리되는 측면이 있어 도시생활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불편을 느낄 수 있다. 가족과 교류도 도심형에 비해 여의치 않은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최근 은퇴자들은 비록 직장을 떠나긴 했지만 사회생활을 이어가기를 원한다. 봉사 활동 등을 통해 지역에 봉사하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고 외국어나 대학원 등 보다 높은 교육을 받으려는 수요도 적지 않다. 이런 경우라면 도심형이 적절하다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전원형이나 도시근교형은 아무래도 거리상의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주거 형태에 따라서도 분류할 수 있다. 단독 주거형과 공동 주거형이 대표적이다. 단독 주거형은 마치 단독 주택의 개념이다. 독채를 쓰기 때문에 마치 별장과 같은 느낌을 제공한다. 하지만 커뮤니티가 약화되기 쉽고 운영 관리비가 많이 든다는 약점이 있다. 비용 부담이 커 수요층이 좁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공동 주거형은 레지던스나 콘도와 유사한 구조다. 고층의 공동주택에 거주하며 공동 편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모여 살기 때문에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비용도 저렴하다.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취향과 취미에 따라 각종 여가 생활을 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대개 도심형 실버타운이 이에 해당한다.입주하는 방식에 따라서는 크게 분양형과 임대형으로 나눌 수 있다. 분양형은 말 그대로 분양을 받아 소유하는 형식이다. 아파트처럼 청약 제도가 있는 것도 아닌 만큼 돈 있고 물량 있으면 언제든 입주할 수 있다. 실버타운의 가격이 상승할 경우 수익을 낼 수도 있다.단점도 있다. 분양을 받아 입주했는데 그 실버타운이 싫어질 경우 골치를 앓을 수 있다. 실버타운은 기본적으로 수요층이 그렇게 넓지 않기 때문에 원할 때 팔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또 1가구 2주택에 해당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그다지 매력적인 상품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임대형은 보증금을 내고 매월 이용료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다. 소유권이 없기 때문에 양도소득세 부담은 없다. 평수와 제공하는 서비스에 따라 월 이용료는 월 160만~200만 원 안팎이다(2인 기준). 보증료는 평수에 따라 2억5000만~5억 원 내외로 역시 차이가 크다.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